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이 좀 더 낮아지는 사회와 교회를 위해

요즘 저의 화두는 '이동권'입니다. 평소 이동권의 '이'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나니 이동권 보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비장애인이 무슨 이동권 타령하느냐'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제가 경험 중인 현실은 만만하지 않더군요.

자동차가 없다 보니 대중교통(특히 전철)을 이용하는데요. 성인 혼자 움직이는 건 일도 아니지만, 아이가 탄 유아차를 끌고 가는 건 쉽지 않더군요. 집에서 전철역까지 가는데 무수한 '턱'을 지나야 합니다. 간혹 다른 턱보다 1cm 정도 높은 '장턱'을 마주하기도 하는데, 체중을 실어 유아차 앞바퀴를 들어올린 후 넘어가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들이밀면 유아차가 들리거나 아이가 앞으로 튕깁니다(안전벨트 필수!).

여차여차해서 전철역에 가면 엘리베이터를 이용(그것도 2번)해야 합니다. 한데 너무 좁고 느린 데다가 경쟁률(!)이 치열합니다. 전철역 엘리베이터는 70대 이상 어르신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전철을 타도 끝이 난 게 아닙니다. 다음 목적지에서도 엘리베이터를 찾아야 하고, 다시 무수한 턱을 지나야 합니다. 살면서 이동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고심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 덕에 이동권 보장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데요. 나아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투쟁 시위를 머리로만 이해해 왔는데, 지금은 몸으로 느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전장연의 이동권 투쟁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영·유아, 어르신, 다친 사람 등 교통 약자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턱을 낮추기 위해 애쓰는 전장연이 있어서 참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자그마한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소액 정기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세상에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지 않는 무수한 턱이 존재합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뉴스앤조이>는 교회 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턱을 낮추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러할 것입니다. 바라기는 독자 여러분께서 기도와 물질(정기 후원!)로 함께해 주시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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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용필

교회를 떠난 교회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

"이분들 마음이 정말 찢겨 있더라고요."

법원에서 인천새소망교회 임시당회장으로 선임된 박성철 목사가 1년 전 인터뷰에서 했던 말입니다. 어찌어찌 인천새소망교회 피해 교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들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당시 아들 목사의 '그루밍 성폭력' 사건으로 김영남 담임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던 교인들은 교회에서 쫓겨나 무려 3년 반 동안 길거리에서 예배를 했다고 합니다. 그 마음이 어떨지 저도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동시에 저는 제가 뭔가 놓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사실관계를 분명히 해야 하는 '기사'라는 형식의 특성상, 저희는 교회 분쟁을 육하원칙에 따라 정리합니다.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그에 대한 처분은 어떻게 돼야 하는지, 그 절차는 어떻게 되고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등, 보도는 주로 분쟁 양상에 따라 전개됩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죠.

그런 보도가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입니다. '교회 분쟁'이라는 말 속에는 교인들의 가늠할 수 없는 눈물과 절망, 상처와 아픔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알고는 있었습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사건 안에는 교회 때문에, 목사 때문에 '찢겨 버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투사가 아닌 예배자

5월 15일 첫 기사가 올라간 '교회를 떠나 교회가 되다'라는 기획은 위와 같은 계기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몇 년 전부터 편집회의에서 "교회 분쟁 때문에 다니던 교회를 떠나 다른 공동체를 만든 경우를 취재해 보자"는 말이 나왔는데, 선뜻 시작을 못 하고 있기도 했고요.

첫 교회는 정해져 있었습니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를 빼고 한국교회의 분쟁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대형 교회 중에서도 '제자 훈련'으로 양과 질을 동시에 잡는다는 평을 받았던 사랑의교회. 그런 사랑의교회가 어떻게 망가져 왔는지는 그간 수많은 기사로 다룬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간의 보도들을 찬찬히 보고 있자니, 사랑의교회 분쟁 역시 법적 공방 위주로 보도됐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집사님, 그런데 정작 집사님 신앙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네요."
"허허, 제 신앙은 뭐 별 볼 일 없어요."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김근수 집사와 저는 서로 멋쩍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사랑의교회 분쟁이 지속된 지난 10년간 김근수 집사와는 숱하게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갱신공동체의 근간이었던 '마당 기도회'를 처음부터 주도해 왔고, 갱신위원회 총무였으며, 현재 갱신공동체 운영위원장인 김근수 집사는 저희의 핵심 취재원이라고 할 수 있죠. 생업보다 교회 일에 더 신경 쓰는 그를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사랑의교회 사건으로 그가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신앙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이런 이야기는 해 본 적이 없더라고요. 그와 3시간 넘게 이야기하며 사랑의교회 사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취재차 찾아간 갱신공동체 예배에서, 찬양을 부르고 기도하는 그의 모습이 새삼 진지해 보였습니다. 저에게 김근수 집사는 '투사' 혹은 '탐정'(?)의 이미지인데, 그전에 그 또한 한 사람의 '예배자'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기로에 선 갱신공동체

올해는 마침 마당 기도회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는 이제야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인지 뜻을 모아야 하는 때를 맞았습니다. 7년간은 오정현 목사 측과의 투쟁이 제1순위였죠. 2020년 1월 합의한 후로 바로 코로나19가 터져 3년이 지나갔습니다. 엔데믹을 맞은 지금에야 합의 기간인 2026년 혹은 2028년까지, 아니 그 이후로도 어떤 공동체로 존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입니다.

사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는 그간 외부에서 많은 기대와 비판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오정현 목사의 회개를 촉구하는 것을 넘어, 한국교회 개혁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진정한 '갱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정현 목사의 회개'라는 공동의 목표가 사라진 지금, 갱신공동체는 어떤 길을 가게 될까요? 어떤 길을 가든지, 그것이 한국교회 분쟁사에 큰 궤적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다음 교회는

이건 여담인데요. 제가 취재하고 기사를 쓰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렸습니다. 마침내 첫 기사를 내보내는 날짜를 확정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전날 오정현 목사의 장남 오기원 목사가 서울 방배동에 개척 예배를 하더군요. 오랜만에 연일 사랑의교회 이야기가 <뉴스앤조이> 톱 기사로 오르게 됐습니다. 사랑의교회 한 관계자가 갱신공동체 교인에게 "짜고 치냐"고 했다던데, 정말 우연입니다ㅎㅎ(어쩌면 이것이야말로 하늘의 뜻일지도…).

여튼 사랑의교회 이야기는 세 번의 연재로 끝났습니다. '교회를 떠나 교회가 되다' 첫 번째 이야기가 초대형 교회였다면, 두 번째는 '초미니 교회'입니다. '분쟁'까지는 아니지만 교회에서의 여러 갈등으로 기존 교회를 떠나 새로운 교회가 된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다음 기사도 많은 기대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국 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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