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영고등학교장 인사말. (백영고등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경기도 안양시에 자리한 기독교 계통의 한 사립 고등학교가 일주일에 한 차례씩 전교생을 인근 교회로 등교시켜 예배를 보는 등 사실상 강제적으로 종교 수업을 진행하자 학부모와 학생이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불합리한 처사'라며 반발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3월 29일자 <한겨레신문>과 학부모 등에 따르면 안양 백영고등학교 1~3학년 전교생 1,600여 명은 매주 금요일 아침 8시 10분까지 인근 교회로 등교해 찬송과 기도를 하는 예배 형태의 1교시 수업을 받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이 신문은 구체적으로 "1교시 수업은 '명사 특강'이라는 이름으로 편성돼 있지만, 사실은 목사가 1시간여 정도 성경 내용을 설교하고, 찬송가 암송과 기도를 하는 등 사실상의 예배 형태로 진행된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수업 마지막에는 학생회장이 대표로 나와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로 시작되는 내용의 '나의 다짐'이란 선언문을 낭독한다. 또 1학년을 대상으로 '기독교 세계관'이란 수업 시간을 편성해 신앙 교육을 하며, 1년에 네 차례 '신앙 논술 시험'도 치른다는 것이다. 특히, 교내 개신교 동아리 소속 학생들에게만 '봉사 활동'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특정 종교의 교리나 행사를 학생들에게 참가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절대적 기본권과 불신앙의 자유를 위배한다며 지난 2004년 학내 종교 자유를 주장했던 '대광고 강의석 군 사태'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더욱이 중·고등 사립 학교는 국공립 학교를 보완하기 위한 대용 학교이며, 고교 평준화로 학교 선택권이 없는 현 교육 시스템에서 강제적 종교 수업은 학생의 학습권 침해와 종교 자유 침해, 나아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백영고 종교 수업 문제에 대한 문의를 여러 곳에서 받았다"면서 "대체 수업 편성 등 교육 과정 이행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종교 사립 학교에 대한 지침에서 특정 종교 과목을 설치할 경우 철학, 교육학 등 반드시 대체 수업을 편성해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도록 하고, 정규 교과 시간 이외의 종교 활동 때도 학생이 자율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또 이를 어길 경우 교육청에서 지도,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경기도교육청이 전국 교육 자치 단체 가운데 최초로 추진해 지난 3월 23일 입법 예고한 학생 인권 조례안을 보면 '대체 과목 없는 특정 종교 과목 수강 강요' 등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여러 가지 관행들을 금지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지난 2004년 서울 대광고 재학 중 강제 종교 수업에 반발해 단식 농성을 하다 퇴학당한 강의석 씨(서울대 법대·23)가 학교 법인 대광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이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2심 원고 패소에 이어 최근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대법원이 '학생이 학교를 선택할 자유가 없는 교육 시스템에서 불신앙의 자유를 보장'할지 '종교 사립 학교의 교육 자주성을 강조'할지 종교계와 교육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백영고 사건이 본격적인 공론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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