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님, 뉴스레터를 읽으실 때면 벌써 하지가 지나 있겠네요. 한동안 낮이 긴 날들이라, 밝은 기운이 오래 이어지는 모습을 보는 일이 참 좋았었는데요. 이제 밤이 점점 길어진다고 생각하니 아쉬워지네요.

저는 최근 두세 달, 대인 관계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다소 떨어져 있던 것 같아요. 회사나, 회사 협력 단체에서 진행하는 좋은 프로그램이 여럿 있었는데요. 눈길이 가고 흥미가 생겼지만,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부담에 끝내는 함께하지 못했답니다.

친한 친구들이 함께 있는 무리에서 입을 떼기가 어려워지기도 했고요. 사람들 앞에서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몰라, 그 어색함을 들킬까 봐 부러 마스크를 열심히 쓰기도 했지요. 막상 가면 괜찮은데, 가면을 쓴 느낌 때문에 교회에 가는 발걸음도 무겁곤 했습니다.

그래도 요새는 조금 편안해진 것 같아요. 해외에서 잠깐 귀국한 친구도 몇 년 만에 만나고, 대학 때 만난 친구 결혼식도 가고 하면서요. 여전히 변하지 않는, 한결같은 관계들을 만나며 조금씩은 에너지가 회복되고 있는 것 같네요. 6월의 맑고 좋은 날씨도 한몫했던 것 같고요.

이제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이네요. 교회는 여름 행사들이 시작되고, 저희도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요. 기분 좋게 이 일들을 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독자 님도 기분 좋은 날들로 채워지시길 바랄게요. 건강한 여름날 보내세요!

사역기획국 세향

교회를 떠나도 삶은 계속된다고

작년 연말에 어떤 분이 <뉴스앤조이>에 일시 후원을 해 주셨습니다. 후원 담당자가 이유를 여쭤보니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다니던 교회를 떠나 '뜰교회'라는 작은 교회를 하고 있는데, <뉴스앤조이> 기사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담당자에게 전해 듣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두 달 잊고 지냈는데, '교회를 떠나 교회가 되다' 기획을 시작하면서 교회 사례를 수집하던 중 그 후원자가 떠올랐습니다. 기획 기사에 포함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무슨 이유로 교회를 떠났는지 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있잖아요. 담임목사님이 말도 안 되는 반동성애 설교를 많이 하고 그래 가지고…."

수화기 너머로 주혜영 집사는 뜻밖의 말을 꺼냈습니다. 반동성애 설교 때문에 교회를 떠난 사람들이 있다니…. 그것도 보수적인 동네인 경상남도 진주에서 말이죠. 취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교회였습니다. '교회를 떠나 교회가 되다' 두 번째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영혼을 갉아먹는 정죄와 반대

이제는 보통의, 평범한 교회에서도 '동성애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는 기본값처럼 돼 버렸습니다. 한국교회가 마치 '반동성애 독재' 시대처럼 돼 버린 현상을 보며, 저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런 메시지가 교인들의 영혼을, 삶을 풍요롭게 할까?'

아닐 것 같았는데, 뜰교회 교인들을 인터뷰하며 더욱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누군가를 정죄하고 반대하는 말들은 교인들의 영혼을 피폐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런 주장이 거짓에 근거했다면 더 말할 것도 없죠. 현재 교계에 퍼져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은 대부분이 왜곡·과장됐으니까요.

"행복하지 않았다"

뜰교회 교인들은 수년간 지속된 반동성애 및 극우 정치 편향 설교를 들으며 예배의 감격과 은혜를 빼앗겼습니다. 이미 메말라 버린 상태였지만 몇 년을 참고 버텼습니다. 다른 교인에게 이야기하면 '목사님 험담'이 될까 싶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였습니다. 그렇게 더 이상 못 견딜 정도가 될 때까지 교회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행복하지 않았다"는 말이 참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이들의 행복하고 싶은 마음은 단지 '예수 믿었더니 모든 일이 잘 풀리더라'는 얄팍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말씀의 은혜, 예배의 감격으로 한 주 한 주 살고 싶었던 것뿐이었습니다. 영혼이 피폐해져 가면서도 자신을 탓했던 교인들은 결국 '내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삶이 뿌리째 뽑히는 것 같지만

"아마도 우리 같은 사람이 많을 거예요." 김정자 집사는 말했습니다. 그는 어느덧 50대 후반의 나이가 됐습니다. 떠나온 교회에서 23년을 섬겼죠. 그러다 보니 교회를 떠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수십 년을 다닌 교회는 단지 신앙생활만 하는 장소는 아니니까요.

저도 나이를 먹다 보니 그게 무슨 말인지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당장 경조사만 해도 문제지요. 20~30년 한 교회를 열심히 다니다 보면, 교회는 그야말로 삶의 터전이 됩니다. 그런 교회를 떠난다면, 그것도 원치 않은 이유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면, 삶이 뿌리째 뽑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입니다.

목회자들의 책임감 없는 언행, 정죄와 죄책감만 주는 교회 분위기, 이런 이유로 마음이 떠난 지 오래지만 어쩔 수 없이 교회에 붙어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단지 적지 않은 나이에 삶의 터전을 옮길 자신이 없어 못 떠나는 것뿐. 여기까지 생각하면, 참 교회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마음이 저려 옵니다.

뜰교회 이야기는 '교회를 떠나도 삶은 계속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행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이제 2년이 갓 넘은 뜰교회가 어떻게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부디 교인분들이 바라던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혹시나 처치독 구독자님들 중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이 있다면, 이 기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편집국 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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