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부자'를 자처하는 정진용 목사가 <뉴스앤조이>에 '부자 동네 부자 목사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교회 내 '끼인 존재', '존재하는 비존재'인 부목사가 마주하는 현실적 어려움, 그럼에도 부름받은 사명을 좇아 사역하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연재는 5월 중순부터 격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부자 동네에서 살면서 '부자'를 자처하는 정진용 목사(37)가 <뉴스앤조이>에 연재를 시작한다. 정 목사가 사는 곳은 성남시 분당구 판교신도시. 웬만한 대도시는 물론 강남 뺨칠 정도로 어마어마한 집값을 자랑하는 동네다. 게다가 정 목사가 사역하는 곳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이건희 총회장) 대표 대형 교회인 한신교회다. 이 역시 판교신도시에 있고, 건물 외관부터 고래 등같이 으리으리하다.

여기서 잠깐, 천국 들어가는 게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부자'가, 그것도 부자인 '목사'가 <뉴스앤조이>에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연재를 하는 걸까. 그리고 <뉴스앤조이>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사람에게 지면을 내주려고 하는 걸까.

일단 정 목사는 보통 '부자'가 아니다. 판교 사는 대형 교회 부목사라고 하면 모든 게 '삐까번쩍'하고 미래도 보장돼 있을 것 같지만, 정진용 목사가 자처하는 부자는 그런 부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교회 지하 1층 식당 구석에 딸린 작은 공간에서 아내와 세 자녀와 함께 산다. 안정적인 직장과도 거리가 멀다. 정 목사의 공적 신분은 노회 소속 '무임목사'다. 그가 있는 한신교회는 오래도록 청빙 과정을 거치고 있어 담임목사 부재 상태다. 무임목사는 기장 교단 헌법상 임지가 없는 사람이다. 정 목사는 사실상 사임한 상태로 사역을 계속해 오고 있는 것이다.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는, 말 그대로 한낱 '무임목사'일 뿐이다.

성남시 분당구 판교신도시에 위치한 한신교회. 정진용 목사가 '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성남시 분당구 판교신도시에 위치한 한신교회. 정진용 목사가 '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진짜 부자'라고 자부한다. 물론 '부유할 부' 자가 아니라 '도울 부', '알 깔 부', 하나님과 '부자지간'이라는 의미에서 '아비 부' 자를 쓴다. 4월 28일 한신교회 근처 카페에서 만난 정진용 목사는 "교회 지하에 살지만 교회가 다 내 집이니 제일 큰 집에 사는 셈이다. 주차장도 넓고, 위층(본당)엔 아버지(하나님)도 사신다"며 호쾌하게 웃어 보였다.

정 목사는 연재를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그는 담임목사도 전도사도 아닌 '끼인' 존재, 전임 목회자로 있으면서도 '넉넉하지 못한 대우'를 받는 존재, 가정을 꾸려 나가야 하지만 언제 잘려도 이상하지 않은 '파리 목숨' 같은 존재, 한 끗 차이로 부교역자가 아닌 '부역자'가 되기 십상인 부목사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솔직하게 풀어내어 독자들과 공감하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사명감으로 사역하는 부교역자들 모두가 교회의 미래이자 희망임을 잊지 말아 달라고 했다.

정 목사는 5월 중순부터 '부자 동네 부자 목사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사역지 구하는 일 △담임목사·교역자 간의 관계 △사모로 불리는 아내 △여성 목회자 이야기 △이민 교회 이야기 △자녀 양육 문제 △롤 모델의 부재 △임지를 떠날 때의 마음가짐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이다.

'부자 동네 부자 목사 이야기'를 연재하는 정진용 목사를 4월 28일 만났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부자 동네 부자 목사 이야기'를 연재하는 정진용 목사를 4월 28일 만났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현재 한신교회에서 노회 소속 '무임목사'로 있다. 2004년 한신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했다. 2011년 말 한신대 신대원 졸업시험을 보자마자 하와이로 출국해 5년 동안 한인 교회를 섬겼다. 그리고 귀국한 뒤 지금 교회에서 6년째 사역하고 있다.

- '부자 동네 부자 목사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연재하기로 했다. 부자인가?

부자이긴 부자인데, 생각하시는 그런 부자는 아니다.(웃음) 아내 그리고 세 아이와 함께 교회 지하에 살고 있다. 작년엔 장마 때문에 너무 습했고, 코로나19라서 어디 나가지도 못해 많이 고생했다. 그래도 교회가 다 내 집이니 가장 넓은 집에 사는 셈이다. 주차장도 넓고, 위층에는 아버지(하나님)도 사신다.(웃음)

연재 타이틀로 독자들의 반감과 호기심을 사고 싶었다. 남들은 판교라고 하면 '우와' 하고 한신교회라고 하면 또 '우와' 하는데, 현실은 교회 지하에 사는 무임목사다. 이런 상황을 역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목사가 무슨 부자야?'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라 다른 의미의 부자인.(웃음)

정진용 목사의 다섯 가족이 살고 있는 교회 지하 식당 한 귀퉁이 작은 공간. 뉴스앤조이 여운송
정진용 목사의 다섯 식구가 살고 있는 교회 지하 식당 한 귀퉁이 작은 공간. 뉴스앤조이 여운송

- 어떻게 목사가 되었나.

아버지가 개척교회 목사셨다. 어머니는 내가 6살 때 동생을 낳다가 병원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왼쪽 몸 전체가 마비됐다. 그렇게 오래도록 집에서 와병 생활을 하셨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 병을 낫게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장래 희망에 '목사'라고 적었다. 그렇게 하면 하나님이 어머니를 고쳐 주리라 믿었다. 등하굣길도 매번 "하나님~ 우리 엄마 고쳐 주세요~"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다녔고 정성껏 병간호했다. 그런데 신유 은사가 있다는 내로라하는 부흥사들이 와서 아무리 안수를 하고 기도해도 안 낫더라. 어느 교회를 가든 병 나았다는 간증이 넘쳐 났는데, 어머니는 결국 일어나지 못하시고 중학교 1학년 때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살아생전 그나마 움직일 수 있던 오른손으로 일기를 쓰셨는데, 돌아가신 당일에 쓴 일기에 "진용아, 아버지께서는 네가 훌륭한 목회자가 되길 바라셔"라고 써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너무 화가 났다. 엄마는 목사인 아빠 때문에 고생만 하다가 죽은 건데, 하나님밖에 모르는 목사가 되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장래 희망에 목사라고 절대 안 썼다. 고등학교 때 문·이과 선택할 때도 목사 되기 싫어서 이과를 골랐다. 그때 상처받은 이후로 삐뚤어져서 나쁜(?) 일도 많이 하고 방황도 많이 했다.

- 그런데도 결국 목사가 됐다.

하여간 그놈의 수련회가 문제다.(웃음)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교회 수련회를 따라갔는데, 어머니가 남기신 일기장 마지막 문구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오더라. "아버지께서는 네가 훌륭한 목회자가 되길 바라셔"라는 말을 '목사 아버지'가 아닌 '하나님 아버지'의 뜻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그냥 그런 목회자가 아니라 훌륭한 목회자가 되는 것을 원하시는 뜻으로.

예수님이 사역하셨을 때 직접 찾아가 고쳐 준 사람도 많았지만, 예수님 얼굴 한 번 못 보고 돌아가신 분들이 훨씬 많지 않았겠나. 우리 어머니가 결국 낫지 못하고 돌아가신 것처럼, 간증거리 없는 평범한 사람들, 연약하고 아프고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가는 목회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어머니의 일기장에 있던 마지막 유언을 따르는 길이기도 했다.

목사가 되는 건 죽기보다 싫었지만, 그는 결국 목사가 됐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목사가 되는 건 죽기보다 싫었지만, 그는 결국 목사가 됐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 신학교 생활을 거쳐 하와이에서 사역했다.

학부에서 신학을 공부하면서 사회복지학을 복수 전공하고 기독교교육학도 부전공했다. 예수님 사랑을 실제적으로 전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다. 신학대학원 졸업 후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한인 교회에서 5년 동안 사역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힘들었다. 처음 갔을 때 4명이었던 부교역자가 나중엔 나 혼자만 남았다. 일반적으로 이민 교회 상황이 국내 개척교회 수준보다 열악하다지만, 매일 새벽 운행을 시작으로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일들을 혼자 다 감당해야 했다. 심지어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오르기 1시간 전까지도 교회 새 홈페이지 구축 작업을 하다가 비행기를 타지 못할 뻔했다.(웃음) 그때 고생했던 일들, 함께했던 분들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

- 부목사 처우가 어떠한가.

일단 포지션이 어정쩡하다. 기장 교단 헌법상 담임목사를 보좌하는 자리로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비정규직'이다. 담임목사와 교인들 사이에 끼인 존재, 언제 없어져도 모르는 '존재하는 비존재'다. 교회는 생각보다 부교역자들의 처지에 대해 잘 모르고, 부교역자가 처우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왠지 어색하다.

교회에서 교역자를 구할 때는 사명감을 요구하는데, 임지를 구하는 교역자 입장에서는 부임할 교회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막상 가 보면 완전히 속아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하와이로 떠났을 때도, 하와이에서 귀국했을 때도, 사전에 했던 약속과는 다르게 교회 측에서 사택 준비 등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고용 형태가 특수하다 보니 언제나 불안정하다. 연차는 꿈도 못 꾸고 아이들을 양육하는 일에도 어려움이 많다. 일반적으로 목회자 가정의 아이들은 목양의 대상이 아니라 목회에 동원되거나 목회 때문에 희생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파다하다. 우리 첫째가 32주 만에 미숙아로 태어나서 인큐베이터에 두 달 넘게 있었다. 매일 병원에 초유를 가져다줘야 했는데 이것도 눈치가 보였다. 둘째·셋째는 쌍둥이로 임신한 지 25주 만에 태어나서 4~5달을 인큐베이터에 있어야 했다. 둘째가 망막 수술을 하는 날, 교회 업무 때문에 보호자 없이 수술실에 들여보내야 했다. 분위기든 제도든 개선해야 할 지점이 많다.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들 사이에 봉급 차이도 많고, 철저히 계급화돼 있으며, 간혹 장로 중에 목회자들에게 하대하듯 반말·막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무임목사든 부목사든 나는 부름받고 안수받은 '목사'다. 그래서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종으로 부름받았다는 자기 자존감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 어느 교회에 얼마나 있든 상관없다. 언제 어디로 보내시든 나는 목사로서 같은 일을 할 거니까.

현실이 어렵다 보니 자신들을 잘 끌어 주고 다른 임지로 잘 뿌려(?) 줄 만한, 소위 '능력 있는 담임목사님' 밑으로 가고 싶어 하는 부교역자들이 많다. 가슴 아픈 현실이지만 사람이 아닌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자리라면 어느 자리이든 두려움 없이 나아가야 하고, 보내신 자리에서는 끝까지 맡기신 사명 다하자고 말하고 싶다.

정진용 목사는 부목사든 무임목사든 똑같이 하나님께 부름받은 '목사'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정진용 목사는 부목사든 무임목사든 똑같이 하나님께 부름받은 '목사'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 부교역자 입장에서 비판적인 글을 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교회에 담임목사님이 없으니까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비판적인 사고가 있어야 개선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는 이걸 쓰고 잘릴지도 모른다.(웃음) 그런 일은 없겠지만 그렇다 해도 상관없다. 나는 이미 사임한 상태인 무임목사이지 않은가. 중간에 사임하는 일이 있더라도 연재는 책임지고 완수하도록 하겠다.(웃음)

- 연재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가.

부교역자가 겪는 실질적인 문제들을 하나하나 솔직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교회에서 전혀 신경 써 주지 않는 제도적인 부분도 얘기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맡겨 주신 사명을 대하는 자세, 어떻게 사람에게 충성하는 '부역자'가 되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 떳떳한 '부교역자'로 살 수 있을까 하는 마음가짐을 나누는 일인 것 같다. 사실 갈등 이야기는 누구나 다 쓸 수 있다. 그걸 어떻게 견뎌 내고 하나님 안에서 승화하는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내 삶에서 어떻게 '해석'해 내고 있는지 쓸 생각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제로 몇 가지를 추려 왔다.

△나는 왜, 어떻게 목사가 되었는가? △젊은 목회자들의 사역지 ASK! △사모님 말고 여자 친구와 결혼하고 싶다 △내가 만든 부교역자 십계명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담임목사와의 갈등 △여긴 어디? 나는 누구? - 부교역자의 역할 △관행입니다 - 여성 목회자 이야기 △알로하와이 - 이민 교회 이야기 △담임목사님은 언제 오시나요? - 무임목사가 되다 △우리 아이들은 하나님이 책임져 주세요 △그런 사람 없습니까? 롤 모델은 어디에? △사역지를 떠날 때 - 왜, 어떻게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등.

아마 교회 다니는 분들이 많이 보실 텐데, 주위에 있는 교역자를 위해 어떻게 구체적으로 기도해 주셔야 하는지 아실 수 있도록 얘기를 나누고 싶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비판이 비난에 머무르지 않고, 희망이 되게 하고 싶다. 읽는 분들 마음이 따뜻해졌으면 좋겠고 젊은 3040 목회자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면 좋겠다. 자세한 내용은 앞으로 연재될 내용을 통해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다.(웃음) '부자 동네 부자 목사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연재 잠정 연기 공지(2021년 6월 9일 15시 30분 현재)

<뉴스앤조이>가 당초 5월 중순부터 격주 연재하기로 공지한 정진용 목사의 '부자 동네 부자 목사 이야기'를 필자 개인 사정으로 잠정 연기합니다. 연재를 기다려 주신 독자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