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는 <뉴스앤조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화내고 싶어서 화내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러나 주변을 돌아보면 언제나 화가 나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번에는 화내지 말아야지' 속으로 다짐해 봐도 화가 났을 때 화내지 않는 일은 쉽지 않다. 화는 왜 내는 것일까. 화가 관계를 파괴하고 타인과 자신을 죽이는 치명적인 독이라는 사실을 아는데도 말이다.

그리스도인은 대개 분노를 부정적으로 봐서 참는 것을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마냥 참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 분노를 표출하지 않으면 그 분노는 자신을 죽이고, 분노가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폭발'한다. 저자는 그리스도인들이 분노를 어떻게 이해하고 통제하면 좋을지를 책에 담았다. <분노와 스트레스, 하나님의 방법으로 다스리기 –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감정을 성경적으로 해결하다>(토기장이)라는 제목에 나타나 있듯이, 분노와 스트레스를 통제할 수 있는 지혜를 준다. 이제 '왜', '어떻게' 분노를 통제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분노와 스트레스, 하나님의 방법으로 다스리기 -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감정을 성경적으로 해결하다> / 웨인 맥 지음 / 이여진 옮김 / 토기장이 펴냄 / 200쪽 / 1만 2000원
<분노와 스트레스, 하나님의 방법으로 다스리기 -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감정을 성경적으로 해결하다> / 웨인 맥 지음 / 이여진 옮김 / 토기장이 펴냄 / 200쪽 / 1만 2000원

분노가 다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잘못된 분노는 타인과의 관계를 깨뜨리고 자신도 망가뜨린다. 많은 성경 구절이 마음을 다스리고 노하지 말라고 요청한다. 야고보는 화내는 것이 하나님의 의를 이루지 못한다고 경고한다(약 1:20). 잠언서 기자는 화를 "범람하는 물과 같다"(잠 27:4)고 말한다. 바울은 분노를 버리라고 한다(골 3:8). 분노의 기저에는 "이기심"(27쪽)이 존재한다. 분노의 동기는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다. 저자는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거나 분노가 삶을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악하다고 말한다.

2장에서는 옳지 못한 분노의 종류를 열거한다. 저자는 "고통스러운 사건을 계속 곰곰이 생각"(42쪽)하거나 "원한을 품"(45쪽)는 데서 시작하는 분노는 악하다고 말한다. 부모의 분노가 자녀들에게 대물림된다는 말은 충격이었다.

"나는 부모가 다른 사람들에게 원한을 품었을 때, 그로부터 자녀가 파괴적인 본을 받는 경우를 목격한 적이 있다. 부모의 원한은 사탄이 자녀들의 삶에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만든다. 슬프게도 부모는 자신의 원한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 (45쪽)

분노는 전염성이 강하다. 한 사람의 분노는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고, 그 분노는 또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어 관계를 파괴한다. 저자는 분노를 감추고 속이는 것도 악하다고 지적한다.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이 분노를 악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마음으로 원망과 분노가 가득해도 내색하지 않으면서 경건한 삶을 산다고 착각한다. 저자는 분노에 대한 속임이 영적 감각을 무디게 한다고 경고한다. 분노를 해소하지 못하면 "하나님의 말씀에서 아무 유익도 얻지 못"(49쪽)하고 기도가 무력해진다. 분노는 마음을 돌처럼 굳게 해 하나님 은혜가 스며들지 못하게 한다.

비록 타인이 잘못하더라도 그 때문에 하나님의 은혜를 멸시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죄를 짓"(50쪽)는 것이다. 분노와 스트레스는 타인과 자기를 죽이는 결론을 낳기 때문에 맥락상 같은 범주에 속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분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책의 매력은 건전하게 분노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점이다.

우리는 선하게 분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다면 먼저 "나쁘게 분노"했던 일을 기억하고, 그 분노가 왜 나쁜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2장에서 옳지 않은 분노에 대해 다룬다. 곱씹거나 속상해하는 분노는 악하다(41쪽). 과거 당했던 모욕이나 상처를 털어 버리지 못하고 곱씹어 깊이 묵상하는 것을 말한다. 부당한 대우를 계속 기억하는 것 또한 악하다(44쪽). 화나지 않은 척하는 것도 악하다(48쪽). 사람들은 화내지 않은 사람을 성품이 좋고 인격적이라고 말하지만, 화만 내지 않았을 뿐 마음으로 계속 미워하기도 한다. 종종 많은 부분에서 엉뚱한 데 화를 내거나 좌절감에 휩싸이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분노를 절제하고 통제할 수 있을까. 저자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문제를 규칙적으로 매일 처리해야 한다(66쪽). 분노가 쌓이지 않도록 그날 분노를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분노는 댐의 물과 같아서 흘려보내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고 쌓인다.

저자는 평상시 아내에게 자주 잔소리를 퍼붓는 남편과 상담하면서 과거 해결되지 않는 분노가 쌓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흘려보내지 않고 작은 분노가 쌓이면 매사에 분노가 분출된다. 이는 관계를 깨는 치명적인 독소들이다. 비난과 정죄가 아닌 화해와 통합을 위해 힘써야 한다. 비난하기 전에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분노가 쌓이지 않도록 저자는 매일 특정한 시간에 만남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매일 특정 시간을 떼어서 문제를 처리하는 것은 무척 유익한 습관이다. 매일 이렇게 하면 두 가지를 성취할 수 있다. 첫째, 더는 못 본 척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도록 문제가 쌓여 해결하기 힘들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둘째, 특정 시간을 들여서 문제를 의논하면 온종일 계속해서 그 문제를 입에 올리는 습관을 막을 수 있다." (73쪽)

둘째, 분노를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75쪽). 분노에 못 이겨 아이를 야단치는 엄마도 다른 사람 전화에 친절하게 응답할 수 있지 않은가. 이중적인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분노는 통제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셋째, 자신이 분노한 이유를 시간을 들여 살펴야 한다(77쪽). 사람들은 저마다 분노의 패턴이 있다. 분노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언제 어떤 이유로 분노하고 있는지 '패턴'을 읽어야 한다. 대부분 "교만과 이기심과 관련 있는 경우"(78쪽)가 많기 때문이다. 넷째, 분노 때문에 생긴 에너지를 이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일방적으로 참거나,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4장은 매우 실용적이다. 분노를 건설적인 힘으로 바꾸는 질문 여섯 개를 알려 준다. 질문을 통해 하나님 은혜가 우리를 지배하도록 돕는다. 분노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이 질문을 매일 던질 필요가 있다. 나쁜 분노의 패턴을 깨고, 선하고 건설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오렌지 주스 예화는 흥미로웠다. 방법이나 지식으로 분노를 통제할 수 없다. 오렌지 주스를 짜서 냉장고에 넣었을 때 아침이 되면 알맹이가 가라앉게 된다. 맛있는 오렌지 주스를 마시려면 병을 흔들어 알맹이들이 물에 잘 섞이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성경 지식이나 훈련 내용을 연습해야 한다. 5~8장은 스트레스에 대해 다룬다. 스트레스도 분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분노가 모두 나쁘거나 악하지는 않으나, 대부분 이기심과 교만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분노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이라면 무엇 때문에 분노하고, 그 분노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저자는 분노에 담긴 저의를 성경적 원리로 제시하고, 건전하게 분노를 사용하도록 지도한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닮아가야 한다. 날마다 자기를 부정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야 한다. 주님을 따라가고자 할 때 분노는 독약과 같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바른 그리스도인의 삶과 성품이 무엇인지 배워 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정현욱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