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합니다. 게다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는 곳이죠. 갑자기 선진국이 되었다고 하더니 한국 영화와 음악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한국 스타트업이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뉴스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나는 그대로인데 세상은 저 멀리 가 버리는 듯합니다. 이러다가 도태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들고요.

손에 잡히는 책도 언제부턴가 달라졌습니다. 좋아하던 소설은 뒤로하고 미래에 도움이 될 것 같은 (그러나 실제로 도움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책들 위주로 들여다봅니다. 정독보다는 속독을 하고 이야기보다는 정보를 얻으려고 하죠. 세상을 쫓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세상에 쫓기는 것인지 어디론가 급히 가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어릴 때 봤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이 생각납니다. 기억하시나요? 1992년 작품이니 무려 30년 전 영화네요. 시골 교회 목사와 두 아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목회자이신 아버지께서 저와 동생을 데리고 영화관에 가셨습니다. 중학생이었던 저는 솔직히 재미가 없었습니다만 낚시하는 장면만큼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영화를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문득 브래드 피트가 낚시하던 몬태나 시골 개울이 생각났습니다. 30년이 지났는데 거기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저는 집이 군산입니다. 금강이 흐르는 도시죠. 금강 옆으로 자전거 길이 쭉 내어져 있습니다. 종종 그 길을 따라 금강을 달리곤 하는데요. 정말로 기막힌 장관이 펼쳐집니다. 멀리 보이는 낮은 산들의 능선만 아니었다면 하늘과 강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빛깔이 기막힌 조화를 이루지요. 금강은 아주 천천히 흐릅니다. 그래서 호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10년 전 모습이나 지금이나 아무런 변화가 없지요. 어쩌면 100년 전에도, 수백 년 전에도 같은 모습으로 흐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금강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면 변하지 않는 것이 더 좋아.'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요?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는 것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한 가지 길입니다. 그저 천천히 흐르는 강물처럼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 수백 년간 철새들이 날아오는 넉넉한 품을 만들어 내는 것. 그렇게 살아보자고 조용히 속삭입니다.

뉴스앤조이 도현

처치독 리포트

0.5:1도 안되는 경쟁률…신학대가 위험하다

2022년 입시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데요. 각 대학은 아마 추가 합격자 모집으로 분주한 상황일 겁니다. 특히나 신학과들은 더 그렇습니다. '메이저 교단'이라고 불리는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 신학교들이 전부 정원 미달이었기 때문이죠.

입시는 크게 총 세 번 진행돼요.

1. 고등학교 3학년 학기 중 모집하는 '수시'
2. 수능을 보고 난 후 모집하는 '정시'
3. 수시와 정시에서 모집하지 못한 인원을 채워 넣는 '추가 모집'이 있죠. 

만일 추가 모집 때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그 상태로 새 학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정원이 100명인데 50명만 입학하는 셈이죠. '신입생 충원율' 100%를 못 채우면 대학 평가 등에서 불이익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수능 수리 영역 8등급을 맞은 학생이 지방 거점 국립대 수학과에 입학했다고 자랑한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신학대는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일부 대학은 수능을 안 봐도 정시에서 합격시킨다고 합니다.

그동안은 어찌어찌 추가 모집을 통해 신입생을 데려와 버텼지만, 이제는 그것도 안 되는 거죠. 가뜩이나 직업 선호도가 꼴찌 수준(…)이라는 목회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뉴스앤조이>가 대학알리미를 통해 살펴본 주요 대학 신입생 충원율을 보면, 신학과의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할 것 같은 대학이 상당수입니다.

신학과가 인기 없어지면서 신대원도 덩달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한때 입시 대책반(!)까지 편성해 고시를 방불케 했던 총신대와 장신대 신대원은 나란히 사상 최저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총신 신대원 1.13:1 장신 신대원 1.8:1로 조만간 미달을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양대 교단이라는 예장합동과 예장통합 메인 신학교가 이러니, 다른 교단은 더 심각합니다. 정원을 겨우 절반만 채우는 학교도 부지기수입니다.

문제는 교단들이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사에는 자세히 담지 않았지만, 상당수 교단이 목회자 수급에 대한 구체적 정책을 갖추고 있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버틸 만하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몇 년간 미달이 발생하는데도 "정원을 줄일 계획이 없다"든지 "전액 장학금으로 해결하겠다"는 식이었습니다.

임시방편이 될 수는 있겠지만 경쟁력 있는 소수 정예를 뽑겠다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머릿수를 채워 생존하겠다는 생각만 남은 게 아닌가 씁쓸했습니다.

그저 목회자들은 "총신 신대원 아무나 가던 데 아니다", "광나루(장신대 신대원을 지칭)는 5수, 6수해서 들어가던 곳"이라며 과거의 영광에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기사 댓글에 달린 "꼴좋다", "아직도 많다", "경쟁력이 남아 있는 게 신기하다(…)"는 반응에도 반박할 말이 없는 이유입니다.

편집국 승현

※ 교회 개혁과 회복을 꿈꾸는 뉴스레터 처치독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독자님께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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