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구권효 기자입니다. 더워지는 날씨에 몸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요새 저희 아파트 사람들과 함께하는 아빠 육아 모임에 즐겁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 딸이 2019년생 돼지띠인데요. 아파트 단지 내 '꿀꿀이 아빠 육아 모임'이 생겨서, 지난 1년간 다른 아빠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가기도 하고 여러 체험도 하면서 보냈답니다. 무려 엄마들은 빼고(!) 말이죠. 아이가 있는 구독자분들은 지금쯤 '어떻게 그게 가능해???'라고 생각하실 거 같네요. ㅎㅎ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빠들과도 친해지게 됐어요. 제가 인간관계가 좁은 편이라 친구가 몇 명 없는데요. 그나마도 아이 키우느라 정신이 없어 연락도 잘 못하고 있네요. 제 친구들은 대부분 저와 비슷한 성향이에요. 교회나 사회,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거의 비슷하죠(써 놓고 나니 제가 왜 친구가 별로 없는지 알 것 같네요;). 그런데 여러 아빠와 친해지면서, 저와 다른 성향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답니다.

채팅방에서 가끔 정치·사회·종교 등 (가족과도 이야기하지 말라는) 민감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데요. 제 기준으로는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하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만약 이렇게 만나지 않았으면 별로 친해질 일이 없었을 것 같은 사람이죠. 온라인상에서 그런 글을 봤다면 혀 한번 차고 지나갔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그분의 자녀를 알고, 그분이 자녀를 대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분을 쉽게 판단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동안 내가 사람을 너무 쉽게 판단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특히 올해는 대통령 선거도 있었고 하다 보니, 정치 성향만으로 사람을 판단해 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봤어요. 저는 되게 좋아하는 정당은 없어도 되게 싫어하는 정당은 있거든요;ㅎㅎ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이 정치 과몰입의 시즌에서 잘 버티고 계신가요? 혹시 '지난 대선에서 누구를 찍었는지'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는 않으셨나요?

저와 성향이 다른 아빠들에게 제 의견을 전달해야 할 때는 굉장히 신중해지더라고요. 제가 수용할 수 있는 부분과 도저히 버릴 수 없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심하게 되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도록 태도도 신경 쓰게 되고요. 그냥 친구 별로 없는 제가 오랜만에 다른 사람을 만나고 겪는 이야기지만,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이런 태도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판단을 조금 유보하면서 말이죠.

아빠들과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ㅎㅎ 잘 지내 보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말에는 아빠 육아 모임 1주년 기념으로 아이들과 캠핑을 가기로 했네요. 부디 아이들이 일찍 잠이 들기를, 밤중에 정치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ㅋㅋ 그러고 보니 지방선거가 다음 주네요; (갑자기) 모두 지방선거 잘 치르시길 바라며….

편집국 권효

친절한 뉴스B

장로들의 친목 단체 '전장연'이 비판받는 이유‍
(ft.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아님 주의)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에는 전국장로회연합회(전장연)라는 친목 단체가 있어요. 말 그대로 장로들이 만든 '사조직'인데 규모가 엄청 커요. 1년 예산만 10억 원이 넘는다고 해요. 전장연은 매년 7월 초 수련회를 하는데,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4000~5000명이 참석했어요. 오는 7월에도 수련회를 하는데 1000명 넘게 참석한다고 해요.

한데 이번 전장연 수련회를 앞두고 교단 안에서 여러 말이 나오고 있어요. 초청 강사 중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가 포함됐기 때문이죠. 지금 예장통합 총회는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또다시 논란 중인데요.

세습 불허한 법원: 올해 1월 법원은, 김 목사는 명성교회 담임목사가 '아니'라고 판결했어요.

수습안 철회 요구: 몇몇 노회는 9월 107회 총회를 앞두고, 명성교회 세습을 조건부로 허용해 준 104회 총회 '수습안'을 철회해 달라고 헌의했어요.

이렇듯 교단 안팎에서 명성교회 세습 문제가 진행 중인데, 전장연이 김 목사를 강사로 섭외했으니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죠.

그러거나 말거나 전장연은 김하나 목사 섭외를 취소할 생각이 없다고 해요. 이 친목 단체를 이끄는 류재돈 회장은 "김하나 목사에게는 큰 흠결이 없다", "김 목사가 설교를 깔끔하게 해서 모셨다"고 말하더군요.

보통 논란을 피해 가려고 하는데 류 회장은 논란을 키우려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혹시나 해서 세습금지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는데요. 류 회장은 "성급하게 제정했으니 심도 있게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아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네요. 지금까지 예장통합 전장연이 비판받는 이유였습니다. (뭣이 성급한디! 뭣이 중헌디!)

편집국 용필


체념·포기 말고 분노를

'불법 촬영'
'아내 폭력'
'교제 살인'

하루가 멀다 하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뉴스가 쏟아집니다. 저는 이런 기사를 읽다 보면 피로감과 함께 여성이 겪는 현실이 하나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아득해집니다. 때로는 건건이 분노하기보다 무심히 넘기는 순간도 있는데요.‍ 2016년 강남역 여성 혐오 범죄 이후,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게 되는 폭력과 공격이 일상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함께 모여 분노하자"고, "분노를 통해 세상을 바꾸자"고 외치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 강남역 여성 혐오 범죄 6주기를 맞아 여성주의 연합 예배가 열렸습니다. 보신각 앞 인도에서 진행된 예배에는 그리스도인 70여 명이 찾아왔습니다. 여느 예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뿔 달린 붉은 가면과 불꽃 모형, 발을 구르거나 붉은 천을 흔들며 일명 '파도타기'를 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제 눈을 강렬히(!) 사로잡더군요.

저는 이날 취재를 마치고 "각성한 마녀가 되자‍"라는 설교의 한 구절을 찬찬히 곱씹어 봤습니다. 그동안 교회에서 '마녀'라는 단어를 잘 들어본 적이 없거니와, 어쩌면 저 또한 여성에게 덧씌워진 '마녀'라는 멸칭을 무심히 받아들인 채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설교자 백찬양 목사(향린교회)의 말처럼, 마녀가 되어 사는 것과 각성한 마녀로 사는 것은 다른 것인데 말입니다. '함께 분노하고 연대하는 사람들이 여기 있다', '체념과 포기 대신 맹렬한 분노를'이라는 예배의 메시지가 각자의 자리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 가고 있는 분들에게도 가닿기를 바랍니다.

편집국 수진


어느 개신교 사학의 유학생 머그 샷

"유학생들이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건 지난 4월이었습니다. "불법 뉴스 좀 올려 주십시오"라는 어색한 한국어 메시지가 <뉴스앤조이> 인스타그램 DM으로 들어왔습니다. 한 외국인이 보낸 이 메시지를 보고 처음에는 스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혹시 몰라 답장을 보냈는데, 돌아온 답은 '진짜'였습니다. 그는 전주 A대학교에서, 유학생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출국'시켜 버린다는 협박에 두려워하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두 달간 전주를 수차례 방문했습니다. A대학 한국어문화교육원을 찾았습니다. 제보 내용을 입증이라도 하듯, 학교 사무실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사진이 범죄자처럼 버젓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 위에는 베트남어로 "불법은 나라 망신"이라는 취지의 경고문이 붙어 있었고요.

학교는 학생들이 유학생 신분으로 일하거나 도망갈 경우, 외국인 유학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책임을 물어 '비자 제한 대학'이 될 것을 우려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유학생들이 물의를 일으키지 않게 다소 엄하게 교육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요. 그러나 아무리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학생들의 머그 샷을 찍어 공개적으로 망신하고, 다른 학생들을 협박하는 게 정당한 일일까요? 더구나 기독교적 사명을 전파한다는 미션스쿨에서 말입니다.

<뉴스앤조이>는 이번 사건을 지역 언론사인 전주MBC와 함께 취재, 보도했습니다. 보도 후 전주 출입국·외국인사무소와 전주완산경찰서 등에서 사태 파악에 나섰고, 지역 시민단체 전북평화와인권연대도 성명을 발표해 인권침해를 중단하고 유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학생들이 안전하고 평안한 상황에서 공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국 승현

 

※ 교회 개혁과 회복을 꿈꾸는 뉴스레터 처치독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찾아갑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