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1주기를 추모하는 기도회가 7월 9일 오후 4시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린다. 이 기도회는 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총무 김영주 목사, 대한기독교서회 명예사장 정지강 목사, 전 서울신대·안양대 총장 유석성 목사, 한국기독교장로회 전 총무 윤길수 목사 등 에큐메니컬 원로들이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의 아내도 참석할 예정이다. 

조에홀은 '한국 기독교 민주화 운동 추모 예배'라는 이름으로 예약이 잡혀 있었다. 예약자는 교회협으로 돼 있었는데, 정작 교회협은 이 행사와 연관이 없었다. 교회협 관계자는 7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관료 때문에 유관 단체들이 교회협에 대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그 행사도 누군가 대관을 부탁한 것이다. 교회협 내 위원회에서는 그 행사에 참여하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행사를 기획한 이들 중 한 명인 유석성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 같은 목사들 부부 동반 모임이 있었다. 그냥 친목 모임인데, 박 전 시장 내외도 여기에 몇 번 참여했다. 이 모임에서 1주기를 맞아 간단하게 추모 기도회라도 열자고 했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 성희롱·성추행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이건 친목 모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지강 목사는 "박 전 시장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는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정된 것은 성희롱뿐이다. 성추행은 아니다. 인권위가 결정한 내용도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박 전 시장을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그 인격이나 됨됨이를 봤을 때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이 불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들 병역 문제가 불거졌을 때 사모님과 함께 기독교 신앙이 큰 도움이 됐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이번에 1주기를 맞았는데 사모님이 여러 행사 하기 싫고 기도회라면 참여하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기도회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일으킬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지인끼리 추모도 못 하는가"라고 말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1주기 추모제가 열리고, 이 중 개신교 기도회가 있다는 소식은 이미 <조선일보>에 보도됐다. 김영주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끼리 하는 것인데 언론이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 '피해자' 이런 이야기 나오면 불편해질 수 있으니, 기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평소 관계가 있었던 목사들끼리 알음알음하려고 했던 것이다. 목사 열댓 명이 박 전 시장을 추모하고 그 가족들을 위로하는 기도회라고 생각하면 되겠다"고 말했다. 

조에홀에 왜 '기독교 민주화 운동 추모 예배'로 예약했느냐는 질문에, 김 목사는 "그런 명칭은 아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예약 좀 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담당자가 잘못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지강 목사도 "그냥 '고 박원순 전 시장을 위한 기독교인 기도 모임'이다"라고 말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작년 7월 9일 사라졌다가 10일 자정께 숨진 채 발견됐다. 전 비서가 그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다음 날이었다. 이 고소는 박 전 시장의 죽음으로 종결됐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서울시장 비서실 성폭력 사건에서, 법원은 박 전 시장이 피해자를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올해 1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의 행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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