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땅의 남은 자들과 사랑으로 어깨동무하고 교회 개혁의 길을 힘차게 걸어가기를, 나아가 교회 개혁을 통해 하나님나라를 이 세상에 이루어 가기를 다짐하며, 다음과 같이 외칩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창립 20주년 기념 선언문 중)

지난 11월 26일 토요일, 감리교신학대학교 100주년기념관 중강당에서 열린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남오성·윤선주·임왕성·최갑주) 창립 20주년 기념행사의 피날레는 다짐을 새롭게, 굳세게 하는 것이었다. 2002년 11월 24일 산정현교회에서 창립총회를 연 후 20년간 교회 개혁과 사회 개혁을 위해 달려온 개혁연대의 발자취를 되짚으면서도, 이 운동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달려온 2022년이다.

<뉴스앤조이>의 요청으로 지난 한 해 동안의 기록을 간단하게 남긴다. 기획자이자 실무자로서 홀로 가슴에 담아 둬야 했던 현장의 이야기가 박제되듯 남을 것이다. 행사가 끝나면서 덜어 낸 부담감을 다시 주워 담은 듯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혹여 이 글을 통해 누군가 교회 개혁, 그 길을 이어 갈 마음이 일어난다면 이 또한 지금 내게 주어진 소명이리라.

개혁연대 창립 20주년 기념식 '교회 개혁, 그 길을 잇는 사람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개혁연대 창립 20주년 기념식 '교회 개혁, 그 길을 잇는 사람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2020년 '잇다&있다' 캠페인

개혁연대 창립 10주년의 주제는 '교회 개혁,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었다. 이번에 창립 20주년을 준비하면서도 그 방향은 변함없었다. 지금 우리가 걷는 걸음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은 이미 2020년 12월 '잇다&있다' 캠페인에서부터 표현됐다.

개혁연대 회원들의 후원은 교회 개혁이라는 소망을 지탱해 주는 씨줄과 날줄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것을 바꾸었고, 혼란스럽게 했으며,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게 했다. 후원 지표가 줄어들고 있었다. 이제 곧 창립 20주년을 맞이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려야 하는데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잇다&있다' 캠페인이었다. '이어 가는 것'이 '있게' 하는 존재론적 이야기의 출발이었다.

교회 개혁 운동이 미래에도 존속할 수 있게 하는 현재의 선택은 '이어 가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화려한 성취를 이루거나 주류가 될 수 없는 교회 개혁 운동의 정체성은 비난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어 가는' 누군가를 통해 존재한다. 교회와 시대를 향한 예언자적 외침은 예언자의 노쇠와 죽음으로 사라지지 않고, 예언자의 소명을 이어 가는 이들로 인해 이어진다. 개혁연대 창립 20주년은 이 믿음에 기반해 출발했다.

2022년 정기총회
'다시 20년, 이어 달립니다'

개혁연대 창립 20주년이 되는 2022년 1월, '다시 20년, 이어 달립니다'라는 다짐을 바탕으로 정기총회를 열었다. 많은 이의 눈물과 헌신으로 교회 개혁 20년의 길을 걸었고, 이제 다시 20년을 시작할 것이라는 굳은 마음의 표현이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교회의 현실을 지적한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평화와 미래를 꿈꾸며 이야기를 나눈 김가연 실장(피스모모 리서치랩)의 이야기가 교회 개혁 운동을 이어 가기 위한 하나의 지표가 돼 줄 것이라 생각했다.

총회에서 결의된 2022년 사업과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고민에서 출발했다. 첫째, 개혁연대의 오늘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내일로 이어 가기. 둘째, 교회 개혁에 대한 세대 간의 간극을 줄이고 이어 가기. 셋째, 소위 복음주의 운동과 에큐메니컬 운동이라고 부르는 운동을 이어 가기. 마지막 넷째,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일까 생각하기. 이 네 가지 고민이 담긴 한 해의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오늘을 성찰하고 내일로 이어 가기

창립 20주년 기념 연속 포럼 '다시 20년, 이어 달립니다'는 총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개혁연대의 주된 운동 네 가지에 맞춰, 개혁연대 외부에서 바라보는 객관적 시선을 이야기하는 장이었다. 발제자 9명은 개혁연대가 걸어온 지난 20년에 큰 의미 부여하면서도 뼈아픈 지적을 서슴없이 말했다.

'지식의 저주', 어쩌면 우리는 이 함정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20년간 교회 개혁을 외쳐 왔으니 이제 한국교회의 교회 개혁 의식 수준이 높아졌을 것이라는 착각에서 오는 느슨함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개혁연대의 사업 속에서도 누군가의 소외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뼈아팠다. 교회 개혁이라는 의제가 특정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경계를 세워 교회를 지키려고 했던 것이 되레 교회의 생명력과 행동을 저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흠칫 놀라게 했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개혁연대 창립 20주년 기념 연속 포럼 '교회 대안 제시 운동'(사진 위)과 '사랑으로 비판 운동'(사진 아래).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2002년 개혁연대 창립 당시 이를 다룬 <뉴스앤조이> 기사를 보면 "개혁의 화살은 나 자신을 겨누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말은 20년을 돌아 이 자리에 있는 나와 우리를 향한다. 지난 연속 포럼에서 논의된 다양한 이야기가 우리 안에 갇혀 고사하지 않기를 바란다. 교회 개혁과 건강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나아감이 우리에게 남은 숙제다.

다양한 세대를 이어 가기

'원로가 묻고 청년이 답하다'. 아직 미공개 상태인 이 영상은 편집 과정을 거쳐 12월 중 온라인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청년이 다양한 이슈를 묻고 원로가 답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원로가 청년 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정리하고 청년들이 답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들어 주는 어른은 없고 일방통행이다'라고 토로하는 청년들에게, 우리에게는 들어 주는 어른도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 또한 원로들에게는 청년들이 교회를 미워해서 떠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 드리고 싶었다.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오해는 줄어들고 우리가 교회 개혁에 같은 마음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원로는 김동호·박득훈·김회권 세 분 이었고, 다양한 청년이 동참해 줬다.

원로들이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공감해 주며, 울먹이고, 안타까워하는 시간에서 나는 '우리가 그리 멀리 있던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원로와 청년들이 한국교회와 사회의 오늘과 내일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조금은 발칙한 이야기에도 넉넉한 마음으로 들어 주실 수 있는 어른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안심이 됐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원로가 묻고 청년이 답하다' 박득훈 편.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복음주의 운동과 에큐메니컬 운동을 이어 가기

한국교회 안에 존재하는 양대 진영,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 누가 어떤 방식으로 나눴는지 그 의미와 설명을 아무리 들어도 이해는 잘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교회 개혁 운동과 사회 선교를 감당해 왔다.

지난해부터 개혁연대는 이런 진영 논리와 상관없이 교회 개혁과 사회 선교에 함께하려고 많이 노력해 왔다. 이어짐과 연대를 통해 교회는 건강성과 다양성을 회복한다. 서로를 향한 존중에서 우리는 복음의 생명력을 경험하고 역동적인 운동을 이어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런 활동의 결과는 11월 26일 창립 20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한 에큐메니컬 활동가들의 응원으로 이어졌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격려하고 지지해 준 모든 활동가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이후로도 이 이어짐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민감한 문제에서까지 함께 힘을 모아 갈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경건의 모양도 회복돼, 피상적 경건에서 벗어나 함께 삼위 하나님을 깊이 경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 동안
'교회 개혁, 그 길을 잇는 사람들'

개혁연대 사무국장으로 있는 동안 창립 20주년을 준비한 것은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참여하는 모든 이들과 연결돼 이야기 나눌 수 있었고, 행사 참여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갖게 됐다. 이 모든 것은 개인적으로 다양한 감정을 만들어 냈다.

강남제일교회는 2003년 교회 세습과 재정 비리로 당시 담임목사와 분쟁에 휘말렸다. 그리고 교회 개혁을 열망했던 성도들은 19년이 지난 지금까지 같은 예배당 다른 장소에서 모임을 이어 가고 있다. 목사의 세습을 인정할 수 없어 '끝끝내 남은' 그루터기와 같은 그분들을 이번 창립 20주년 기념행사에 모셨다. 오래도록 개혁연대를 후원해 주신 교회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가슴 짠한 지난 19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이제 내가 사라지면 강남제일교회 개혁의 목소리도 사라질 것"이라고 나지막이 하신 말씀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늠름했던 백종국 교수님도 야위셨고, 권면의 영상을 촬영해 주신 손봉호 장로님도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안고 계셨다. 박득훈 목사님도 어지럼증으로 창립 20주년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셨고, 올해 초에는 방인성 목사님께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시기도 했다.

그 모든 이야기를 고스란히 듣고 이야기 나눴던 나는, 때때로 숨 쉬기 곤란할 만큼의 어려움에 처했다. 그분들의 남은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할 것이며, 그다음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했다. 그래서 되도록 많은 영상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거리에서 쏟아 내는 설교와 연대 발언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썼다. 어쩌면 다시 오지 못할 이야기 같아서 말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루에도 수없이 그리고 글을 쓰는 지금도 울컥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다. 행사 말미에 "건강하게 30주년에도 40주년에도 만나자"고 말하고 싶었는데 차마 하지 못했다. 프로답지 못하게 너무 감정적이 되어서는 할 말을 잊어버렸다.

"교회 개혁, 그 길을 잇는 사람들."

이 문장으로 시작한 개혁연대 창립 20주년을 이제 마치려고 한다. 2023년은 본격적으로 새로운 20년을 살아가는 해가 될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한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믿으면서 교회 개혁의 길을 이어 가게 될 것이다. 이 길은 나를 지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로 이어질 것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이 때에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교회 개혁 현장에서 애쓰는 이들이 조금은 넉넉해지면 좋겠다. 사는 것이 버거워 소명을 따르지 못하는 애석함이 없도록 말이다. 끝으로, 모든 순간 모든 일에 함께해 주고 있는 개혁연대 사무국에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이헌주 /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개혁연대 후원 안내 링크: bit.ly/창립20주년후원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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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02-741-2793 기숙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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