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코로나19 이전 모습을 복원하는 중이다. 서로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흩어졌던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 예배하기 시작했고, 교회 운영에 관한 논의도 활기차게 재개하고 있다. 교회의 일상도 서서히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한자리에 다시 모여 교회 운영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자, 그동안 은폐돼 온 갈등 요소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김종미·남오성·임왕성) 부설 교회문제상담소의 상담 건수 증가 추세가 이를 보여 준다.

교회 문제는 지역에 국한돼 있지 않다. 교회가 존재하는 전국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비교적 젊은 연령이 많고 해결을 위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수도권 지역 교회는 도움을 받기 수월하다. 반면 비수도권 교회는 그렇지 못하다. 교회 개혁을 위한 담론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교회 개혁을 위한 강의들은 주로 수도권에서 열린다. 비수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현장 강의를 접할 기회가 적다. 온라인을 통한 강의들이 있지만 분명 한계가 있다. 실제 개혁연대와 연결된 비수도권 교회 목회자·교인들은 거리상의 이유로 강의에 참석할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했고, 지역 교회를 위한 강의나 세미나 개최를 요청해왔다.

지역 순회 워크숍 '교회, 변화를 꿈꾸다'는 이러한 이유로 기획됐다. 비수도권 교회 목회자·교인들이 유익한 강의를 현장에서 직접 듣고, 각자 품고 있던 교회에 관한 고민을 묻는 자리로 구성했다.

워크숍 첫 번째 지역은 광주광역시(광주다일교회)였다. 교회 개혁과 문제 예방 및 해결을 위한 주요 담론이라 할 수 있는 '민주적 운영', '교회 법률', '교회 재정'을 강의 주제로 정했다. 정성규 목사(교회문제상담소 소장), 강문대 변호사(법무법인 서교), 최호윤 회계사(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가 강의를 맡았다.

1. 민주적 교회 운영 이야기:
정성규 목사

만인 제사장적 교회를 구현하기 위한 고민

정성규 목사는 민주적인 교회에 관한 논의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민주적 교회에 관한 고민은) 한국교회가 지역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 또 교회가 어떻게 미래 지향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지, 교회가 하나님나라를 사회에 어떻게 펼칠 수 있을지 관한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교회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다.

현재 한국 대다수 교회는 대의 민주주의를 표방한다. 장로교의 경우 당회라 불리는 장로와 목사로 구성된 회의체에서 교회 운영에 관한 주요 사안을 계획하고 결정한다. 물론 재직회나 공동의회에 최종 승인을 받지만, 이미 당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한 내용을 반대하기란 쉽지 않다. 전형적인 '톱 다운(Top-down)'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정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예인교회는 숙의 민주주의를 선택했다. 숙의 민주주의는 구성원이 충분한 정보 공유와 비판적 숙고를 통해 합의에 이르는 민주적 절차를 따른다. 정 목사는 "종교개혁자들이 말한 '만인 제사장'을 교회 운영에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숙의 민주주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예인교회는 교회 전체 논의가 필요한 안건이 생기면 운영위원회에서 각 소그룹마다 안건에 관한 의견 수렴을 요청한다. 각 소그룹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의견을 정리한다. 취합된 의견은 소그룹 대표인 '섬김이'를 통해 운영위원회에 전달된다. 운영위원회는 소그룹에서 제시한 의견을 교회 운영에 반영한다. 이후 피드백도 이뤄진다. 예인교회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교회 정회원이라면 누구나 논의 구조에 참여할 수 있는 '교인 중심'의 교회 운영을 시행하고 있다.

정성규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예인교회는 만인 제사장적 교회 운영을 위해 숙의 민주주의를 선택했다.
정성규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예인교회는 만인 제사장적 교회 운영을 위해 숙의 민주주의를 선택했다.

시간은 걸리지만 모두가 참여 가능

숙의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의견을 수렴하고, 수렴된 의견을 취합하고, 취합된 의견 중 우선순위를 정해 운영에 반영하는 등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정 목사는 안건을 교회 운영에 반영하기까지 최소 2주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걸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만큼 교인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교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첫 단계부터 개진할 수 있기 때문에, 소위 '발언 강자'라 불리는 사람에 의해 의견이 무시당하지 않는다. 또 자신이 제시한 의견이 다수가 동의하는 것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어, 의견이 반영되지 않더라도 납득할 수 있다.

정성규 목사는 이러한 과정을 만드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신본주의에 그르지 않는다는 것을 교인에게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설득을 위한 긴 과정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교인들에게 숙의 민주주의를 이해시키기 위해, 먼저 민주주의는 신본주의의 반대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신본주의의 반대는 인본주의라고 말했다. 독재도 신본주의의 반대라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서 오해하고 있는, 자신의 민원이 해결돼야 의사 결정이 제대로 진행된다고 믿는 '민원주의' 역시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말했다."

정 목사는 이렇게 민주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역으로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그는 민주주의에 관한 개념을 교인들이 점차 받아들이자 다음 단계로 대의 민주주의와 숙의민주주의를 설명했고, 숙의 민주주의가 성경의 진리에 어긋나지 않다는 것을 이해시켰다고 말했다.

정 목사의 답변에서 알 수 있듯이 숙의 민주주의의 실현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적용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교인이 참여하는 교인 중심의 교회 운영 구조를 만들기 위해 시도해 볼 만하다.

2. 건강한 교회 법률 이야기:
강문대 변호사

두 번째 순서로 강문대 변호사가 교회 법률에 관한 강의를 이어 갔다. 강 변호사는 교회의 법률 분쟁이 이제 '목사 대 교인'에서 '교회 대 노회', '노회 대 노회' 그리고 '교인 간' 분쟁까지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법원은 교회 분쟁 개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법원은 판례를 통해 '교회의 교리적 문제는 판단하지 않고 절차적 하자가 있더라도 정의 관념에 심하게 반하지 않으면 무효라고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언급하며, 교회 분쟁으로 소송을 제기해도 '각하결정'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교회 분쟁은 일반 분쟁보다 조정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에서 대립이 발생하면 각자가 생각하는 정의 관념에 매몰되기 때문에, 조정 자체가 어렵다. 화해로 끝나는 경우도 있으나, 지역사회에서 교회 이미지가 매우 나빠지고 나서야 비로소 수습이 된다"고 말했다. 교회 법적 분쟁은 최종 결론에 이르더라도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교단 탈퇴, 징계, 목사의 지위 등
구체적 사안에 관한 법적 판단 기준

강문대 변호사는 구체적 사안을 통해, 법원에서 교회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설명했다. 먼저는 교단 탈퇴다. 교단의 헌법이나 정관을 기피하기 위해 혹은 교단의 비합리적인 태도로 인해 개교회가 소속 교단을 탈퇴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러나 교단 헌법에는 개교회의 탈퇴에 관한 구체적인 절차가 명시돼 있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종종 법적 분쟁이 생긴다. 강 변호사는 교단 탈퇴 규정이 교단 헌법이나 정관에 없으면, 교회 재적의 ⅔ 동의로 탈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교단 탈퇴를 소속 교단의 헌법 혹은 정관을 따르지 않겠다는 결정과 동일하다고 본다. 따라서 정관을 변경하는 절차와 동일한, 구성원의 ⅔가 동의한다면 법적으로 탈퇴가 가능하다."

강문대 변호사는 교회 분쟁에 관한 다양한 법률 사건을 맡아 왔다.
강문대 변호사는 교회 분쟁에 관한 다양한 법률 사건을 맡아 왔다.

교회의 당회나 노회의 징계를 무효로 하기 위한 소송도 많다. 강 변호사는 법원이 교회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소송을 준비할 때는 징계가 교리적 문제인지 정의 관념에 대단히 반하는 사안인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징계가 아닌 교단의 처분을 받았을 때도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강 변호사는 "처분에 관련된 소송은 법원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다룬다. 이유는 징계는 종교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처분은 행정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교회 상담을 하다 보면, 목사의 지위(해임)에 관해 문의하는 내담자가 많다. 교인들도 많이 헷갈리는 부분이다. 강 변호사는 정관이 없는 이상 위임 청빙된 목사를 교회가 불신임(해임)하는 것은, 목사가 사임서를 제출하거나 재판을 통해 징계받지 않는 이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일례로 ○○교회 △△△ 목사가 강단에서 자신의 사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목사는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았다. 교인은 노회를 상대로 목사의 해임 절차를 진행하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아쉽게도 법원은 '사임은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목사의 지위는 유지된다'고 판결했다(다만 재판부는 목사라는 직분에 걸맞게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말에 책임 있게 행동하라며 목사에게 일정 기간까지 사임서를 제출하도록 권고했다)."

강문대 변호사는 이외에도 법원을 통해 공동의회를 여는 방법과 재정을 열람하는 방법 등 교인이 교회 운영에 관련된 회의나 문서를 개회하고 확인할 수 있는 법적 방법을 일러 줬다.

광주 지역의 목사와 교인이 워크숍에 참석했다.
광주 지역의 목사와 교인이 워크숍에 참석했다.
3. 건강한 교회 재정 이야기:
최호윤 회계사

마지막으로 최호윤 회계사가 교회 재정에 관해 강의했다. 그는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재정이 투명하다는 것이 교회 재정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재정의 사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무엇이 미비한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 재정이 투명하면 외부에서 공격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두려움이 있는데,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으면 교회가 내부적으로 썩어 가도 개선할 수 없다"며 투명성의 목적이 교회 재정 운영의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계사의 강의는 사전 질문과 현장에서 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주요 질문과 답변이다.

- 교회 재정이 건강하다는 표징 혹은 특징은 무엇인가.

"표징이라기보다는 다음의 원칙대로 운영돼야 교회 재정이 건강해진다. 첫 번째 원칙은 교회 재정의 주인은 하나님이고, 교회 공동체는 하나님의 재물을 맡은 청지기라는 사실을 잊지는 않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재정 운영 절차에 교인 모두가 관심 갖고 참여하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당회에서 교회 예산을 정하고, 정한 예산에 맞춰 각 부서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방식 때문에 교회 구성원이 재정 운영에 참여하기 힘들다. 각 부서에서 추구하는 사업 방향성을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비용 소요를 추정해 전체 예산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교인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 교회 예산 규모가 적어 예산 항목을 세우는 것 자체가 어렵다.

"'예산의 항목을 세운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어렵다. 그러나 교회가 내년에 사용할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한다'고 생각하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덧붙여 수입이 적은 사람일 수록 계획성 있는 지출이 필요하듯, 예산이 적은 교회일수록 재정 운영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 교회의 여력이 되지 않아 내외부 전문가를 통한 회계감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방법이 없을까.

"교회 회계감사를 기업이나 비영리법인에서 진행하는 회계감사로 생각하니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단계를 나눠 생각하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결산 단계에서 '결산을 주보나 홈페이지에 공지한다'는 규칙이 있으면, 그에 맞게 진행됐는지 확인하면 된다. 예산 지출 단계에서 승인이 절차에 맞게 진행했는지, 예산 변경이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경정 절차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면 된다. 즉, 교회가 자체적으로 세운 재정 운영 규칙에 따라 단계별로 예산이 절차에 맞게 지출 및 보고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회계감사다.

참고로 감사는 1년에 한 번 예·결산을 위해 위임하는 것이 아니다. 1년 동안 감사를 둬서 수시로 공동의회나 재직회에 재정 운영 미비점을 보고하게 하고, 재정 집행 과정에서 자문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최호윤 회계사는 교회 현장의 고민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강의했다.
최호윤 회계사는 교회 현장의 고민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강의했다.

- 복지 단체의 회계 처리를 기준으로 교회 회계 업무를 하다 보니 증빙 자료가 계속 쌓여 간다. 방법이 없는가.

"회계 업무를 복지 단체 기준으로 하면 한국 제지 산업에 일조한다. 복지 단체는 지원을 받아 사업을 하고 그것에 관한 세세한 자료를 증빙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 그러나 교회는 그렇지 않다. 지출을 하다 보면 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없어 사용자의 기록만으로 증빙해야 할 때도 있다.

교회 재정 운영은 신뢰 관계하에 이뤄진다. 따라서 재정의 사용처, 사용 이유, 정당성을 증명할 수 있다면 종이 영수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다. 단, 방식을 정하는 데 있어 교회 구성원 간 합의가 필요하다."

지역순회워크숍은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지역순회워크숍은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2015년 이후 다시 시작된 지역 순회 워크숍 '광주' 편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워크숍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참여자들이 강의를 통해 각 교회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또한 광주·전남 지역 교회들이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네트워크를 맺고, 개혁연대와 함께 교회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협력하기를 기대한다.

*본 강의는 개혁연대와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유튜브 채널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주은 / 교회개혁실천연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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