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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신학의 눈으로 본 성경 1 - 쉽게 읽고 깊게 이해하는> / 박연근 지음 / 신현욱 그림 / 선율 펴냄 / 1만 6000원
<조직신학의 눈으로 본 성경 1 - 쉽게 읽고 깊게 이해하는> / 박연근 지음 / 신현욱 그림 / 선율 펴냄 / 1만 6000원

조직신학(Systematic Theology)은 인간 이성을 하나님의 계시 수단으로 보고, 성경을 체계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영역이다. 조직신학은 성경을 이해함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조직신학이란 말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부담이 있다. 신학은 이단·이교도들과의 진리 논쟁 속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매우 논리적이고 철학적이며 다루는 내용 또한 방대하다. 어려운 개념들을 사용하고, 문체도 쉽지 않기에 신학은 목회자들만 공부해야 하는 학문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러한 선입견과는 다르게 조직신학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사도신경, 십계명, 주기도문과 같은 해설이 조직신학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고 다양한 신앙고백이 조직신학을 근거로 한 것이다.

보통의 조직신학 책들을 보면, △서론 △신론 △인간론 △기독론 △구원론 △교회론 △종말론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도 기본적으로 그 순서를 따르지만 저자의 필요에 따라 임의로 순서를 변경하기도 했다. 특별히 기존의 조직신학에서 사용하는 성경 근거 구절과는 전혀 상이한 구절들이 각 장마다 배치되어 있다. 이 책은 두 권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책에서는 성경, 하나님의 작정과 삼위일체를 비롯한 신론, 죄의 문제를 다루는 인간론과 기독론의 내용을 담고 있고, 추후 출간될 두 번째 책에서는 구원과 교회, 그리고 종말에 대해서 다루게 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성경 본문과 이야기를 조직신학적 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가고 있다. 예를 들면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이스라엘이 언약궤를 전쟁터로 가져간 이야기에서 조직신학의 필요성를 도출해 내고, 룻기에서는 조직신학의 눈으로 성경을 읽어야 함을, 달란트 비유를 통해서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논한다. 삼위일체를 설명할 때는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시며 "내니 두려워하지 말라" 하시는 장면을 보여주며 "내니"라는 말을 근거로 예수님의 하나님 되심을 설명하기도 한다.

하나님의 작정의 부분에서는 '미리 아셨다'와 '미리 정하셨다'의 의미를 구분하여 설명함으로써 하나님의 작정에는 변함이 없고, 하나님의 선하신 통치는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음을 자세히 설명 한다. 요셉이 좋은 예이다. 그는 형제들의 미움을 받아 애굽에 팔려갔지만,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자신의 상황을 선으로 바꾸심으로 민족을 구하게 하셨다고 말한다. 그가 총리가 되게끔 운명적으로 정해져 있었다는 게 아니라, 그 누구도 하나님의 선한 의지를 꺾을 수 없고 그분의 통치에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다. 

책은 위와 같은 내용들로 가득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조직신학자들을 인용함으로 친숙함을 부여하기도 하고, '한 걸음 더 조직신학' 챕터를 통해 각 장의 내용을 어떻게 삶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3-4가지 질문을 적어 놓았다. 단순히 읽고 이해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천과 적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독자들의 동기를 유발한다.

이 책은 성경 읽기와 신앙에 있어 조직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한다. 어려운 학문을 쉽고, 다양하고, 보편적으로 알게 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것이 종교개혁의 정신이기도 하다. 이 책 안에는 다양한 삽화가 등장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가볍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러한 배려에는 독자들이 하나님을 쉽게 이해함으로써 오해와 왜곡의 길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그대로 녹아 있다. 끝으로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는 대목이 있어서 언급 하고 마무리 짓는다.

"성경에 나오는 개념들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죄는 하나님에게서 벗어남이고, 구원은 하나님과 함께 있음이며, 지혜는 하나님을 경외함이고,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입니다. 타락은 하나님으로부터 끊어진 것이기에 그분과 우리 관계의 모든 의미는 사라지게 됩니다. (중략) 타락은 그런 하나님을 의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스스로 최종 결재자가 되어 하나님으로부터 도망치는 어리석은 가출인 것입니다." (214~215쪽)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서상진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미래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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