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님.

다가오는 여름을 맞아 2주 전 에어컨 필터를 청소했습니다. 숨고에서 '고수'를 모셔다 싹 청소를 했는데요. 정성을 다해 청소하시는 모습이 감명 깊어, 장인어른 집 에어컨 청소도 부탁드리려고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동네가 너무 멀다며 난색을 표하시길래, 만 원 더 드리면 오실 수 있느냐고 했더니, 말투가 확 달라지면서 그러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며칠 전에는 집 근처 지하철역 앞에서 전기 구이 통닭과 바베큐를 파는 사장님을 봤는데요. 지난해 추석까지 같은 자리에서 장사하셨는데, 추석 연휴를 앞두고 차량에 있던 가스통이 터져서 한동안 장사를 접으셨거든요. 다시 나오신 걸 보니, 새로 장비를 장만하신 것 같았어요. 명절을 앞두고 바닥에 나뒹구는 꼬챙이들을 보며 망연자실하시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잊지 못했는데, 마음이 참 묘했습니다. 자주 잊고 살지만, 세상에는 정말 5000원, 만 원이라도 더 벌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고, 최선을 다해 사는 분들이 많다는 걸 새삼 느끼는 계기였어요.

신학교를 나왔지만 목사가 되지 않기로 마음먹었던 이유 중 하나는, 도저히 성실한 목사가 될 수 없을 것 같아서였어요. 흔히 말하는 "시장에서 나물 팔아 번 돈으로 드린 할머니 권사님의 헌금"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오래전, 입대를 앞둔 제게 교회 한 권사님이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와 5000원짜리 몇 장을 쥐여 주시며 잘 다녀오라고 하셨던 기억도 나네요. '권사님에게 얼마나 큰돈인지 나는 잘 알고 있는데, 그런 분들 앞에서 성실할 수 있을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쩌다 보니 여러 독자님들이 보내 주시는 후원금으로 월급을 받고 있는데요. 목회와는 다르지만, 독자님들이 매번 보내 주시는 후원금은 그만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갖게 해요. 때로는 '도망치려고 했더니 더 큰 산을 만난 건가' 싶은 마음도 듭니다(…). 좀 처지거나 나사가 풀린 것 같을 때는 후원 메시지를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습니다. 올 한 해도 돈 많이 들어갈 여러 기획 기사가 있는데요. 늘 걱정하지 않고 취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 모아 주시는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려요. 이상 에어컨 청소 기사님과 전기 구이 사장님을 보며 든 생각이었습니다.

편집국 승현

사역자들

지난 6월 12일, 여성 사역자 네트워크 파티 '함께 걷는 길'을 열었습니다(처치독에서도 광고를 많이 보셨죠?). 여성 목사·전도사 2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통합,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대한성공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여러 교단에서 찾아와 주셨습니다.

여성들이 모인 이유

· 지난해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기획 기사 '비하인드 스토리 - 여성 안수 투쟁사'의 후속 모임이었습니다.
· 원래는 인터뷰이로 참여한 분들을 초청해 서로 교제를 나누고 감사를 표하려고 했는데요.
· 계획을 바꿨습니다. 기획을 진행하면서 여성 사역자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알게 됐거든요.
· 교단을 막론하고 남성 목회자 비율이 높고, 이들을 중심으로 사역이 돌아가니, 소외감이나 고립감을 느끼는 여성 사역자들이 많다는 겁니다.
·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허심탄회하게 각자의 고민과 경험을 나누는 대화의 자리를요.

끝나지 않은 여성 안수

· 여성 안수는 어찌 보면 지나간 이슈라고 할 수 있어요.
· 일부 교단을 제외한 주요 교단에서는 여성도 목사·장로가 될 수 있으니까요.
· 여성 안수 관련 인터뷰를 요청할 때, 한국기독교장로회 김지선 목사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왜 이 문제를 다루느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 하지만 여성 안수가 완전히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비록 제도는 바뀌었지만 문화는 바뀌지 않았거든요.
· 뿌리 깊게 박힌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여성 사역자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여성도 교회의 주체인데

· 여성 안수를 도입하지 않은 교단도 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이 대표적이죠.
· 예장합동을 대표하는 신학교인 총신대학교에서 여성 리더십과 여성 안수를 강조해 오다가 부당 해고를 당한 강호숙 박사는 교단을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요.
· 건전하고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지면 그나마 나을 텐데, 반대하는 이유를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 강 박사는 "여자가 어떻게 기저귀를 차고 강단에 오를 수 있느냐"는 여성 안수 반대 논리(?)를 지적하면서,
· "그럼 저처럼 폐경한 여자는 올라가도 되는 건가요? 월경 전인 여자들은 올라갈 수 있는 건가요?"라고 반문했습니다.

젊은 교역자들의 고민

· 1980~1990년대생 사역자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신학교에 남아 있는 성차별적인 문화와 의식을 지적했는데요.
· 그런 현실을 목도하며 과연 목회를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가 많다고 했습니다.
· 실제로 다른 길로 떠나는 이들도 있고요.
· 또 다른 고민은 젊은 여성 사역자에게 과도하게 대표성을 부여하는 분위기라고 했습니다.
· 그런 시선에서 마치 자신들이 실패하면 여성 전체가 실패하는 것 같은 또 다른 부담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 기사에는 싣지 못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한 참석자의 말씀도 많이 와닿았어요.
· 가사 노동과 육아, 교회 사역을 병행하기 너무 힘든데, 이런 고민을 사역자들과 나눌 기회가 많지 않다고요. 

연대가 변화를

·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고충을 털어놓으면서 신세 한탄만 했던 자리는 아니었으니까요.
· 이날 모인 여성 사역자들은 당당했고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 '여성 목사'라는 당시에는 없던 개념을 만들고, 단단한 차별의 벽을 허물어뜨린 변화와 개혁의 주체였으니까요.
· 김지선 목사는 여성들이 연대하고 계속해서 싸운 결과, 지금의 제도 변화를 일으켰다고 했습니다.
· 마찬가지로 지금 겪고 있는 문제도 연대와 운동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실제로 여성들은 교단별로 '여교역자회', '여신도회', '여동문회' 등 여러 연대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 교단을 초월한 대안적인 모임이나 그룹도 있고요.
· <뉴스앤조이>도 이분들과 함께 사역자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역기획국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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