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교회(목사 방수성) 사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관련 기사 : 두 쪽 난 개혁의 상징, 시흥교회) 2월 7일 11시 예배 뒤 시흥교회 본당에서 열린 정기 제직회에서 담임목사와 시무 장로, 양측은 재신임 투표 결과를 놓고 다시 논란을 벌였다. 목사는 재투표를 거부하고, 장로들은 재투표를 주장하며 넓어진 갈등의 골을 재확인했다.

장로들은 지난 1월 10일 재신임 선거 개표 과정에서 투표용지를 소각했고, 목사는 1월 17일 공동의회에서 자신의 연임 결정 안을 직접 주재하고 제직회를 공동의회로 바로 전환하는 등 양쪽 모두 과오를 범했다. 목사는 당회를 거부하고 시무 장로들을 대표 기도에서 제외했다. 장로들은 담임목사 연임 결의는 불법이라는 유인물을 돌리고 재투표를 주장했다. 서로 간의 갈등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직회가 진행된 것이다.

▲ 서로 간의 갈등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2월 7일 11시 예배 뒤에 정기 제직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제직회는 양측 간의 갈등을 해결해 달라는 간구로 시작됐다. 기도를 맡은 어느 권사는 "하나님, 내 눈에 들보를 보지 못하고 형제의 들보만을 들추고 탓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두 쪽 난 시흥교회가 회개하여 다시 하나가 되게 해 주세요"라며 울먹였다. 방수성 목사는 "교회가 신뢰를 잃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신뢰를 회복하도록 서로 회개하자"고 했다. 하지만 제직회 현장에서 이들이 말한 화해와 용서는 찾을 수 없었다.

회의는 지난 제직회 회의록 보고를 받느냐 마느냐로 시작부터 삐걱댔다. 서기가 회의록을 낭독하자 방수성 목사는 보고를 받을지 가부를 물었다. 시무 장로들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재투표를 결정한 것이 위법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절차 없이 인민재판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불가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관할 노회에 유권 해석을 받자"고 요청했다. 또 담임목사 연임 결정을 제직회에서 한 것이냐, 공동의회에서 한 것이냐고 물었다. 공동의회와 제직회를 연속적으로 연 것이 불법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방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선관위가 임의로 재투표를 결정한 것은 불법이다.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양측은 언성을 높였고, 서로 발언권을 얻으려고 상대방을 밀치기도 했다. 상대방의 발언에 소리를 지르고, 자기 입장과 같은 발언이 나오면 박수를 쳤다. 회의록 보고를 받을 것인지 여부는 결국 표결에 부쳐졌고, 찬성 169표, 반대 128표로 보고받는 것으로 결정됐다.

▲ 양측은 서로 언성을 높였고, 상대방의 발언에 소리를 지르며 대립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이후 예·결산 심의를 거친 다음 양측은 또 한 번 논란을 벌였다. 목사 측 교인들은 2010년 제직 부서장 임명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올해 제직 부서장을 작년 임원 그대로 유임할 것인가에 대해 "현재 부서장들은 당회가 세운 임원들이다. 현재 당회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임원 선출을 다시 해야 한다"는 자세를 취했다. 장로 측 교인들은 "올해는 담임목사 안식년이 있기 때문에 임원 경험자가 행정을 맡아 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를 놓고 한참을 대립하다가 다시 표결을 했다. 찬성 138표, 반대 65표로 부서장들은 유임됐다.

임원을 정한 뒤에도 양측은 계속 번갈아 가면서 마이크를 잡고 서로를 질타했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교인들 중 집사 몇 명이 선관위의 불법 여부를 조사하는 대책위원회를 꾸리자고 제안했다. 이에 목사 측 한 집사는 "'진상규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이병환 은퇴 장로를 위원장으로 선임해 달라"고 발의했다. 장로 측 교인들은 위원장이 목사 측근이라며 반대 발언을 할 기회를 요청했지만, 방 목사는 표결을 물어 찬성 123표, 반대 18표로 위원회 설립과 위원장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장로 측이 반발했지만, 방 목사는 더 이상 안건을 받지 않겠다면서 제직회를 끝냈다.

양측은 발언할 때마다 서로가 화해의 필요성을 말했지만, 그 뒤에는 조건을 내걸었다. 방수성 목사는 "화해를 위한 조건은 연임 결정 확정과 재투표 불가다. 그 뒤에야 가능하다"고 했다. 한 장로는 "선관위의 재투표 결정에 대해 외부의 유권 해석을 받아야 한다. 그 결과 위법이라고 한다면 깨끗하게 승복하겠다. 일단 대표 기도와 당회를 회복해 달라"고 했다. 이렇듯 갈등의 골은 깊고 넓어 보인다.

▲ 시무 장로들은 "선관위의 재투표 결정에 대해 외부의 유권 해석을 받자. 또한 대표 기도와 당회를 회복해 달라"고 했다. 방 목사는 "화해를 위한 조건은 연임 결정 확정과 재투표 불가"라고 맞섰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이번 사태로 교회가 와해될까 봐 양측은 우려하고 있다. 본당을 가득 채웠던 11시 예배는 빈자리가 드문드문 늘어났다. 교인들은 제직회 발언 중에 "헌금도 줄고, 많은 교인들이 떠났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교인은 "8년 전 우리는 아픈 상처를 입었고,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냈다. 언제까지 이런 일을 되풀이할 것인가"라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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