저는 한때 미션스쿨을 다녔습니다. 입학 첫날부터 학교 옆에 있는 커다란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이면 그곳에서 채플을 했습니다. 새벽부터 자정까지 공부는 부단히도 시키면서 예배 시간은 꼬박꼬박 지킨다고, 친구들과 투덜거리며 예배당으로 향했다가 예배가 끝나면 학교 식당으로 튀어 가 점심을 먹는 게 그날의 일과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입시 체제에서 벗어나겠다며 호기롭게 학교를 자퇴했고,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도 관계가 요원해졌지요.

얼마 전, 한 웹툰을 정주행하며 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렸어요. 고등학교 미션스쿨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정해나 작가의 '요나단의 목소리'라는 웹툰인데요. PK(목회자 자녀)면서 동성애자인 선우와 비기독교인인 의영이 주인공입니다. 기숙사 룸메이트인 이 둘이 기독교 학교에서 3년을 함께 보내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독자분들께서는 선우가 겪었을 일이 대강 예상되시겠지요? 선우는 중학생 시절, 친구였던 다윗을 짝사랑하며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지만, 부모에게 외면당하고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교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온 인물입니다. 천상의 목소리로 찬양을 부르곤 했던 선우는 미션스쿨 안에서도 성가대 활동을 이어 가지만 점점 피폐해지고, 의영은 그런 선우를 보며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종교와 신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의영은 "하나님은 너를 사랑해서 세상도 만들고 아들도 보냈다는데, 너는 남자 친구를 사랑하면 안 된단다. 나는 아무래도 하나님을 좋아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선우의 목을 조르는 게 하나님이라고 확신"하면서요.

이런 일은 웹툰 속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닙니다. 현실은 어쩌면 더 잔혹하지요. 예전에 만난 한 인터뷰이는 미션스쿨에 다니며 동성애자를 색출하는 일을 겪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제가 다녔던 신학대학에서는 성소수자 동아리에 가입한 학생들을 색출하고 '그런 동아리는 학교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식 입장을 낸 데다가, 학생들의 소셜미디어까지 사찰하는 일을 벌였어요.

'요나단의 목소리'를 읽는 내내, 여전히 성서와 하나님의 뜻이라는 명목으로 '사랑'을 '죄'로 만들고 있는 교회의 모습이 떠올라 괴로웠습니다. 무방비로 빠져드는 사랑, 시도 때도 없이 그의 얼굴이 떠오르고 이름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사랑이 어떻게 '죄'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크리스천 퀴어 청소년들은 지금도 가정에서, 교회에서, 학교에서 혐오와 차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상대에게서 "다만 고개를 돌리지 않기로" 하는 '요나단의 목소리' 속 의영처럼, 우리가 이들의 곁에 선 '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국 수진

목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삭의 우물

· '이삭의 우물' 이야기를 아시나요? 창세기 26장에 기록돼 있는 내용입니다.
· 이삭이 블레셋을 떠나 우물을 파서 물을 얻었는데, 이삭의 목자들과 그 지역 목자들 사이에 싸움이 일어납니다.
· 이삭은 우물을 포기하고 다른 우물을 팝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다툼이 일어났죠.
· 이삭은 그 우물도 포기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우물을 팠죠. 그제야 다툼이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 '이우교회'는 이삭의우물교회라는 뜻처럼, 두 번이나 교회를 빼앗긴 사람들이 만든 교회입니다.
· <뉴스앤조이> 연중 기획 '교회를 떠나 교회가 되다' 세 번째는 이우교회 이야기입니다.

분쟁을 겪은 교인들의 마음

· 심각한 분쟁을 겪거나 그보다는 덜하지만 적잖은 갈등으로 교회를 떠난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나고 있지만, 이번 이우교회 교인들을 인터뷰하면서 다시 한번 새삼 느꼈습니다.
· 교회 분쟁은 교인들의 영혼에 깊은 상흔을 남긴다는 것입니다.
· 그것은 단순히 문제를 일으킨 목사에 대한 배신감 때문만은 아닙니다.
· 며칠 전까지 함께 신앙을 나누던 교인들의 눈빛이 변하고, 험한 말과 몸싸움이 난무하고, 고소·고발까지 가는 상황은 교회 밖 세상에서도 겪기 힘든 일이죠.
· 정수진 집사(가명)는 "목사가 저지른 잘못은 얼마든지 용서할 수 있었지만, 교인들을 이렇게까지 갈라지게 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교인들은 전쟁터가 되어 버린 B교회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목사도 모른다

· 교인들은 B교회를 떠나 C교회를 개척했습니다. 정말 좋은 교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 하지만 이번에도 목사가 문제였습니다. 개척 때문에 서둘러 청빙한 목사가 상처 입은 교인들을 위로해 주기는커녕 자기 의견을 앞세우고 교인들을 함부로 대했던 것입니다.
· 그는 분쟁을 겪은 교인들의 마음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 생각해 보면 목사 때문에 상처받은 교인들을 어떻게 목회해야 하는지 목사들도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목회는 어디에서도 가르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 결국 C교회도 B교회와 같이,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과 그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로 나뉘기 시작했습니다.
· 교회 개혁을 꿈꿨던 교인들은 눈물을 머금고 C교회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목사가 중요하다

· B교회와 C교회 상황은 달랐지만, 본질적인 부분은 같았습니다.
· 바로 목사에게 의존하는 신앙, 목사가 교회 권력의 중심이 되는 구조가 분쟁을 야기했다는 것이었죠.
· B교회와 C교회를 떠나 이우교회를 만든 교인들은 이 점을 넘어서고 싶었습니다.
· 그러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목사가 중요했습니다. 이우교회의 상황을 알고 B교회와 C교회 분쟁의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 자신의 목회관보다 교인들의 다양한 의견과 합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목사. 정답을 주려 하기 보다, 깊은 상처를 안고 사는 교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줄 수 있는 목사.
· 이우교회가 지난 8년여간 단단한 걸음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교인들의 헌신은 물론 김종필 목사의 섬김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사란 무엇일까

· '교회를 떠나 교회가 되다'는 기본적으로 교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기획입니다만, 이우교회 이야기를 소개하는 지금 왠지 모르게 '목사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목사는 교인들의 섬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교인들을 섬기는 사람이다'라는 문장에 동의하· 지 않는 목사는 없을 것입니다. (동의하지 않는 목사와는 이참에 결별을,,,)
· 하지만 이를 정말 실천하는 목사가 한국교회에 몇 명이나 있을까요?
· 개혁적인 교회를 표방하더라도 실제로는 목사에게 의존하는 교회가 많습니다. 그 목사가 '좋은 목사'이기에 다행인 것이죠.
· 이우교회에서 목사는 말 그대로 교인들을 뒤에서 서포트하는 사람입니다.
· 카리스마 없고 멋지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어쩌면 그런 모습이 진짜 '목사'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요?

편집국 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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