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김은석 간사]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는 근래 한국교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신학자다. 그의 책을 탐독하는 신학자와 목회자도 많지만, 그를 배격하는 교단과 교회는 더 많다. 몇몇 교단 총회에는 김 교수가 동성애를 옹호한다며, 그에게 이단 철퇴를 내려 달라고 수년째 헌의하는 무리도 있었다.

아직 그를 이단으로 낙인찍은 교단은 없다. 하지만 어떤 교단은 그를 초청해 특강을 열지 말라고 결의했고, 어떤 교단은 그가 협동목사로 시무하는 교회에 그를 사임시키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김근주 교수가 속한 일산은혜교회(이광하 목사)는 그를 내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부당한 지침을 내린 교단을 탈퇴했다. 최근에는 그의 신학을 제대로 공부하는 모임이 자발적인 교인들을 중심으로 태동했다. 이름하여 '김근주 읽기'다. 신학자 김근주를 둘러싼 교권 세력의 반지성적·비상식적 논의의 차원과 방향을 바꾸려면, 평신도들이 그의 책을 읽어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모임의 최초 제안자인 일산은혜교회 교인 강경희 씨(출판도시 갤러리 지지향 대표)는 <복음과 상황> 383호 '독자의 소리'에 이렇게 썼다.

"정직한 독자라면 저자가 쓴 말을 바르게 읽고 소화하려 애쓸 것이다. 책을 읽는 일이란 '사람을 읽는 일'이기 때문이다. 떠도는 말, 억측, 예단, 정치적 음해로 한 사람을 재단하지 말자. 증오와 혐오의 말들로부터 우리 자신을 탈출시키자. 흑색선전, 유언비어, 괴소문에 둘러싸인 우리 자신을 구출하자. 맹목의 신앙과 추종의 언어에 우리 자신을 내어 주지 말자. '김근주 읽기'는 정직하게 그를 함께 읽고 생각하자는 단순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신학자이자 목사, 선생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인 그의 생각과 분투를 함께 들여다보자는 뜻이다."

'김근주 읽기'는 일산은혜교회 교인들을 주축으로 하지만 모두에게 열려 있다. 10월 9일에서 22일까지 진행한 <나를 넘어서는 성경 읽기>(성서유니온) 모임에도 전체 65명 중 ¼가량이 일산은혜교회 밖 참가자였다. 매일 분량을 정해 놓고 읽은 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그날 읽은 내용에 대한 감상을 공유했다. 강경희 씨는 "정형화·형식화된 신앙 관습에서 벗어나 자신을 개방하고 타자와의 대화에 참여하는 소통의 기쁨이 있었다"고 했다. 성경 공부를 '외주화'해 온 것을 반성하는 후기를 남긴 참가자도 있었다.

"그동안 우리는 스스로 탐구하지 않고 과외 선생님에게만 의지하는 수동적이고 게으른 학생 같았네요. 성경 이해와 해석의 권위를 신학자와 목사처럼 전문 사역자에게 맡겼습니다. 이는 스스로 하나님을 알고 배우려는 자신의 할 일을 모두 외주화(아웃소싱)시킨 것은 아닐까요. '김근주 읽기'를 하며 평신도들이 성경 이해와 해석의 주체가 되도록 스스로 노력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12월 4일부터 김근주 읽기 두 번째 모임이 시작된다. <복음의 공공성>(비아토르)을 읽으며 복음의 본질과 공동체적 성경 읽기의 중요성을 탐구한다. 공공신학 연구자인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 최경환 공동대표가 독서 안내자로 함께한다. 12월 17일에는 최경환 공동대표와 김근주 교수가 일산은혜교회에서 북토크를 진행하기도 한다.

<공공신학으로 가는 길>(도서출판 100)의 저자인 최 대표는 "<복음의 공공성>은 독자들로 하여금 '오늘 내게 하나님의 말씀이 무엇을 말하는가'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하나님이 누구인지, 하나님의 언약 백성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국가와 사회, 이웃과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의 관점으로 구약이라는 거대한 서사시를 읽게 만든다"고 말했다. 아래 링크에서 김근주 읽기 두 번째 모임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참가 신청하러 가기: https://forms.gle/BEvnr1QkEnoNudqE9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