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요즘 <뉴스앤조이>에서 어떤 기사를 즐겨 보시나요? 제가 잘 보고 있는 기사는 임정혁 목사님이 연재하고 계신 '창 너머 풍경'입니다. 임 목사님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암이라는 병을 통해 하나님과 삶을 신앙적·실존적으로 돌아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예전에 우리끼리 하던 농담 중에 "우리는 절대로 암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우리 기사에 좋지 않은 일로 오르내리는 목사님들의 '저주 설교'에 빌미를 주는 일은 일어나면 안 된다는 장난 섞인 농담이었죠. 암 진단을 받고 제일 먼저 떠오른 쓸데없는 생각. 암이란 병마가 하나님이 내린 '천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혹여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사실 암이라는 병은, 가족력도 없고 건강에 특별히 문제가 없던 제게는 먼 나라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병이라는 게 사람을 가려 가면서 찾아오는 것도 아니더군요.

저는 2018년 암 선고를 받고 2019년 2월에 수술했습니다. 유방암이라 소위 '착한 암'이라고 불리고 완치율도 높다고 주변에서 위로했지만 암은 암이었기에 나름의 걱정과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화도 나고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자책도 많이 했고요. 나는 물려받지 않은 가족력을 내 아이들에게 물려주게 되었다는 죄책감도 생겼죠. 그런데 여성 암 병동에 입원해 있다 보니, 암이란 참 흔한 병이더군요. 병동에 입원해 있는 동안 친해진 환자들끼리 서로 신세 한탄도 하고 정보 공유도 하는 시간이 역설적으로 '암 환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와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씩씩한 모습은, 나만 당하는 고통이 아니라는 안심과 나도 이겨 낼 수 있다는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주 건강하게 잘 있습니다. 10년간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라고 하는데, 아직은 갈 길이 조금 머네요.

5월도 중반을 넘어섰네요. 독자님의 건강과 더불어 가족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사역기획국 승연

처치독 리포트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예배, 특별하지 않습니다

요즘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고 있어요. 반려동물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교회'도 있다는 이야기 들어 본 적 있으신가요? '동물과함께하는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출신 임소연 목사가 작년 6월 강원도 홍천에 개척한 교회예요. 이름 그대로, 반려인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교회랍니다.⛪️

저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동물에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그동안 교계에 반려동물과 함께 예배하는 교회가 있는지 잘 알지 못했어요. 한편으로는 교회가 이런 예배를 신학적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도 들었지요. 사회 곳곳에서는 반려동물을 위해 문턱을 낮추는 추세인데, 교회에서만큼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인지 동물과함께하는교회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반가우면서도 묻고 싶은 게 많았습니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 준 임소연 목사를 5월 12일 강원도 홍천에서 만났어요.‍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서울 동쪽에서 출발하면 차로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더군요. 임 목사와는 2시간이 넘도록 교회를 개척한 사연부터 채식과 동물권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자신이 아는 만큼만 답하고, 새로이 고민할 지점을 알게 됐다며 진지하게 이야기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동물과함께하는교회를 개척한 이유

임 목사는 반려견 '멀리'와 함께 살아가는 반려인이었는데요. 부목사 시절, 매일 밤 교회에서 기도하기 위해 멀리를 교회 문 앞에 묶어 둬야 했대요. 그러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예배할 수 있는 교회를 개척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해요. 이왕이면 반려견 캠핑장을 운영하며 한쪽 편에 예배 장소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적절한 장소를 찾아 교회를 세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동물과함께하는교회는 피조 세계에 관심을 갖고 함께 실천해 나가는 예배를 지향해요. ✝️ 이를 위해 임 목사는 매주 창조와 피조 세계에 관한 기도문을 고르고 설교를 준비한다고 해요. 그렇다고 동물과함께하는교회가 엄격하게 채식을 장려한다거나 '동물권'만을 외치는 곳은 아니에요. 임소연 목사는 기후·생태 위기 해결을 위해 개인적인 차원에서 육고기를 먹지 않지만, 이 같은 문제는 하나의 해석이자 선택이라고 말했어요.

어떤 이들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예배가 '신학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하는데요. 이런 의견에 임 목사는 이렇게 반론해요.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을 예배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처럼 어떤 행위로 예배한다기보다는, 그 존재 자체로 예배하는 것이다."

저는 교회에서도 매번 접했던 이 이야기가 새삼 다르게 들리더라고요.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을 예배한다고 가르치면서, 정작 예배당에는 반려동물이 들어올 수 없다고 하는 게 모순적으로 느껴졌지요.

'동물이 예배할 수 있느냐'와 같은 논쟁도 마찬가지예요. 동물들이 사람처럼 소리 내서 찬양을 부르고 기도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예배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기존의 예배를 너무 당연하게 여겨 왔기 때문에, 반려동물과 함께 예배하고 축복하는 모습을 어색하게 느끼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예배를 반대하는 이유에는 예배가 경건하고 성스러워야 한다는 생각도 있는 거 같아요. 하지만 임소연 목사는 그동안 장애인이나 어린아이가 따로 예배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이런 선입견이 작동했다고 말해요. 이들이 큰 소리로 울거나 돌발 행동을 해서 예배를 '방해'할 수도 있다는 주장인데요. 이들이 정말로 예배를 경건하고 성스럽지 못하게 만들고 방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다양한 이들에게 교회 문턱을 낮추는 일

반려동물이 배변을 하거나 소리 내 짖는 것을 교인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반려동물이 홀로 집에 남겨져 스트레스를 받거나 필요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줄어들 수 있겠지요. 덕분에 반려인들도 마음 편히 예배할 수 있게 될 거고요. 교회가 반려동물을 포함해 다양한 존재에게 문턱을 낮춰 줬으면 좋겠습니다.⛪️

교회는 피조물과 자연을 돌봐야 한다고 강조하죠. 하지만 정작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때가 있어요. 모든 생명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주변에 작고 목소리 없는 존재들에게 무관심할 때도 있고요. 이러한 의미에서 동물과함께하는교회는 기독교인들에게 피조 세계 전체가 하나님의 몸이자 이 땅에 평등한 '하늘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는 것 같습니다.

편집국 수진

※ 교회 개혁과 회복을 꿈꾸는 뉴스레터 처치독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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