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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학창 시절부터 탄허(1913~1983, 속명 김금택)의 <부처님이 계신다면>(1979)·<현토 역주 주역 선해 1~3>(1982)·<현토 역주 도덕경 1~2>(1983, 이상 교림) 등을 읽었다. 이때부터 '당대 최고 학승'이라는 탄허의 사상은 필자의 관심 대상이었다. 특히 최근 필자가 연구한 <한밝 변찬린>(문사철, 2017)을 '사교 회통 사상가'라고 평가한 아무개 교수가 필자에게 두 종교 사상가를 비교해 보라고 제안한 일이 서평을 쓰는 동기가 되었다.

저자 문광(속명 권기완)은 '탄허학'을 주장할 만큼 탄허 연구의 대가이다. 저자는 탄허와 관련한 연구로 박사 논문을 써서 학위를 받았으며, 꿈속에서 탄허에게 '문을文乙'이라는 당호를 받았다고 고백할 정도로 탄허 사상에 심취해 있었다. 그는 탄허 사후 38년 만에 <탄허 선사의 사교 회통 사상>을 출간했다. 탄허에게는 화엄경 주해, 미래 예언 등으로 당대 최고 학승이라는 세평이 있지만, 그의 학문적 성과가 체계적으로 평가된 적은 없다. 그런데 저자가 선사의 종교적 정체성을 갖고 유·불·선·기(기독교)를 회통했다는 탄허의 학문적 업적을 사교 회통 사상으로 정리해 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종교계에서도 흔하지 않은 회통 사상에 대한 업적이라 할 수 있다.

탄허는 화엄학의 대가답게 <신화엄경합론 1~23>(교림) 등 14종의 불경과 <현토 역주 주역 선해 1~3>, <현토 역주 도덕경 1~2>, <장자남화경 역해>(CD 3장)를 포함해 20종 80권의 역해를 했다. 탄허의 역경 사업을 김호성은 "1인 결사" 운동으로, 근현대 한국 불교 혁신의 흐름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를 세상에 알린 법어와 강연, 대담을 엮은 <부처님이 계신다면>, <피안으로 이끄는 사자후>(나가원, 1997) 등을 비롯해 <21세기 대사상>(혜화출판사, 1996) 등 수 권의 선집이 있다.

<탄허 선사의 사교 회통 사상> / 문광 지음 / 민족사 펴냄 / 464쪽 / 2만 8000원
<탄허 선사의 사교 회통 사상> / 문광 지음 / 민족사 펴냄 / 464쪽 / 2만 8000원
불교를 중심으로 한
사교 회통의 포괄주의적 해석

세계 종교의 지형은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 등 유일신 종교 계통과 힌두교·불교 등 인도계 종교, 유교·도교·선불교 등 동아시아계 종교로 유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 간 대화는 서구에서 형성된 유일신 종교가 다른 지역과 문화에 전파되면서 호교론적이고 선교적인 측면에서 야기한 종교 담론이다. 소위 종교 다원주의 담론이다. 가톨릭 신학자 한스 큉은 "종교 간 대화 없이 종교 간 평화 없고 종교 간 평화 없이 세계 평화 없다"고 말하면서 종교 간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세계 윤리 구상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는 유교와 불교와 도교 등 다종교가 배타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교섭과 대화를 통해 다층적 종교현상이 회통적 경향을 갖고 종교사를 형성한다. 이 때문에 서구에서 발생하는 종교전쟁과 같은 극단적 상황은 중국의 초기 도교사나 태평천국과 같은 극히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의 종교 역사에서는 이런 현상조차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 왜 그럴까?

한국이 선맥僊脈이라는 풍류적 심성을 바탕으로 유교·불교·도교가 서로 공존하는 역사를 지향하면서, 최치원은 한국 종교 문화의 정체성을 풍류라고 말하며 이를 포함 삼교(유·불·도)한다고 간명하게 말한 바 있다. 이런 회통적 맥락은 불교계에서 원효, 함허, 서산, 휴정, 백용성, 이능화, 탄허 등으로 계승되며, 유교계에서는 최치원, 이이, 김시습, 도원 유승국 등으로 계승된다. 특히 주자학·성리학 자체가 송대의 불교와 도교의 교섭으로 성립한 종교 사상이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특히 한국 근대의 동학·증산교·원불교·대종교 등은 기본적으로 삼교 회통 사상을 기본으로 전개한다.

그러나 한국 종교의 지평에서 신학자와 불학자 등 종파 종교인의 교차적 대화는 간혹 있어 왔지만, '사교 회통'이라는 키워드의 담론에 거론될 만한 종교인은 학문적으로 유영모·변찬린 정도다. 다원적 종교 지형에서 종교 간 공존을 지향하는 종교적 영성이 회통적 맥락 아래 탄생한 탄허의 사교 회통 사상을 중심으로 탄허학을 조명한 것은, 종교 담론으로서 종교 간 대화가 필요한 지구촌 사회에서 상당한 시사성을 가지고 있기에, 세계 종교계에 공유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저자는 역경 사업과 교육 사업에 중점을 둔 선사 정체성을 지닌 탄허를 사교 회통 사상가로서 자리매김하며, 탄허의 미래학 등을 포함해 '탄허학'이 재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지만, 크게 보면 세 부분으로 범주화할 수 있다.

첫째 부분은 2018년 <탄허呑虛 택성宅成의 사교四敎 회통會通 사상思想 연구硏究>(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의 박사 논문 체제를 따라 연구의 동기·목적·방법이 제시한다. 탄허는 최익현-전우-이극종의 유맥儒脈과 함허-경허-한암의 불맥佛脈을 계승했음을 밝힌다. 선 사상과 화엄 사상으로 '심성 중심의 회통관'을 구상하며 성 자리로 회통한 범주를 제시한다(101~101쪽). 구체적으로 <순자>에 출전을 둔 "하늘 아래 두 개의 도가 없고 성인에게 두 마음이 없다"(天下無二道 聖人無兩心)는 준거를 바탕으로 유교는 존심存心 양성養性, 불교는 명심明心 견성見性, 도교는 수심修心 연성練性, 기독교는 마태복음 5장 3절의 허심虛心, '마음이 가난한 자'를 회통의 맥락으로 삼아 불교의 마음자리를 깨치는 선적 논리를 회통의 실마리로 삼는 회통적 준거와 맥락을 규정한다.

둘째 부분은 유·불·선·기 4교에 대한 회통 사상을 체계화한다. 저자는 역학과 선, 유교와 불교, 노장과 불교, 기독교와 불교 등으로 범주화해서 비교종교학 방법으로 회통을 시도한다. 만약 사교 회통의 실마리는 살펴보자면, 저자가 요약한 부분(101~102쪽, 349~350쪽)을 보면 된다. 독자들은 '시공이 끊어진 자리'로 회통적 근거를 환원적으로 회귀하는 탄허의 논법에 대해 '의심의 해석학'으로 바로 볼 수 있는 해석학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탄허는 경전 텍스트와 경전 텍스트를 회통의 주요 종교 정보로 삼는 간 텍스트적 해석에 주로 집중하고 있지, 경전을 이미 해석한 불학·신학·유학·선학을 비교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할 것이다. 즉, 주체적 해석학의 중심은 탄허의 깨달음과 경전 텍스트 간의 대화적 귀결임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부분은 유교와 불교와 기독교의 종말론에 대한 해석과 정역 사상을 응용해서 지구 차원의 미래상과 한국이 개벽 세계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미래학을 제시한다. 이런 한국 중심의 미래 세계 전개는 당시 한국 종교적 지성인의 공감 의식이기도 하지만, 탄허는 불교적 사유 체계가 그리스도교보다 역사의식이 결핍됐다는 평가에 반박이라도 하듯이 역사 참여 의식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탈종교마저 주장하는 파격적인 종교 주장을 펼친다. 저자는 탄허의 미래학을 그의 방대한 사유 체계의 기저가 되는 사교 회통과 미래 예언을 결합해 '간산艮山 사상'이라고 명명하며 독자에게 소개한다.

저자는 10여 년의 연구를 통해 역경 사업과 교육 사업에 집중된 관심, 그리고 유·불·선의 회통 사상가로 조명된 틀을 벗어나 유·불·선·기까지 회통한 불교 사상가로 탄허를 복원하며, 원효학·율곡학·다산학에 버금하는 '탄허학'의 초석을 다질 토대를 이 책을 통해 확인하게 해 주려고 한다. 예언적인 탄허의 견식만 강조되고 학문적인 사교 회통 사상이 상대적으로 강조되지 않는 상황에서 저자가, 탄허의 인용 문서를 사회학의 통계 처리 방식을 빌려 탄허의 학문적 위치를 자리매김하고 이를 학자들에게 공론의 장을 제공했다는 점은 무엇보다 높게 평가해야 한다.

불교계가 그리스도교계에
대화의 손길을 내민 역사적 사건

유·불·선의 회통 사상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종교 역사를 따졌을 때 최근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삼교 회통을 포월해 그리스도교까지 회통한 사교 회통을 강조한다. 토인비는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만남을 20세기 최대의 사건이라고 한다. 그만큼 세계 2대 종교인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 형태는 지구촌 문명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상수이기도 하다. 지면의 한계도 있지만, 선사의 정체성을 갖고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회통 및 대화에 집중해 살펴보기로 하자.

명대 예수회 신부 마테오 리치가 유교의 상제 등을 연구하며 그리스도교 중심의 보유론補儒論을 주장했다면, 탄허는 창조주 하나님과 삼위일체설을 수용하며 오히려 불교 중심의 포괄주의적 해석을 통해 보기론補基論을 주장한다. 그동안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대화는 개별적 종교인 혹은 종교 조직의 필요에 따라 진행됐다.

개신교계에서 최병헌(1858~1927)은 불교를 무신론이자 천륜과 인륜을 저버린 종교라고 호교론적 관점으로 불교를 비판하며, 이용도(1901~1933)는 불경을 읽어 볼 것을 권유하기도 하며, 채필근(1884~1973)은 비그리스도교 전통을 연구해 <비교종교론>(대한기독교서회, 1960)을 출판하기도 한다. 변선환은 불교를 신학화의 재료로서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가진다. 길희성의 <보살 예수>(현암사)는 학술적 완성도가 높은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본격 대화 저서이다. 또한, 유영모·함석헌·김흥호·이현주·이찬수·이명권 등이 다원적 종교 전통에서 다른 종교에 포용적인 자세를 보이는 종교 사상가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천주교에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를 기점으로, 불교 등 타 종교에 포용적 자세를 보이며 종교 대화 시리즈물을 선보였다.

한편, 불교계에서는 이능화(1869~1943)가 유교·불교·기독교·이슬람교 등 비교종교학적 관점에서 서술한 <백교회통百敎會通>(1912)과 한국인 시각에서 정리한 <조선기독교급외교사朝鮮基督敎及外交史>(1928)는 최초의 그리스도교사이다. 이후 불교계에서 그리스도교에 대해 뚜렷하게 발언한 불자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김용표는 불교계가 타 종교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교단적으로는 배타주의적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교리적으로는 포괄주의적 해석을 하고 있으며 종교 체험적으로는 다원주의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보수 개신교계에서 종종 발생하는 '훼불 사건'은 불교도들이 개신교에 방어적 태도를 보이게 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차에 학술적으로 불교는 30년, 도교는 20년, 유교는 10년이 걸리지만, 기독교는 3년이면 체득할 수 있다고 자부하며(303~304쪽), 불교의 화엄학, 유교의 주역·논어, 성서의 산상수훈을 텍스트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포용적 사고를 지닌 탄허의 사상은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탄허는 불자 입장에서 그리스도교의 조직력, 신학교 설립을 통한 그리스도교 교육은 배워야 한다고 하면서도, 교리 연구와 선교 방식에는 비판적 관점을 드러냈다. 탄허는 성서와 그리스도교의 종교 문화를 구별하면서 예수를 석가모니·공자·노자 등의 성인으로 간주하며, 성서와 불경의 가르침은 깨달음의 문서라고 강조한다. 이처럼 탄허의 보기론은 서구 그리스도교가 한계에 봉착해 아시아 종교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데서도 여전히 유효한 시사성을 지닌다.

탄허는 기본적으로 '정통과 이단'이라는 주류 그리스도교의 배타적 관점에서 자유로웠으며, 호교론적 입장보다는 오히려 두 종교를 '시공이 끊어진 자리'라는 포월적 준거점을 갖고 비교종교학으로 비평한다. 즉 '시공이 끊어진 자리'라는 사유의 출발점은 추상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는 인간 사유의 시작이자 종교 세계의 시작이며 그리스도교로 말하자면 우주 창조의 시점이다. 탄허의 회통 사상이 동시대에도 시사점을 보이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종교 간 대화를 추구하자면, 바로 호교론적 입장을 탈피해서 대화 상대의 종교를 포월할 수 있는 상생의 담론 지점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탄허의 대화 준거점은 설득력이 있다. 이 덕분에 그는 경전 텍스트 간에 해석적 동질성·변별성·차이성을 일목요연하고 과감하게 주장하는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설령 탄허의 관점이 불교 중심의 회통이라고 할 지라도 그가 탈종교와 초종교를 주장하며, "선적禪的 기독교관과 불기佛基 회통會通" 관점에서 그리스도교의 근본 교리에 대한 화쟁의 지평을 개척한 보기론자補基論者로서 탄허를 선명하게 자리매김한 것이, 역시 저자의 탁월한 지식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았으면 어려운 작업이었으리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탄허는 삼위일체인 성부-성자-성신을 법신불-화신불-보신불, 기신론의 체-용-상에 상응시킨다. 무엇보다 전지전능한 성부 하나님에 대한 시공을 끊어진 자리, 즉 시공을 창조한 하나님으로 사교의 성인이 말한 궁극적 자리가 다르지 않다고 해석하는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삼위일체에 대해서도 예수가 하나님과 같은 자리에 있는 것은 "만인이 성인"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라고 배타적 입장을 가지지 않고 수용한다.

특기할 부분은 주류 그리스도교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두 축으로 해서, 예수의 성령 잉태와 부활 사상으로 다른 성인과는 다른 차별성을 보이는 구세주라는 입장을 드러내는 데 반해, 탄허는 마태복음 5장의 '마음이 가난한 자'를 예수의 근본정신이라고 본다는 사실이다. 마태복음의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과 "좁은 문"(마 7:13, 눅 13:24) 등도 "가난한 마음"을 가진 성인의 경지를 일컫는다는 상징적 언어로 해석한다. 또한 그리스도교가 믿음 신앙에 치중해서 수행과 깨달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은 그리스도교에서도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그리스도교 교리의 핵심인 '원죄'를 불교 연기 체계의 시작인 '무명'에 상응시킨 것은 뛰어난 통찰력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그리스도교계의 대답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탄허와 변찬린의
사교 회통의 동질성·변별성·차별성은
종교 간 대화의 출발점

우리는 <탄허 선사의 사교 회통 사상> 출간을 계기로, 보유론·보불론·보기론 등 종파 종교의 대화 차원뿐만 아니라 낡은 문명과 제4차 혁명이라는 문명 전환기에 종교의 권위를 회복해서 보종론補宗論(낡아지는 문명에서 종교적 영성의 회복)과 보문론補文論(낡은 문명을 새롭게 하는 종교 권위의 회복)의 새로운 담론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평자는 탄허의 회통 사상이 그리스도교계와의 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세간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변찬린에 대한 종교 정보를 통해 종교 간 대화의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서평을 갈무리하려고 한다.

탄허와 변찬린(1934~1985), 두 종교인은 시대적 공감 의식을 가진 대표적 회통 사상가이지만, 탈종교와 초종교의 자리에서 회통 사상을 전개한다. 또한, 두 종교인은 경전 텍스트를 구도와 대화적 언어의 중심으로 삼고, 교리화하고 교학화한 자료는 단지 참고 자료로만 사용한다. 두 종교인은 유교, 불교, 도교, 그리스도교, 한국의 신종교, 과학, 동서양 철학 등에 대한 폭넓은 사유를 가졌다. 그럼에도 두 종교인은 탄허는 불교계, 변찬린은 그리스도계에서 중심으로 활동을 하며 초종교를 주장한다. 그러나 종교 사상적으로 탄허는 불교를 중심으로 사교 회통을 하지만, 변찬린은 한국의 선맥을 중심으로 다종교적 회통을 시도한다. 탄허는 단독 저술 거의 없이 앞에서 언급한 대담과 강의를 통해 사교 회통의 논점을 전개하지만 변찬린은 그의 저술을 통해 다교 회통적 사상을 전개한다.

변찬린의 저술 제목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다종교 회통 사상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다종교의 회통과 관련한 저술만을 간단하게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증산甑山의 해원解寃 사상思想>(1975), <성서聖書와 역의 해후邂逅>(1978), <선고僊(仙)攷>(1979)을 비롯해 <성경의 원리 상·중·하>(1979), <건괘乾卦로 본 예수 소전小傳>(1985), <요한계시록 신해>(1986)을 포함해서 특히 그의 종교 수상록인 <禪, 그 밭에서 주은 이삭들>은 1965년부터 그의 다종교적 경험, 다학제적 연구, 간 텍스트적 해석이 농축된 일원 다종교론를 융합하고 회통한 저서이다. 짧은 지면에 상세히 말할 수 없지만 불교와 관련한 예를 하나만 들어 보자.

예수는 영안이 열린 천안통(마 3:15), 귀가 열린 천이통(마 3:17), 바다를 걷는 신족통(요6:19-21), 다른 이의 마음을 읽는 타심통(막 2:8, 요 1:48-49), 인간의 운명을 투시한 숙명통(요4:16-19, 마 11:14), 시해선屍解仙으로 부활한 누진통漏盡通(요 19:34, 요 19:2) 등 육신통을 한 신 실재이다. 예수도 불교적 윤회관이 아니라도 분명히 윤회 문제를 인정하고 있다(마 11:13-14)고 성서를 근거로 한다. 특히, <성경의 원리> 4부작을 해석하면서 유교적 언어, 불교적 언어, 도교적 언어, 선가적 언어 등 다종교적 언어를 사용하고, 동서양의 철학, 신학, 종교학, 심리학 등 다학제적 방법론을 채택해서 서로 다른 경전 간에 간 텍스트적 해석을 회통적 방법으로 성서 해석에 적용한다.

결론적으로 유·불·도·기를 회통한 역사적 사상가도 세계 종교사에서 거의 없지만, 이를 학술적으로 평가해 낼 수 있는 사유 체계를 지닌 후학은 더욱 부족한 상황에서 저자는 불교학과 다양한 학문에 대한 풍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탄허의 회통 사상을 증명해 냈다. 이로 인해 그의 책은 그리스도교와 불교 등 종교 간의 교류와 대화를 할 때 탄허의 논점이 교두보 역할을 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준 역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앞으로 저자가 세계(혹은 동아시아) 종교사에서 다종교적 회통 사상가를 더욱 발굴해 '탄허학'이 세계 종교계의 지평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후속 작업을 기대한다.

이호재 /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중국 종교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자하원 원장이다. 관심 영역은 동서양 종교 사상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명의 사유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새 축 시대의 영성 생활인'이라는 생활 프로젝트를 세계화하는 데 있다. 주요 저서로는 <포스트 종교운동>(2018), <한밝 변찬린: 한국 종교 사상가>(2017), <인생 지도>(2017)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한국 재래 종교의 '구원'관>, <함석헌의 '새 종교'론의 의미와 남겨진 과제>, <변찬린의 새 교회론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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