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씨의 에세이 <무엇을 위해 살죠?>(은행나무)가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박진영 씨의 에세이 <무엇을 위해 살죠?>(은행나무)가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 씨가 2020년 8월 15일, 에세이집 <무엇을 위해 살죠?>(은행나무)를 출간했다. 유명인의 책답게 출간과 동시에 주요 인터넷 서점 에세이 부문 베스트셀러 상위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책은 박진영 씨의 학창 시절, 가수 생활과 JYP엔터테인먼트 설립, 결혼과 이혼, 미국 진출 등 지나온 삶의 궤적을 다루고 있다. 주목할 점은 책 ⅔ 분량에 해당하는 뒷부분이 수많은 성경 구절과 기독교 신앙에 대한 박 씨의 신앙 간증 내지 변증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에세이집이라기보다 전도집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박 씨는 2018년 5월, 한 언론 보도로 '구원파' 의혹을 받게 됐다. 그가 지인들에게 성경 공부를 가르치고 있으며, 그 내용이 구원파의 성경 해석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8월 2일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그때 이후 자신에게 쏟아진 의혹에 대해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박진영 씨는 이 책을 통해 전도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성경 안에서 인생의 답을 찾았다며, 책 전반을 통해 본인이 찾은 기독교적인 답을 독자도 깨닫기를 권하고 있다. 말미에는 본인과 함께 성경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을 교회로 초대하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나는 성경 안에서 답을 찾은 후 더 이상 '왜 사느냐'라는 질문에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답은 내 인생의 닻이 되었고, 내 열정의 근원이 되었다. (중략) 이 책이 허무하고, 쓸쓸하고, 외롭고, 불안하고, 두렵고, 우울한 누군가에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삶을 포기하려고 하는 누군가에게 살아야 할 명확한 이유를 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10쪽)

자전적 에세이와 성경 깨달음 기록
2년간 하루 10시간씩 성경 해석
구도자적 열정으로 인생 의미 발견

책을 통해 확인한 박진영 씨는 순수한 열정으로 성경과 기독교 신앙에 천착했고, 그 안에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해 기쁨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를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박 씨가 책 말미에 밝히는 '무엇을 위해 살죠?'에 대한 답도 "죽기 전까지 한 명이라도 더 천국에 보내는 것"(246쪽)이다.

"힘든가요? 외로운가요? 쓸쓸한가요? 허무한가요? 공허한가요? 불안한가요? 두려운가요? 아니면 혹시 과거의 어떤 일이 당신을 놓아주지 않고 있나요? 위의 질문 중에 하나라도 '네'라고 대답하시는 분들을 위해 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6~7쪽)

그는 미국 진출 실패와 이혼을 겪으며 어려서부터 꿈꿔 왔던 '완벽한 사랑'에 있어 철저한 실패를 맛보았다고 썼다. 탄탄대로를 걸어 왔던 그는 마흔이 넘어서야 비로소 뒤늦은 사춘기를 경험했다고 회고한다. '나는 뭘 위해 살아야 하는 걸까', '난 왜 태어났을까', '날 누가, 왜 만든 걸까' 고민하던 중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122쪽).

박진영 씨는 2010년부터 2년간 매일 10시간 이상 성경을 붙들고 집요하게 파고들었다고 한다. 성경에 관한 많은 자료와 해석을 찾아보고 다양한 목회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129쪽). 심지어 성경 예언을 유대 역사와 비교하기 위해 2012년 9월 직접 예루살렘으로 떠나 현지답사를 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성경을 진리로 받아들이고 말씀대로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이 책은 그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성경을 탐독하고 연구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책에 삽입된 박진영 씨의 성경 사진. 로마서 8장이 펼쳐져 있다. 형형색색 밑줄과 메모로 가득하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책에 삽입된 박진영 씨의 성경 사진. 로마서 8장이 펼쳐져 있다. 형형색색 밑줄과 메모로 가득하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성경이 몇천 년 역사를 다 예언?
지나친 '구원의 확신' 강조

박진영 씨의 구도자적 자세와 성실함, 자기 관리는 일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의 저작에 박수를 보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게 구도자적 열정을 품고 성경을 탐독한 박 씨의 해석이 더 보탤 것도 없이 전형적인 문자주의·근본주의적이기 때문이다. 그가 제시하는 답은 명쾌하나 성경의 메시지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평면화한 것이다. 박 씨는 자신이 성경을 믿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누가 나에게 성경을 왜 믿느냐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간단하다. '몇천 년의 역사를 미리 다 예언해 놓은 책은 성경뿐이어서.' 나 역시 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한 사람이기에, 과학과 성경이 많이 충돌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담을 비롯한 초기 사람들이 천 살 가까이 살았다는 것, 인간은 진화된 것이 아니라는 것 등, 하지만 미래를 다 맞히는 분 앞에서 과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143~144쪽)

그는 성경이 과거·현재·미래 모든 일을 정확히 예언하고 있다는 확신에 차 있다. 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박 씨가 과학을 부정하는 성경무오설을 맹신하고, 천국·지옥, 죄 사함에 대한 확신 여부에 강한 집착을 보이며, 의심 없이 온전히 믿어지는 것만이 진짜 믿음이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진짜 믿음을 가지기 전 하나님을 아버지로 불러서는 안 된다고도 말한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는 한 구원과는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183쪽).

박 씨는 심지어 올바른 복음의 표지를 임의로 만들어 다음과 같은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참된 교회가 아니라고까지 주장한다. △예수님은 '지은 죄'뿐 아니라 '지을 죄'도 사한다 △믿기로 결심하는 것과 믿어지는 것은 다르다. 완전히 믿어지는 것이 구원이다 △세례는 마음에 완전히 믿어진 후에 받는 것이다 △구원은 착한 행실로 얻어지지도 않고 나쁜 행실로 취소되지도 않는다.

박진영 씨는 마음에 완전히 믿어지는 것에 대한 확인 없이 세례를 주는 목사는 그 역시도 그런 믿음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일갈한다. 구원받지 못한 이가 잘못된 세례를 통해 구원받았다고 착각하게 되면 구원받을 길이 없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완전한 믿음'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는 천국에 가는 것은 행위와 전혀 무관하다면서, 구원받은 증거가 행위로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하는 목사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234쪽). 또 성경을 보면 많은 위인이 금식하고 있다며, 그들이 하나님 앞에서 몸에 해로운 일을 했을리 만무하기 때문에 성경을 믿고 안심하며 금식하고 있다는 등(259쪽) 근본주의·문자주의적 성경 해석을 일상생활에도 적용한다.

박진영 씨가 주장하는 올바른 복음의 특징. 박 씨는 이 기준에 따르지 않으면 '생명이 있는 교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박진영 씨가 주장하는 올바른 복음의 특징. 박 씨는 이 기준에 따르지 않으면 '생명이 있는 교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콘텍스트 없는 텍스트에 갇혀
시대 흐름 못 읽는 한국교회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고 구원의 확신을 강조하는 풍토는 보통의 보수적인 교회에 깔려 있는 현상이다. 박진영 씨 주장은 이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강도가 센 정도다. 그러나 이런 성경 해석과 개인 내면에만 집착하는 형태의 신앙으로는 지금 시대에서 교회가,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적절한 답을 찾을 수 없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지금 한국교회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는 전광훈으로 대표되는 기독교 극우주의와 이에 암묵적으로 동조한 보통의 보수적인 교회들이 자초한 결과다. 교회가 이렇게 된 데에는 많은 원인이 있겠으나, 성경 텍스트에만 갇혀 세상과 담을 쌓고 시대 흐름을 읽으려 하지 않은 게 분명 하나의 큰 원인일 것이다.

결국, 성경을 미래 일어날 일을 맞추는 예언집처럼 믿고, '완전한 믿음'이나 '구원의 확신' 등 내면세계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참된 기독교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그간 잘못 걸어온 길을 다시 걷는 일과 같다. 박진영 씨의 순수한 구령의 열정이 우려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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