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지금 저는 사순 제8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묵상이 주는 유익이 때를 가리지는 않겠지만,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 부활이라는 신앙의 핵심 요소를 기억하고 되새기며 새롭게 거듭나는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그리스도교 전통이 오래도록 지켜 온 이 절기에는, 특히나 가만히 호흡을 가다듬고 묵상하는 시간이 주는 유익이 큰 것 같아요.

저는 요즘 비아 출판사에서 펴낸 <주여, 우리를 구원하소서>라는 묵상집을 활용해 틈틈이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오늘 만난 기도문이 매우 와닿아서 독자님에게도 나누려고 합니다.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1927~2012)라는 가톨릭 추기경이 쓴 기도문인데요. 이 기도문을 따라 읽으며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자들의 일상, 내 앞에서는 밝게 웃었지만 내가 보지 못하는 어딘가에서는 말 못 할 고통과 두려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누군가의 일상에 마음을 포개 보았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내일을 이 기도문과 함께 열어 보는 건 어떠실는지요?

"날마다 다시 하루가 시작되어도, 이렇게 다시 시작하는 것이
어떤 이에게는 쉽고, 아릅답고, 희망차게 다가오지만
어떤 이에게는 어려우며,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한 것임을
우리는 압니다.
심각한 가난과 빈곤으로 허덕이는 곳에서 어렵게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을 기억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가오는 하루를 큰 두려움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요.
오 주님, 그들 모두와 하나가 되고자 합니다.
하루를 시작하며 당신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기쁨을
당신께 바칩니다.
하루를 시작하며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어려움과 무게 역시
당신께 바칩니다.
오늘 이날을 당신의 성스러운 이름 안에서 시작하여,
성령의 능력 안에서 사는 날이 되게 해 주시고,
당신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하루가 되게 하소서.
아멘."

사역기획국 은석

처치독 리포트

투자 사업 설명회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서울의 호텔 연회장에 앉아 W그룹 사업 설명회를 세 시간이나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 어떤 투자 사업인가: 지난 1월, 폰지 사기 의혹을 받는 W그룹의 대표가 침례교 목사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W그룹은 55만 원을 내고 '이○○' 어플 내 광고 이용권 NFT만 구입하면, 일평생 W그룹 사업 수익의 40%를 매일 1/n(약 1만 7000원)로 나눠 준다며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었어요.

취재하면 할수록 의아한 점이 많더군요. W그룹 회장 전 아무개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는데, 그는 연락을 받지 않았어요. 결국 전 목사를 직접 만나기 위해 설명회에 참석하게 됐어요.

· 설명회에는 누가: 결혼식을 알리는 팻말을 지나 한 대형 홀 앞으로 W그룹 현수막이 보이더군요. '나는 설명회를 듣고 투자하러 온 사람이다'라고 속으로 되뇌며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족히 수백 명은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연회장에 수많은 사람이 들어차 있었거든요. 기대감에 들뜬 얼굴들 대부분은 장년·노년층으로 보이더군요.

· "배당금은 축복?": 한 참석자와 인사를 나눈 뒤 어떻게 W그룹을 알게 됐는지, 투자 현황은 어떤지 조심스레 물었어요. 그러자마자 제게 "혹시 안티 아니냐"고 되묻더군요. 인터넷 모 카페 회원들이 W그룹에 대한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공격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교회 권사인 자신은 W그룹 전 목사가 '영적인 스피릿'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매주 유튜브에 올라오는 전 목사의 새벽 예배 설교를 찾아 듣고 있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열성적으로 제게 투자를 권유하더군요. 전 목사가 운영하는 W그룹 사업에 투자해 배당금을 얻는 것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축복'인 듯 말이죠.

· 부흥회 같은 사업 설명회: 그 권사를 비롯해 참석자들은 전 목사가 강연하는 내내 환호성을 지르고 손뼉을 쳤어요. 전 목사는 세 시간 동안 투자 상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보다는 자신의 어린 시절, 목회 활동, 비전, 회사 구조와 계열사들의 가치 등을 설명했는데요. W그룹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노아의방주'가 될 건데, 방주 티켓값은 부가세 포함 55만 원이라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어요. 이곳이 사업 설명회장인지, 부흥회장인지 헷갈릴 정도였어요.

· 전형적인 유사 수신 행위: 취재 전 편집국 선배들이 '가서 홀리고 오지 말아라'라고 우스개를 던졌지만, 긴 시간 강연을 듣고 있자니 저도 긴가민가했던 게 사실입니다.

W그룹이 지분을 가진 블록체인·코인·AR·VR·메타버스 관련 사업체 등을 언급하며 관련 공장도 곧 견학시켜 주겠다고 하고, 당장 몇 주 뒤 복합 휴양 시설인 K온천랜드가 개장할 거라고 자부하니까요. 투자 경험·지식이 부족한 저는 한때 속는 셈 치고 W그룹에 투자해 직접 배당금을 받아 볼까 고려하기도 했습니다.

후에 금감원 관계자, 과거 금융 사기 피해자, W그룹 투자 해지자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전 목사의 이야기가 '유사 수신(폰지 사기)'의 전형적인 멘트와 유사하다는 걸 알게 됐지만요.

· W그룹 회장 목사의 수상한 과거: 전 목사는 과거 사기 사건에 연루된 전력도 있는데요. 그는 W그룹을 운영하기 전에 C그룹을 운영했습니다. C그룹은 외부 원료 없이 스스로 전기를 발전하는 '무한 동력기'를 개발했다면서 투자자와 관련 상품을 유통할 대리점을 모집했는데, 결국 무한 동력기는 개발하지 못했죠.

현재 W그룹이 계열사나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은 C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모두 뚜렷한 수익성이 보이지 않는 신기술을 내세우고, 피라미드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 등에서요. 심지어 전 목사가 사업 수익을 위기 가정 청소년들에게 기부하겠다며 2019년 설립했다는 비영리 재단은 법인으로 등록돼 있지도 않고요.

· 전 목사의 입장은?: 설명회 직후 전 목사를 만나 유사 수신 의혹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는 안티 세력들이 W그룹을 근거 없이 비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어요. 소속 목회자와 교인들을 향해 W그룹 투자 '주의' 조치를 내린 교단을 향해서는 밑도 끝도 없이 "정치 목사들"이라며 비난하더군요. 왜 자꾸 사기 의혹이 뒤따르는 것이냐고 묻자, 전 목사는 다음 일정이 있다며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 다단계에 빠지는 이유: W그룹을 취재하는 동안 '왜 이런 곳에 많은 사람들이 빠질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일반적으로 모든 투자에는 언제나 손실 가능성이 있기 마련이고, 무조건적인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는 사업은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취재를 도와준 관계자들에게도 물었습니다.

그중 금융 사기 피해자를 지원해 왔다는 B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다단계 금융 사기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일할 기회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고독한 노년층이 쉽게 빠지고, 주변 사람들도 잘 연루된다고요. 여기에 종교와 신앙심이 결합된다면 더 말할 것도 없겠죠.

· 기존 투자자들 근황: 그래서 W그룹은 지금 어떻게 됐냐고요? 개발하던 사업에서 수익이 났다는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어요. 현금으로 지급하던 수당은 점점 금액이 줄어들더니 3월부터는 디지털 상품권으로 지급된다고 해요. 그럼에도 전 목사는 광고 이용권을 65만 개(약 3500억 원 상당) 판매했고, 이제 100만 개를 달성하겠다고 홍보하며 투자자를 계속 모집하고 있습니다. 판단은 투자자들의 몫이지만, 그가 모는 방주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은 분명해 보이네요.

편집국 수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