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마지막으로 발간된 <CTK> 1·2월호. <CTK> 운영 자금을 대던 사랑의교회는 '잠정 휴간'이라고 했으나, 직원들이 들은 이야기는 '폐간'이었다. 
2021년 마지막으로 발간된 <CTK> 1·2월호. <CTK> 운영자금을 대던 사랑의교회는 '잠정 휴간'이라고 했으나, 직원들이 들은 이야기는 '폐간'이었다. <CTK>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기독교 잡지 <크리스채너티투데이코리아>(CTK·오정현 발행인)는 올해 3월부터 발행을 중단했다. 2008년 창간해 13년간 발행을 이어 온 잡지였는데, 마지막으로 출간된 1·2월호에도 발행 중단과 관련한 공지가 없었다. 3월 중 일정 기간 홈페이지에 발행 중단을 알리는 간단한 공지가 올라간 이후 홈페이지도 폐쇄됐다. 현재 <CTK> 홈페이지에는 "그동안 크리스채너티투데이코리아 매거진을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만 써 있다.

<CTK>는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등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창간했다. 미국의 저명한 잡지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와 제휴를 통해 한국 교계에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창간 시부터 발행인을 맡은 오정현 목사는 2008년 5월 27일 <CTK> 창간 예배에서 "<CTK>를 통해 한국교회가 국제사회의 영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한국교회의 강점을 잘 살려 민족사의 새로운 디딤돌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13년간 국내 유명 목사들과 기독교 NGO·출판사 관계자 등이 <CTK> 이사·자문위원·편집위원 등을 거쳤다.

<CTK>는 사랑의교회에서 대부분 재정을 지원받아 운영됐지만, 사랑의교회 분쟁이 심화했을 때도 노골적으로 사랑의교회를 비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복음주의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조금 더 진보적인 콘텐츠들을 내놓기도 했다. 10년 이상 월간으로 발행되던 <CTK>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재정난을 이유로 발행 주기를 격월간으로 바꿨다. 그렇게 올해 1·2월호까지 발간한 이후 갑자기 발행이 중단된 것이다.

<CTK> 창간 예배는 유명 목사들의 참석 속에 호텔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CTK> 창간 예배는 유명 목사들의 참석 속에 호텔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사랑의교회 관계자는 폐간 경위에 대한 <뉴스앤조이> 질문에 '폐간'이 아닌 '잠정 휴간'이라고 답했다. 그는 "<CTK>는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인쇄 매체로서 겪는 어려움이 가중됨에 따라 온라인 등으로 발행 방법을 변경하는 등 의견을 조율하고자 했지만 여의치 않아 잠정 휴간한 상황"이라며 "이사진과 사랑의교회를 비롯한 협력 교회들은 지금도 <CTK>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미국 <CT>와 협력·소통하고 있으며, 잠정 휴간한 <CTK>가 한국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 중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CTK> 창간 시부터 일했던 김은홍 편집인 이야기는 달랐다. 그는 "잠정 휴간이 아니라 폐간이 맞다. 2월 말 사랑의교회에서 재정난을 이유로 <CTK>를 폐간하겠다고 했고, 그래서 나를 비롯한 직원 3명이 권고사직에 동의한 것"이라며 "지금 와서 잠정 휴간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직원들도 교회가 처음에는 폐간하겠다며 사직을 권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잠정 휴간으로 말을 바꿨다고 했다.

발행 중단은 10여 년간 <CTK> 편집을 책임져 온 김은홍 편집인에게도 갑작스런 소식이었다. 직원들은 3월호 발행 준비가 모두 끝나고 인쇄만 맡기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사랑의교회 측에서 인쇄하지 말라며 <CTK> 폐간을 언급했다고 했다. 코로나로 인한 재정난 때문이라는 말에 직원들은 딱히 반발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코로나 이후 교회에서 재정이 어렵다는 말을 계속 들었다. 교회는 우리에게 타개책을 찾으라고 했는데, 사실 지금 종이 잡지로 수익을 내기는 어렵지 않나. 문서 사역의 일환으로 인식해 주길 바랐는데 그렇게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발행 중단 자체도 그렇지만 <CTK>를 구독했던 사람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김은홍 편집인은 "이 정도 역사와 퀄리티가 있는 잡지라면 공식적으로 지면을 통해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너무 갑작스레 폐간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들도 "구독자분들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게 걸린다. 정기 구독 기간이 남은 독자들에게 우리가 직접 연락하려고 했는데, 교회가 자신들이 하겠다며 명단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현재 <CTK> 홈페이지는 폐쇄돼 10여 년간 축적해 온 기사들을 볼 수 없는 상태다.  <CTK> 홈페이지 갈무리 
현재 <CTK> 홈페이지는 폐쇄돼 10여 년간 축적해 온 기사들을 볼 수 없는 상태다.  <CTK> 홈페이지 갈무리 

정기 구독자 중 남은 구독 기간에 대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한 정기 구독자는 <뉴스앤조이>에 "<CTK>가 아무런 연락도 없이 폐간했고 남은 구독 기간에 대한 조치도 없다"며 경위를 취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CTK>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연결되지 않아서 <CTK>와 관계가 있는 기관에 문의했으나, 폐간 경위나 남은 구독 기간에 대한 조치 등에 대해 별다른 답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사랑의교회 관계자는 정기 구독자들에 대한 조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잠정 휴간에 따라 정기 구독자의 경우 연락을 취해 양해를 구하고 환불 등의 조치를 했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연락이 가지 않은 분이 있다면 정중하게 다시 안내해 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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