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이유

"선배들, 멋없어지기만 해 보세요. 바로 나갈 거예요."(웃음) 

얼마 전, 편집국 구권효 기자와 함께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오랜만에 단둘이 밥을 먹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저런 얘기가 나왔는데요. 선배들이 후배에게 으레 하기 마련인 "일하는 게 힘들지는 않느냐", "네 역할을 아주 잘해 주고 있다", "함께 오래 일했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하시기에 저도 그 참에 속 얘기를 늘어놓았습니다.

<뉴스앤조이>에 입사한 지 벌써 1년 하고도 5개월이 지났는데요. 일하는 거, 힘듭니다. 날아다니는 선배·동료를 보고 있노라면, 저는 제 역할 1인분을 잘하고 있는지 자신이 없고요. 이곳에서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아직 이 조직에 남아 일하고 있는, 앞으로도 기꺼이 일하고 싶은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요.

적어도 저에게는 <뉴스앤조이>가 1) 'one of them'이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소속감과 자긍심을 주고 2) 내 의견이 적극적으로 수렴되고 있다는, 일원으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감각을 주며 3)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보면 '멋있다'는, 그들에게서 매양 배운다는 느낌을 주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저렇게 말하고선 한참 뒤에, 갑자기 생각의 축이 교회로 옮겨 가게 됐어요. '내가 교회에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 말이죠(사실 저도 잘 모르겠거든요). 반대로 수많은 여성·청년·소수자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 어디 가서 '나 교회 다닌다'라고 말할 때 소속감과 자긍심을 느끼는가.
 · 교회 공동체에 내 의견이 수렴되고 있는가.
 ·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하는 반면교사 이외에 배울 만한 것이 있는가.

답을 굳이 제가 내리지는 않겠습니다. 이미 여지껏 교회가 보여 준 모습들이 답을 웅변하고 있으니까요. 다가오는 9월, 주요 교단이 총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다만 바라기는, 교회가 멋있는 결정들을 내렸으면 좋겠네요. 멋없다고 바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요.

편집국 운송

처치독 리포트

유튜브로 몰려드는 '온라인' 교인들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 유튜브를 봅니다. A교회는 1만 명이 예배를 시청 중입니다. B교회는 3000명이 예배를 시청 중이네요. C교회는 오늘 담임목사 대신 외부 강사가 설교를 하는군요. 동시 접속자 수가 지난주보다 1000명이 적네요. D교회 설교 본문을 보니 오늘은 십일조 얘기를 하려는 것 같습니다. 한눈에 전국 주요 대형 교회의 예배 현황이 펼쳐집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의 일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일요일 아침이 되면, 교회에 가기 위해 채비를 하는 대신 유튜브를 켭니다. '오늘은 어느 교회 설교를 들을까.'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시대가 되다 보니, 집이 예배 장소가 되었습니다. '유튜브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교인들은 유튜브를 통해 얼마나 주일예배를 많이 봐 왔을지 궁금했습니다. 주요 대형 교회 10곳의 데이터를 살펴보니, 유튜브를 통한 실시간 예배 접속자 수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었습니다.지금까지도 완만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잘나가는' 교회일수록 유튜브에서 강세를 보였습니다. 대부분 담임목사 설교가 좋고, 목회 잘한다는 이미지가 형성된 교회들이었지요.반면 '전통적 대형 교회'들은 절대적인 수치는 높았지만 성장률은 크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대 장로교회' 명성교회만 해도, 조회 수 상위 10위 안에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실제 명성교회평신도연합회 정태윤 집사가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명성교회 최근 예배 시청자 수는 줄고 있어요).

이 데이터가 시사하는 점은 큽니다. 온라인이라는 수단이 보편화하면서, 코로나19가 끝나도 상당수 교인들은 현장 예배 대신 온라인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습니다. 예전에는 특정한 공간에 가야만 예배를 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제약이 사라졌으니까요.

전문가들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교인들을 통제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합니다. 실제로 어떤 교인들은 비대면 시대를 계기 삼아, 다른 교회 목회자의 설교를 듣거나 여러 설교를 비교해 보기도 합니다. 특정 교회들의 유튜브 접속자가 교세보다 훨씬 더 많이 몰리는 이유는 이러한 수요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한 교인은 "똑같이 한 시간이지만, 나에게 도움이 되고 위안이 되는 시간을 기대하기 때문"에 다른 교회 목회자 설교를 듣는다고 하네요.

그러나 목회자들은 코로나19가 끝나면 '대면 예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했죠(예장통합 의뢰 설문 조사). 물론 모이지 않으면 교인들과의 교제도 약화하고 공동체성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그 심정도 일면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또다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교인들을 통제하려 한다면 교인들은 이번 기회에 눈 뜨게 된 '온라인'이라는 창구로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비대면 시대의 온라인 예배를 통해 분명히 얻어야 할 교훈이 있지 않을까요?

편집국 승현

그리스도을 위한 경제 이야기

경제 공부의 목적

지난주부터 후원회원님과 처치독 독자 열다섯 분과 경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8주간 4회에 걸쳐 로버트 하일브로너의 <세속의 철학자들>(이마고)을 함께 읽는 온라인 스터디 모임입니다. 첫 시간에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다뤘는데요. 자본주의 논리를 파악하기 위해 파레토 균형을 공부했습니다. 시장이 자원 배분을 어떻게 하는지, 시장을 통한 자원 배분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는 시간이었지요.

경제학 수업을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분들께는 많이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마샬, 에지워스, 발라스, 파레토까지 기라성 같은 경제학자들의 생각을 훑고 지나갔으니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경제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자본주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그리스도인다움을 지켜 내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지요.

파레토 균형을 구글에 검색하면 "다른 사람의 효용 손실 없이는 자신의 효용을 증가시킬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즉, 누군가의 효용을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짧은 지면에서 파레토 균형을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논리는 자본주의적 이상을 이해하는 데 많은 통찰을 줍니다. 파레토 균형을 이해하고 나면 '그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강의를 들으신 분들 중에도 그렇게 느끼신 분이 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요즘 회자되는 '공정' 논리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고요.

물론 이론과 실제는 많이 다릅니다. 주류 경제학은 이 세상 현실이 자본주의적 이상에 더 가까워지도록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본주의적 이상이 부자만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오해입니다. 그분들도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다만 방법과 목표가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주류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그 방법론과 목표를 긍정하지는 않습니다. 완전경쟁 시장에 도달하여 파레토 최적 균형에 이를지라도 그 세상은 여전히 빈부격차로 가난한 자들이 고통받는 세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자본주의적 이상을 성서의 기준에 비추어 판단해야 합니다. 희년 제도를 비롯해 성서에 나타난 기독교적 이상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다음은 자본주의 혹은 그 어떤 체제의 이상과 방향이 하나님나라 원리와 어떤 면에서 부합한지, 혹은 부족한지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 운동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이 공부의 목적입니다.

코로나19가 세상의 질서를 뒤바꾸고 있습니다. 환경 이슈도 기존 경제 질서에 심각한 균열을 내고 있지요. 불과 10년 뒤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도래할 것입니다. 우리도 그 10년 뒤를 살아갈 것입니다. 그 변화의 방향을 설정하는 논의에 적극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은 공부 모임이 나비 날갯짓이 되어 큰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책을 펼칩니다.

뉴스앤조이 도현

이번 달 뭐하지

캠페인 / 참여 
• [옥바라지선교센터] 2021 기독 청년 반빈곤 연대 활동 / 8. 30. ~ 8. 31. 
• [성서대전] '그리스도인과 부동산' 신학 에세이 공모전 / ~9. 15.
• [피스모모] 피스 큐레이션: 평화 기행,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 9. 4. ~ 9. 25.

강좌 
• [기독연구원느헤미야] 신학 연구 과정현대신학교회사성서학 전문 과정 모집 
• [센트] "목사님/선교사님 뉴스레터는 이렇게 만드세요" / 8. 23. 
• [나비] 제1회 나비 아카데미 '기독 여성과 교회' / 8. 24.
• [기독연구원느헤미야] ‘이것’ 아니면 ‘저것’? 극단의 시대에 균형 잡기 2부 / 8. 30.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회 아카데미 2021년 2학기 개강 / 9. 2. 
• [기독연구원느헤미야] 특강 전도서 시즌 2 / 9. 3. ~
• [평화교회연구소] 평연아카데미 가을 특강: 한국교회는 왜 보수가 되길 원하나?, 왜 바울에 집착할까? / 9. 9. ~ 9. 16.
• [청년신학아카데미] 기독 청년을 위한 한국사 강좌 / 9. 9. ~ 12. 2.

토론 / 모임
• [상처입은치유자들] 2021년 하반기 내적 여정 에니어그램
• [피스모모] 청소년, 평화를 컴온잉 - '분단'편 / 8. 28. 
• [청어람ARMC] 페미니즘 이슈 북클럼 - <침묵에서 말하기로> 함께 읽기 / 9. 2.
• [인터서브] 미션 앤 라이브 - '에코 라이프 스타일', '북향민 여성의 이야기', '동북아 평화와 통일' / 9. 7. ~ 
•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여성주의 묵상모임 2기 모집 / 9. 9.
• [믿는페미] 2021 성인지 감수성 교육 프로젝트 "믿는페미 性(성)경학교" / 9. 9. ~
• [솜니움] 저자와 함께 살펴보는 <우리가 몰랐던 1세기 교회> / 9. 10.
• [피스모모] 평화 교육 진행자 되기 / 10.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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