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월 31일 열린 사랑의교회 공동의회에서 이의를 제기했던 25세 청년 이재혁 씨가 온라인 카페 '사랑의교회 건축, 어떻게 할 것인가'(http://cafe.daum.net/howsarang)에 게재한 글입니다. 이재혁 씨에게 허락받고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예전 글을 읽어 보니, 제가 오정현 목사님을 찾아뵙고 사과했다는 글이 있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그날 이후로 목사님을 뵌 적이 없습니다. 사실 막상 일을 저지르고 나니 생각보다 교회 권력을 크게 느낄 수 있었고, 사회에 진출하기 전부터 매장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었으며, 저를 지도하시는 대학부 목사님께도 안 좋은 영향이 갈 것 같아서 오 목사님께 사과 메일을 보내기는 했습니다. 저는 정말 영적으로 힘들어서 편지를 보낸 다음 날부터 메일을 확인하며 오 목사님의 답장을 기다렸지만, 한 달 반이 지난 지금도 답장은 오지 않았습니다.

공동의회가 끝난 후 장로님과의 대화로 궁금증이 해소되지는 않았습니다만, 목사님들과는 다르게 인격적이고 따뜻하게 대해주신 장로님들의 모습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사랑의교회 대학 3부 리더 클럽에 올린 건축에 대한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이곳에도 제가 건축에 반대하고, 공동의회 때 돌출 행동을 하게 된 과정을 알려 드려야 할 것 같아서 글을 남깁니다.

건축에 반대하게 된 과정

대학 3부 리더 여러분은 건축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처음에 성도들의 의견 수합 없이 목사님이 일방적으로 땅을 사고 추진하는 과정이 불만이었고, '새 성전 건축'이라는 주제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았기에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소망관 공간을 떠올리며, 화려한 성전과 제가 누리게 될 시설(도서관, 웨딩홀, 교제 공간, 체육관, 집에서 교회까지 지하철 한 정거장이 줄어드는 지리적 이점 등)로 인해서 교회 건축에 찬성하게 되었고 그래서 약정 헌금까지 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큐티나 기도를 하면서, 말씀을 읽으면서 자꾸만 뭔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제가 배운 사랑의교회의 제자 훈련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제자 훈련의 기초를 닦으신 옥한흠 목사님도 동영상으로 건축을 찬성하셨고, 제가 고시 공부를 해야 하는 처지라 건축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자 등 최대한 자기 합리화하거나 그냥 무시하며 지내려고 했습니다. 나름대로 최대한 건축의 합리적인 면도 찾아봤습니다. '새 예배당 건축으로 십일조보다 더 효과적으로 사랑의교회 교인 간의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것이 제가 마지막으로 내린 건축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러다 도저히 뭔가 견딜 수가 없어서, 교회 건축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교회 홈페이지, 다음 카페, 싸이월드 클럽, 블로그, 신문 기사 등 제가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는 사랑의교회 건축에 관련한 정보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제가 건축에 찬성한 이유는 세상적인 욕구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회개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고시생으로서 진도가 몇 백 페이지씩 밀려가는 것을 보면서, 사랑의교회 건축 생각을 잊어보려고 발버둥 쳤고, 심지어 다른 교회까지 가 보면서 최대한 잊어 보려 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공동의회 며칠 전 큐티를 할 때, 교회 내에서 교회답지 않은 잘못된 행위를 보고 방관하는 게 마치 세상적인 욕심을 위해 고시 공부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스스로 눈물 흘리며 회개하고, 기도하고, 행동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날부터 공동의회까지 은혜가 폭포수처럼 넘쳐흘렀습니다. 수련회에서 느꼈던 은혜와 기쁨과 평안을 압도하는 그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하루에 2시간씩 공부하면서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공동의회가 있던 날의 오 목사님 설교는 마치 저를 위해 준비하신 설교처럼 들렸습니다. 저는 설교에 크나큰 용기를 얻었고, 그렇게 공동의회를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공동의회에서

1월 31일 4부 예배 후의 공동의회. 그날 저 때문에 많은 분이 놀랐을 거로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그날 오 목사님 설교처럼 '하나님께 순종하기 위함'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 굳이 다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공동의회에서 발언을 해야 했느냐고 궁금증을 가지실지 모르겠습니다. 공동의회 때문에 저에게 기도 부탁 문자를 받으셨던 '제자반', 'LBS', 'GBS'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궁금한 것을 질문하기 위해서 그 자리에 선 것이라기보다는 사랑의교회 건축을 중단하기 위한,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진정한 목적은 약 1,300억 원의 헌신을 약정하신 성도님들께, 오 목사님을 통해 왜곡된 정보가 아니라 진실을 알리기 위해 그 자리에 섰습니다. 전단지 돌리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제지당해서 실패할 확률이 높았습니다. 마침 저는 2개월 전에 세례를 받았기에 공동의회에서 발언권을 가지고 있었고, 예정에 없던 공동의회가 열리게 되어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신 기회라 확신하고 발언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오 목사님은 종이에다 질문사항을 써서 내라고 하셨지만, 이건 정말 언급할 가치조차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날, 제가 원래 준비한 원고대로 다 말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원래는 "저는 사랑의교회 대학부 이재혁입니다. 먼저 세상에서는 보잘것없는 저이지만, 낮은 자와 함께하시는 예수님처럼 저에게 이런 발언권을 허락해주신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발언함에 있어 여기 계신 성도님들께서 제가 제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교회를 위해 꼭 보탬이 되고 덕이 되는 말을 할 수 있도록 성령님께서 저를 인도해주시도록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로 질문을 시작해서 상당히 길지만 유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목사님께서 새 성전 건축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것을 원치 않으셨기에 발언을 중단케 하셨고, 저로서는 단기간에 최대한의 충격을 주는 용어들(형법 제231조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죄 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로 인해 그나마 목사님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는데, 그날로 인해서 건축에 찬성하셨던 ㄱ 장로님을 비롯해 몇몇 분들이 반대로 돌아섰다는 것을 얼마 전 법조선교회에 계신 분들과의 만남에서 듣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여러분은 "다수가 찬성했는데, 왜 딴죽을 거느냐"고 말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다수결에 따른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판단의 자료, 즉 정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랑의교회는 4만 교인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은 고사하고 거짓말과 선동으로 성도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습니다.

또한 다수결의 원리는 가치관의 다원적 개방성이 인정되는 가운데, 다양한 견해와 다원적 집단이 형성되고 활동하며, 이들 간의 정당한 갈등과 경쟁, 타협과 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요건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사랑의교회 게시판은 폐쇄한 지 오래고, 최근에는 건축 게시판으로 연결되는 배너도 삭제되었습니다. 소수 의견을 존중하기는커녕 저와 그들을 신천지, 사탄의 자식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받은 시험

저는 그동안 설교와 신앙 서적을 통해 '하나님과 동행하고 말씀대로 사는 삶이 세상과 충돌하더라도, 성령의 능력을 의지하며, 맞서 싸우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사랑의교회는 준법정신을 지키는 것을 뛰어넘어 정감 운동을 했고, 사랑의교회 5대 비전 'HEART' 중 마지막 'T'는 '사회를 변화시키자'입니다. 재작년 사랑의교회 슬로건은 "Why not change the world?"였으며, 이번에 나온 오정현 목사님의 신간 서적은 <정면 돌파>입니다. 하지만 시꺼멓게 얼룩진 채로 이번 서초역 부지에 건축을 진행한다면, 과연 사랑의교회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랑의교회의 건축은 그냥 건물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건축 과정 하나하나가 은혜가 되고 하나님 영광이 되며, 불법이 난무하는 한국 건축 문화에 빛과 소금과 같은 역할을 감당하는 사랑의교회다운 건축이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세상에서 개인 한 명 한 명이 빛과 소금이 되는 것기가 쉽지 않지만, 사랑의교회라는 수만 명이 모인 단체는 충분히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 목사님은 비밀스럽게 건축을 추진하시고 땅을 구입하고, 땅을 담보로 잡고, 이상한 정관을 가지고 우리은행에서 600억을 담보 대출 받고, 나중에 문제가 되니까 공동의회에서 사후 추인(승낙)하고, 그래도 법적으로 문제 되니까 다시 예정에 없던 공동의회 한 번 더 열어서 정관 제47조 "이 정관 시행 이전에 사랑의교회가 시행한 제반 관련 행정 처리는 이 정관에 의하여 시행된 것으로 간주한다"와 같이 말도 안 되는 소급입법 조항을 추가시켰습니다.

공동의회로 사랑의교회가 민사상 불법적인 문제들을 많이 덮었습니다만, 사후추인이 인정되지 않기에 형사상 책임은 남아 있고, 세상 법이 아닌 하나님의 법 앞에서 부끄러움이 없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빛과 소금이 되어 세상을 변화시켜야 하는 교회가 세상과 다를 바 없이 건축을 추진해 놓고, 세상을 변화시키자고 외칠 수 있을까요.

저는 교회가 건축을 진행해 온 과정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이미 어른들이 땅도 사고 설계사도 정하고, 화려한 조감도도 나오고, 건축 헌금까지 약정한 상황에서 추인 여부를 투표하라는 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자반 동생도 "이미 다 진행 해놓고 형식적으로 우리보고 들러리 서라는 거밖에 더 되냐"고 저에게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정관 제정과 서초역 부지 구매 추인 관련 투표는 땅을 사기 전에 했어야 합니다. 설사 오 목사님 말씀대로 지가 상승을 우려해 비밀스럽게 밖에 할 수 없었다 하더라도, 설계사 정하기 전 아니 적어도 건축 헌금하기 전에는 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양보 하더라도 건축을 반대하게 될 경우 약정한 헌금의 여부를 포함해 앞으로 건축 문제가 어떻게 될지 대안을 제시하고 투표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오정현 목사님의 현행법 위반 사실에 시험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세상에 제가 사역하면서 별걸 다 봅니다", "세상 살다 보면 다 그런 게 있으니까", "강단에서의 수많은 거짓말", "건축에 반대하는 (청년부 리더)의 블로그를 공격하는 백기사가 돼 달라", "500억 이하는 '챌린지 데이', 500억~1,000억은 '빅토리 데이', 1,000억 이상은 '할렐루야 주일'을 선포할 예정이었는데 1,400억 원이 약정되어 오늘은 '할렐루야 주일'입니다" 등과 같은 오 목사님의 발언에 시험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예배 끝난 후 부목사님과의 대화가 저에게 충격이었습니다.

부목사님은 "그런 식으로 하면 대한민국에서 건축 아무도 못 한다"고 하셨습니다. 말씀대로 사는 것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너무나도 떳떳한 모습에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저보다 신앙생활 오래하시고, 신앙의 대선배인 목사님들이 수십(백) 분이고, 세상에서 봐도 뛰어난 평신도가 많은 사랑의교회조차 세상의 편한 방법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세상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면, 일개 평신도인 제가 말씀대로 살 수 있을까에 대해 의심이 들었습니다. 아니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25살이면 신앙의 순수성이 죽는다는 오 목사님의 설교처럼 바로 그날 신앙의 순수성이 죽은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전에 제 신앙의 순수했다는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최대한 하나님 앞에 바로 서려고 노력은 했었습니다. 고시 공부하면서도 갑자기 저도 모르게 고시 합격이 주는 세상적인 이점이 떠오를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잠깐 책을 덮고 다시 회개하고 기도하고 찬양하며 최대한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움 없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고시생이 되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도 인간이니까 그냥 세상적인 욕구가 들더라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저도 결국 세상에서 욕먹는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 될 것 같았습니다. 똑같은 사람 될 거면 공부할 이유가 없기에 며칠 동안 책이 손에 잡히지도 않았습니다.

'차라리 하나님이 안 계셨으면 저런 고민과 고통을 겪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정말 그때는 힘들었습니다. 앞으로 타락할 게 뻔한데 차라리 지금 죽는 게 하나님께서 기뻐하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시 일어서는 방법은 알고 있었지만, 일어서면 또다시 영적 전쟁터로 나가 싸워야 했기에 그냥 이대로 주저앉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만 투정부리고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공동의회가 있던 날, 대학부 마치고 학교에 와서 '원래 발언하려 했던 것도 말 못하고, 이게 뭐야', '이제 앞으로 순종 안 할 거야' 등 하나님께 투덜거릴 때 "너는 나를 따르라"라고 머릿속에서 강하게 말씀하셨기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할 것 같습니다.

시끄러운 일 안 일으키고 한국교회 비판이 아니라 은혜 넘치고 좋은 말만 하는 크리스천이 되고 싶은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하나님을 만났을 때, 정말 비전대로 말씀을 따라 산다면, 세상에서 욕먹는 것은 물론이고, 교회로부터 욕먹고, 사탄의 아들이니 이단이니 소리 들을 것 같아 갑갑했는데, 결국 생각보다 빨리 그런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카페를 만드신 이진오 전도사님과 제가 사랑의교회 건축에 관해 올바른 정보를 갖게 해주신 카페 회원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이런 정보를 교회가 아니라 왜 카페에서 얻을 수밖에 없는지 회의가 듭니다만, 이번 기회로 하나님께서 사랑의교회를 새롭게 변화시킬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기도하겠습니다.

이재혁 / 사랑의교회 대학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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