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28일 오후 7시 명동 청어람에서 한기총을 사회학적 관점과 성경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한기총 진단 토론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한기총의 신학적·역사적 실체'를 진단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11개 단체들은 한기총 16대 대표회장 선출을 하루 앞둔 12월 28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토론회를 열고 그동안 한기총이 보여 왔던 행동들을 사회학적 관점과 성경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사회자 구교형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실행위원)가 "한기총을 한국기득권총연합회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현재 한기총은 '좌우로 치우치지 않는 명실상부한 연합 기구'라는 설립 취지에 한참 어긋나 있다. 한기총 덕분에 한국교회 전체가 사회에서 매도당하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토론회의 취지를 밝혔다.

백종국 교수(경상대학교 정치외교학과·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한기총을 분석했다. 백 교수는 "한기총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사회 선교 방침에 반발해 정교분리를 강조하는 교파들의 연합체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순수한 복음 전파를 위한 협의체적 성격은 사라지고 NCCK보다 더 정치 참여에 적극적이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주요 일반 언론이 한기총을 언급한 횟수는 1,095회인데, 그 중 73.5%가 정치 사회 활동에 대한 보도라는 조사 결과를 들었다.

▲ 백종국 교수는 "한기총의 정치 참여가 보수 세력을 대변하는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백 교수는 이러한 한기총의 정치 참여가 보수 세력을 대변하는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학법 개정 반대, 국가보안법 개정 반대, 친미 활동 등을 볼 때, 한기총은 역(易)사회 선교의 주체 세력이 되었다는 점을 발견한다. 인애와 공평과 정직 등 성경적 기준과 반대하는 세력이 되었다는 말이다"고 했다.

교단 중심의 연합 단체라는 사실도 문제라고 했다. 한기총의 현재 조직은 정치적 전문성이 떨어지는 연로하고 보수적인 지도자들로 구성되고 있고, 일부 목사들의 생각이 한국교회 전체의 뜻인 것처럼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 폐해로 한기총 안에 회장직만 35개라고 했다.

백 교수는 한기총 개혁의 대안으로 △원래 취지대로 정치 참여를 삼가고 복음 전파에 전념해야 한다 △굳이 정치 참여를 해야 한다면 인애와 공평과 정직의 성경적 기준에 따라서 정치 전문가들로 구성된 단체들과 연합해야 한다 △일부 목회자들로 구성된 단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평신도들을 포함하고 △교단별 조직을 지역별 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등을 제시했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NCCK와 통합하여 '한국기독교총회(가칭)'란 새로운 연합체를 결성해 한국교회 일치를 꾀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신현우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신약학)가 마가복음을 바탕으로 성경적 관점에서 본 한기총에 대해 발제했다. 신 교수는 "예수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대표하는 단체라면 당연히 예수의 삶을 따라야 한다. 예수의 삶은 의를 위해 고난 받는 삶이었는데 한기총은 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과 더욱 닮았다"고 했다.

▲ 신현우 교수는 "권력을 탐하는 모습을 버리지 않으면, 예수께서 피로 값 주고 사신 거룩한 공교회를 대표하는 자격을 더 이상 인정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신 교수는 지난 6월 국민들의 시국 선언문을 비판하며 현 정권의 편든 예를 들며 "고난 받는 자들의 종으로 오신 예수를 닮기보다 정권을 대변하여 고난 받는 자들을 비판했다. 제사장과 바리새인의 모습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또 "강한 자의 편에 서서 특권을 취하고자 하는 군사적·정치적 메시아관과 금권 선거 등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는 교권주의적 욕심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신 교수는 "권력을 탐하는 모습을 버리지 않으면, 예수께서 피로 값 주고 사신 거룩한 공교회를 대표하는 자격을 더 이상 인정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기총이 약자를 대변하는 선지자적 사명을 회복하라고 했다.

참석자들의 질의응답 및 자유 발언 시간은 한기총을 성토하는 분위기였다.

한기총 부흥사협의회 임원으로 자신을 소개한 윤 아무개 목사는 "이번 선거에도 금권 선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권력 중심과 교회 세습, 대형 교회 위주의 관행 등이 한기총의 모습이다. 큰 교회, 많은 성도, 많은 물질 등이 없으면 한기총 안에서 바른 말을 할 기회조차 안 주어진다"고 개탄했다. 한 참석자는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같다. 하지만 이런 작은 외침이 한기총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유 발언 시간을 마치고 주최 측은 한기총에 보내는 공개서한과 공개 질의를 발표했다. 공개서한은 "한기총이 보수와 진보를 떠나 복음에 근거해 진정으로 변화되기를 촉구한다"는 내용이다. 공개 질의는 대북 지원·용산 참사·대형 국책 사업·무상 치료·부동산 투기·노동 조건·금권 선거·목회 세습 등 그동안 한기총이 침묵해 왔던 부분에 대해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물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가칭) 한기총 변화를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는 12월 29일 2시부터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치러지는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한기총 개혁을 여망하는 기독시민 공동 기도회'를 가졌다. 주최 측은 이번 토론회 발제문과 공개서한, 공개 질의를 신임 대표회장에게 발송했다. 또 한기총의 성명서, 설교, 행동 등을 연구하여 구체적 자료를 만들고, 한기총 변화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하겠다는 향후 계획을 밝혔다.

다음은 한기총에 보내는 공개서한과 공개 질의 전문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드리는 공개서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지난 20년 한기총의 역사를 돌아보면 '좌우로 치우치지 않는 명실상부한 연합 기구'(정관 사항)라는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한국 사회의 수구 기득권층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비리 교회와 일부 대형 교회의 잘못들을 두둔하는 등 많은 국민들과 성도들로부터 적지 않은 지탄을 받아 왔다.

삼일절에도 버젓이 성조기를 들고 친미를 소리 높여 외치는 집회를 주관하고, 종교교육을 내세워 사학 기득권을 지키려 앞장섰고, 기독교계의 이명박 후보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교묘한 지원을 일삼고, 작년 촛불 정국에서 국민들의 저항에도 아랑곳없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표명하는 등 대통령 탈선의 강력한 후원자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랜드 사태와 같은 비정규직 문제나 용산 참사 같은 인권유린 상황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는 양면성과 권력 지향성을 보여 왔다.

뿐만 아니다. 한기총은 교회 세습이나 교회 비리, 목회자들의 부정은 적극 변명하거나 일부 사례에 불과한 것이라 애써 가리려고 노력해 왔다. 반면 명백한 교회 문제를 조명한 시사 프로그램의 방영을 막기 위해서는 방송국 점거를 부추기기도 하였다.

이렇게 한기총은 사회와 교회 안팎의 주요한 상황마다에서 가난하고 억압받는 서민들의 애환을 대변하기보다는 권력과 힘 있는 사람들의 기득권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일들에 앞장 서 왔다. 특히 이번에 퇴임하는 엄신형 대표회장은 10억 지원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돈 선거에 앞장섰으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지지 발언, 함량 미달의 기독당에 대한 지원, 뉴라이트기독교연합 수석 상임회장을 맡는 등 기독교의 정치 기득권화에도 앞장섰다. 한기총 성명 및 핵심 목사들의 설교와 활동을 분석해 보면 십자가, 고난, 하나님나라는 말 뿐이고, 힘, 성공, 번영, 돈, 시장, 자본, 경제만 찬양하는 행태들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럴 때마다 한국교회와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으로부터 역사의식도 없고, 시대정신도 모르는 종교 기득권자들처럼 조롱을 받아야만 했다. 무엇보다 기독교가 기득권의 종교인 것처럼 매도되고, 예수가 부자와 권력자들의 옹호자인 것처럼 욕하는 소리들을 듣기란 얼마나 견디기 힘든 일인가?

이러한 가치의 왜곡은 단지 사회적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복음과 교회의 왜곡으로 이어지기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한기총은 감히 위임하지도 않은 한국교회의 대표성을 공공연히 주장해 왔다. 지난 6월 12일 "국가위기 민생 불안 중단하고 국민 화합 경제 대국 이룩하자!"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한기총 성명을 보면, 성명의 끝부분에 '사단법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64개 회원 교단 및 21개 회원 단체(5만 교회, 10만 성직자, 1,200만 성도)'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것은 가입해 있지도 않은 한국교회 모든 교단, 모든 기독교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이 한국교회 명의를 버젓이 도용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한기총의 행태가 한국교회의 현주소임을 가슴 아픈 심정으로 인정한다. 한기총의 욕망, 한기총의 행태는 그대로 한국교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기총을 일방적으로 매도, 비난하기보다는 이제라도 진심으로 돌이켜서 진정한 복음적 가치, 참된 진리 보수의 자리를 지켜 나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우리의 주장은 보수가 옳으냐 진보가 옳으냐, 좌파가 좋으냐 우파가 좋으냐가 아니라, 성경 말씀과 참된 복음적 가치에 근거해 계획하고, 표현하고, 행동하자는 것이다. 그러한 진정한 변화를 내일 12월 29일 새로 선출되는 신임 대표회장으로부터 시작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다음과 같은 공개 질의를 통해 한기총의 성실한 답변을 촉구한다.

한기총에 드리는 공개 질의

1. 한기총은 이유 여하를 가리지 말고 배고픈 자를 먹이는 것이 바로 믿는 이들의 책임이라고 말씀하신 주님의 명령(마 14:16, 신 15:7~11)을 받아, 어떤 정치적 상황 변화와 관계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만큼은 당장 재개하도록 정부에 건의할 의지가 있으십니까?

2. 한기총은 억울한 자의 한 맺힌 호소를 들으시는 하나님의 성품(창 4:10, 출 2:23)을 본받아,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설 것과 구속자를 선처하도록 호소할 의지가 있으십니까?

3. 한기총은 땅도 안식하게 하라 하신 하나님의 명령(레 25:4)을 본받아, 온 국토를 무분별하게 파헤치는 잘못된 대형 국책 사업들을 재검토하고 정부가 창조 질서 보존의 정책을 펼 수 있도록 건의할 의지가 있으십니까?

4. 한기총은 소유권보다 생존권이 우선이라는 성경의 기본 정신(신 24:6, 10~22)을 명심하여, 정부, 사회와 교회가 이윤 창출과 무조건적 성장보다 고용 보장과 확대, 사회복지 예산 증액, 가난한 환자의 무상 치료에 나서도록 앞장설 의지가 있으십니까?

5. 한기총은 적어도 하나님이 무상으로 베푸신 땅의 혜택만큼은 누구나 고루고루 누리도록 하신 지엄한 명령(레 25:23~28, 전 5:9)을 따라, 부동산 투기를 엄단하고 관련 세제를 강화하도록 건의할 의지가 있으십니까?

6. 한기총은 과도한 일과 혹독한 노동 조건에 시달리는 자들의 신음 소리를 들으신 하나님의 해방 의지(출 2:23~25, 신 5:14)를 존중하여, 노동자들이 최소한 주 1회는 반드시 쉬도록 명문화하고, 성별, 민족, 학력 등으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적극 노력할 의지가 있으십니까?

7. 한기총은 하나님의 공직을 맡는데 돈이 오가는 게 얼마나 큰 죄악인지(신 16:19) 통감하여, 한기총 및 교단, 교회 임직 선거에 고질적인 금품, 청탁과 대가 등이 오가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의지가 있으십니까?

8. 한기총은 교회가 혈통이나 인간적 친소 관계가 아닌 바른 고백(마 16:17~19)과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행 1:21~26)를 통해 세워졌음을 인식하여, 인본주의적이며 우상숭배적인 교회 (목회)세습을 근절할 방안을 지금이라도 마련하시겠습니까?

이러한 멋진 노력을 한기총이 앞장서 기울일 때 한기총은 진정한 진리 보수의 연합 기구로 거듭날 것이며, 사회와 교회로부터 진정한 존경을 받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책임 있고 성실한 답변을 기대합니다. 

2009년 12월 28일 

한기총 개혁을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개혁교회네트워크, 교회개혁실천연대, 교회개혁지원센터, 공의정치실천연대, 성경적토지정의를위한모임, 생명평화연대, 인권실천시민행동, 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 통일시대평화누리(가나다 순 총 11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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