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다운 그리스도인, 교회다운 교회. 이는 특히 한국교회에 절실한 것이다. 본질적이며 필수적인 과제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하우어워스에게 관심을 두는 이유 중에는, 그가 <타임 TIME>지에 의해 "최고의 신학자"라는 별칭을 부여받은 데서 알 수 있듯 북미 신학자 중 큰 관심의 대상이라는 점이 포함될 수 있겠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교회에 절실한 그리스도인 됨과 교회 됨을 향한 문제의식을 풀어내는 길에 그가 한 줄기 빛을 던져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

한국교회가 스탠리 하우어워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한국교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위기를 느끼는 것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비판'이다. 비판이 지나치다 못해, 심지어 안티 기독교가 아닐까 싶을 만큼 혹독한 비난을 던지는 경우를 복음주의자 중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궤변에 가까운 '변명'이다. 한국교회가 욕을 먹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억지를 부리는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비판하고자 한다면 건강한 비판이어야 하고, 진정 비판받아야 한다면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다음 대안을 찾아야 맞다. 우리가 하우어워스를 읽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가 이것이다. 그가 비판도 궤변도 아닌 본질에 충실할 것을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우어워스에 대한 관심은 한 신학자 개인에 대한 유행이라기보다 '하우어워스'로 대표되는 그룹의 존재감을 반증한다. '예수 내러티브'라고 표현한 '복음'에 충실한 교회 됨과 제자 됨을 제시하는 하우어워스를 통해, 한국교회는 자성하고 성숙하는 계기를 얻을 수 있다.

<스탠리 하우어워스 읽기 - 그리스도의 증인 된 교회를 위한 신학적 윤리학> / 김희준 지음 / IVP 펴냄 / 268쪽 / 1만 6000원
<스탠리 하우어워스 읽기 - 그리스도의 증인 된 교회를 위한 신학적 윤리학> / 김희준 지음 / IVP 펴냄 / 268쪽 / 1만 6000원

<스탠리 하우어워스 읽기>(IVP)는 이러한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 말하자면 그리스도인 됨과 제자 됨, 그리고 교회 됨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다. 가장 먼저는 하우어워스를 충실히 소개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적 맥락을 고려해 집필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한국교회가 처한 맥락, 즉 교회 됨과 제자 됨이 각별히 절실한 정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담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하우어워스에 대한 한국의 반응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답을 줄 수 있을 듯하다.

안타깝게도, 하우어워스는 한국 신학자들에게 저평가되고 있다. '듣기 좋은 소리나 늘어놓는 것으로 교회가 개혁되고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가?'라고 질책당하는 분위기다. '하우어워스 같은 신학자 한 명쯤은 있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옹색하게 변명하던 내 입장에서는, 이 책을 통해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것 같아 울컥해진다. 더욱이 <교회 됨 A Community of Character>(북코리아)을 옮기면서 졸역拙譯에 그쳤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탓에, 이 책의 출판이 한국교회에서 하우어워스에 대한 좀 더 나은 이해를 이끌어 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신학자와 목회자는 물론이고, 모든 그리스도인을 위한 설득력 있는 접근을 시도했다는 것 또한 반갑다. 간결하고 설득력 있는 문장과 탄탄한 필력은 관심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해 보인다. 심지어 전문성까지 돋보인다. 하우어워스를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기까지 쌓아 온 저자의 내공이 유감없이 담긴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한나의 아이>(IVP)와 함께 읽어도 좋겠다. <한나의 아이>가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모티프 삼아 하우어워스 자신의 신앙과 인간적 면모를 보여 준 책이라면, <스탠리 하우어워스 읽기>는 하우어워스의 고민과 신학적 모색을 충실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보완하고 내용을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우어워스의 진면목에
접근하게 할 논의를 시작하며

다작하는 인물일수록 논쟁을 몰고 다니는 법이다. 게다가 하우어워스는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연구자들 사이에서 그의 개념과 관점들에 대한 찬반 논변이 번지기도 한다. 이 책에서도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저자가 하우어워스를 공동체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약간의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책에 소개한 내용이 하우어워스의 인용이기는 하지만 부연 설명은 필요해 보인다.

하우어워스를 '공동체주의자'라고 부르거나 그 명칭에 반대하는 것이 정치철학 내지 사회철학적 담론으로서의 '자유주의-공동체주의 논쟁'과 맥락이 다른 것은 분명하다. 다만, 하우어워스가 공동체주의자가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할 때, 그가 매킨타이어와 교류하는 과정에서 교회를 중심으로 펼쳐 낸 '기독교공동체주의'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다소 곤혹스러워질 것 같다. 기독교 윤리의 모든 응답은 교회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뜻에서 '교회 의존적(church-dependent) 윤리' 내지 '교회 윤리(ecclesial ethics)'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회를 해석의 공동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우어워스를 공동체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하려면 부연 설명을 붙여야 할 듯하다. 현대 영미 철학자들 사이에 회자됐던 공동체주의자인 것은 아니어도, 하우어워스의 관점을 '기독교공동체주의'라고 읽어 낼 단초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이러한 서평자의 의견에 대한 비판적 읽기와 논쟁도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스탠리 하우어워스(Stanley Hauerwas, 1940 ~).
스탠리 하우어워스(Stanley Hauerwas, 1940~).

약간의 이견 또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하우어워스에 대한 논의가 많아져야 그의 진면목에 접근할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환영을 받기에 충분하다. 하우어워스의 초기 저작들을 포함해 그의 신학과 윤리가 어떻게 형성됐고 어떠한 관점에서 그를 읽어야 하는지 충실하게 다룬 점은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제까지 소개된, 그것도 충분하지는 않았던 이야기들을 넘어서 하우어워스를 제대로 만날 기회가 되리라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하우어워스가 한국교회에 던져 준 통찰들을 더 충실하고 종합적으로 읽어 낼 수 있게 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리스도인다운 그리스도인 됨, 교회 됨, 기독교 덕 윤리, 교회 윤리, 제자 됨, 증인 됨, 평화주의, 내러티브, 성품과 덕에 이르는 하우어워스의 관심사들을 빠짐없이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하우어워스에 대한 일방적 칭송으로 흐르지 않고, 그의 한계에 관한 비판적 읽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저자의 균형 감각을 볼 수 있다. 저자는 하우어워스에게 씌워진 분리주의 내지는 소종파주의라는 혐의에 대해서도 충실히 다루고 충분히 답하고 있다. 실제로 소종파주의 논란은 하우어워스에게 치명타일 수 있다. 하지만 하우어워스 자신이 소종파주의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는 점 또한 균형 있게 읽을 필요가 있다. 게다가, 하우어워스를 공공신학자의 한 사람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기에, 소종파 논란에 대해서는 좀 더 정밀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하우어워스에 대한 논쟁적 접근 이전에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우어워스가 보여 준 예수 내러티브에 대한 충실함이다. 예를 들어, 하우어워스를 평화주의자라고 분류하는 경우에 평화를 말하는 근거와 이유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한 하우어워스의 문장이 떠오른다. 평화를 말하는 것은 평화주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예수께서 걸어가신 길이기 때문이다." 이 표현은 곧 제자 됨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는 것의 본질적 가치를 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우어워스에 대한 논쟁을 벌이거나 그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을 넘어, 이 책이 하우어워스가 말하는 문제의식을 올바로 전수할 설득력 있는 통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책을 통해 왜 교회 됨이 중요한지, 제자도를 이해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하우어워스로 대변되는 관심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이 밖에도 지면상 다루지 못한 장점들까지 포함해, 기대하는 마음을 품어 본다. 이 책이 그리스도인다운 그리스도인, 교회다운 교회 됨을 향하여 나아가는 길에 좋은 안내자가 돼 주기를 바란다.

문시영 / 남서울대학교 교목실장, <교회 됨> 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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