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최근 요한계시록 3장14~22절을 본문으로 ‘책망 받는 자의 행복’이라는 설교를 했습니다. 그는 사랑을 동기로 한 책망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경고이니 이를 귀중히 여겨 우리 자신에 대한 회개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한 신학적 정당화로서는 가장 적나라한 신학적 정당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쟁불사를 외치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한 강대국의 오만한 발상과 발언을 하나님의 경고로 등치시킨 논법을 우리는 어떻게 정리해내야 할까요?

뿐만 아니라, 그의 ''미국 예찬론'을 들어보면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그는 미국을 신처럼 모시는 모습을 보이기조차 합니다. 미국이 말하면, 미국이 행동하면 그것은 언제나 온당하고 따라야 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진홍 목사의 경우, 그래도 나름의 논리를 세워 말하고 있다면 김삼환 목사의 경우에는 매우 직설적이고 논리적 과정도 없는 주장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생각과 주장이 '말씀 선포'라는 방식으로 관철되고, 이를 교인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심리적 강박관념에 몰리게 된다면 이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삼환 목사는 이렇게 그의 전제를 밝히고 있습니다.

‘악의 축’ 발언은 하나님의 책망?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녀들을 우리가 죄로 인하여 잘못된 길을 걸어갈 때에 바로 징계하지 않으십니다. 언제나 경고도 해주시고 책망도 하시고 권고도 하여주십니다. ...교회에 나오는 것은 하나님의 권고와 책망을 들으려고 나옵니다. 이것이 바로 성도의 행복이며 축복인 것입니다. ...하나님의 경고의 나팔만 듣고 순종하면 반드시 하나님 사랑의 품안에서 다시 한번 은혜를 받게 되고 주님이 주시는 새로운 은혜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설교의 제목이 ‘책망 받는 자의 행복’이라고 되어 있는 데서 알 수 있다시피 그는 하나님의 책망은 우리에게 대한 사랑에서 출발한 것이니 이를 받아 바로 깨닫는 것이 곧 은혜요, 축복이라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관건은 현실에서 그 책망의 내용이 무엇인가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과연 하나님의 책망인가 하는데 또한 문제의 핵심이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추가하자면, 그 책망의 동기에 대한 파악입니다.

우선 그는 하나님이 어떻게 책망하시는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일생동안 끊임없이 책망해주시는 분이 계신데 성령이십니다. 성령은 내 안에서 내 길이 잘못될 때 불의할 때 위험한 길을 걸어갈 때 성령께서는 말씀해주십니다. 꿈으로도 말씀해주시고 어떤 사건을 통해서도 보여주시고 어떤 아픔을 통해서라도 우리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깨닫게 해주시고 또 특별히 교회를 통하여 하나님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씀하여주십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하나님의 책망이 나타난 사례를 짚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간 우리에게 있었던 몇 가지 사건은 이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경고요, 하나님의 책망입니다. 우리 민족이 하나님 앞에 무엇인가 심히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주님은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미국의 부시 대통령께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명한 것입니다. 전 세계에 있는 2백여 국가 가운데 가장 강도 같은 나라, 강도보다 몇 배 비교할 수 없는 나쁜 나라로 온 인류의 암 덩어리로 북한과 이란과 이라크를 지목했습니다. 미국이 그렇게 경고하는 것은 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역사에 미국을 그렇게 경홀히 여기고 가볍게 생각하는 나라들은 모두 큰 재앙과 심판과 멸망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아프가니스탄도 큰소리쳤죠. '미국이? 소련이 두 번이나 우리를 넘어뜨리려고 6년 동안 우리와 싸워도 우리를 이기지 못했다. 프랑스도 영국도 이기지 못했다. 누구도 우리를 이긴 나라가 없다' "그런데 미국은 한달 만에 다 멸하고 정권을 다 바꾸고 테러 사건이 지금 어디에 가 있는지 모를 정도로 나라의 지도자들이 산산조각이 나버렸습니다. 미국 사람은 큰 전쟁에서 군인 한 사람이 죽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미국을 간단하게 보면 안 됩니다. 미국의 진단은 정확합니다. 미국이 강도라고 그러면 강도입니다. 미국이 암이라고 그러면 암입니다. 미국의 진단은 정확합니다... (일본에 원자탄이 떨어진 것을 말하면서) ...딱 3초만에 30만 명이 동시에 다 죽었어요. 건물이 그냥 녹아져 내렸어요... 미국의 대통령이 100가지를 분석해 가지고 말하지 즉흥적으로 말하는 일은 없습니다..."

김삼환 목사는 미국의 생각과 미국의 세계관이 정확하고 정당하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귀중하게 금과옥조처럼 여기지 않으면 큰 코 다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세상의 정의이자 심판자이며, 미국의 군사 행동은 그 정의를 실현시키기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전쟁의 원인이나 전쟁의 결과, 그 전쟁으로 인한 희생과 이로 말미암아 온 세계에 번지고 있는 미국에 대한 적대감의 의미가 무엇인지 눈에 들어오고 있지 않습니다. 오로지 “미국은 옳다, 미국은 의롭다, 미국은 하나님의 대리인이다, 미국의 경고를 무시하는 것은 하나님의 책망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라는 식의 논리에 일관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에게 미국은 하나님이 세상에 보낸 예언자이며, 경고자이고 미국이 북한에게 한 '책망(?)'은 우리에게 행복으로 여겨져야 하는 권고라는 것이 됩니다. 솔직히 그의 이야기는 황당하기조차 합니다.

미국 부시 정권의 '악의 축' 발언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강력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전쟁을 장기화하려는 의도를 정당화하려는 논법이자, 평화적 해결을 외면하는 군사주의적 논리라는 지탄이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부시 대통령의 방한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발언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자 '악의 축'이라는 표현은 두 번 다시 꺼내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무수한 사람들에게 미국이야말로 엄청난 대량살상 무기를 소지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악의 축이 아닌가라는 반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정작 하나님의 책망은 이렇게 사람들의 분노와 지탄 속에서 미국을 향해 쏟아졌던 것입니다. 미국이 이러한 책망을 귀중하게 받아들여 자신들의 군사주의 노선, 전쟁 정책을 새롭게 반성하지 않으면 미국은 점점 더 고립되어갈 뿐인 것이 자명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국 상품 불매운동의 거센 불길은 미국이 정당하고 옳다고 외치는 김삼환 목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을까요? 이 불매운동과 미국에 대한 불쾌감을 가지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님의 책망을 무시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되고 마는 것일까요?

그는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을 무시하다가 크게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쟁이 시작된 지 한달 만에 아프가니스탄의 정세는 뒤집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그 과정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산하가 철저하게 파괴되고, 무고한 민간인들이 무수하게 희생당한 사실은 보이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척박한 나라의 백성들을 대 테러 전쟁이라는 명분 아래 마구 학살하고 포로를 짐승처럼 다루어 세계의 비난을 받은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아직도 끝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공격으로 모두가 패퇴한 줄로 알았지만, 끝까지 항전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 전쟁의 과정에서 희생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쟁을 확대하고, 여기 저기서 대 테러 전쟁을 벌이겠다고 장담했다가 상황이 쉽게만 돌아가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게다가 미국의 동맹 세력인 유럽연합(EU)까지 미국의 확전 논리에 강한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럽도 인류에게 던지는 하나님의 책망과 맞서고 있는 것일까요?

일본 원자탄 투하에 얽힌 진실

일본에 대한 미국의 원자탄 투하는 세월이 지나면서 진상이 하나 하나 밝혀지고 있습니다. 굳이 원자탄을 사용할 이유가 절박하게 있지 않았는데도, 이미 일본은 항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소련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십 만 명의 민간인들의 목숨을 순식간에 빼앗은 미국의 결정은 오늘날 역사에서 준엄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인류 최초로 핵무기를 사용한 나라, 무고한 민간인이 겪은 핵무기 피해에 대해 아무런 보상도 마련하거나 반성하지 않는 나라. 그것이 미국의 모습입니다.

김삼환 목사는 일본이 미국을 깔보다가 핵무기로 순간 수십만 명이 몰살당한 것을 마치 무슨 무용담 말하듯 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에 대한 그의 생각이 이렇게 일천한 것일까요? 원자탄 투하로 가볍게 수십만 명을 죽일 수 있는 영혼을 가진 미국의 현실에 대해서 그는 끔찍해하면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이를 다만 일본의 업보라고 결론만 내리면 되는 것일까요? 원자탄이야말로 대량살상 무기의 대표 아닌가요? 미국이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보유국이라면서 이를 문제삼아 악의 축 운운했다면 미국은 그런 기준에서 볼 때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바로 이러한 발상이 전쟁을 정당화하고, 민간인들의 대량 희생을 불가피한 것이라고 옹호하는 논리의 근거들이 됩니다. 더욱이 이것이 '하나님의 책망'이라는 식으로 변호되면 그 어떤 무자비한 일도 모두 정당화되고 마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미국의 원자탄 투하를 기뻐하실까요? 하나님의 책망을 듣지 않은 백성들에게 정의의 사도로 나선 국가가 한 올바른 행위로 인정하실까요?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러한 상황에서, 미국에게 권유하기를 원자탄을 쓰면 된다고 하실까요?

김삼환 목사의 이러한 논법과는 대조적으로 강변교회 목사이자 합동신학 대학원 교수인 김명혁 목사는 미국이 9.11 테러 사건의 원인 분석이나 자기 성찰은 하지 않고 무자비한 보복전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거기에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시가 내세운 '정의'는 세계의 가난과 재난을 끌어안으며 세계의 평등과 평화와 상생을 추구하는 진정한 정의가 아니다. 오히려 초강대국의 군국주의적 및 자본주의적 힘을 바탕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제국주의적 정의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책망 대상 잘못 고른 김삼환 목사

그는 부시 대통령이 "남북의 교류와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민의 정서를 무참히 짓밟는 또 하나의 폭력과 테러를 자행했다"라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경계하는 것은 "세계인의 평등과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오만한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라고 지목하고 있습니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세계를 좌지우지하려는 경박함과 독선적 교만을 버리고 세계를 품을 수 있는 아량과 겸손을 바란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이 바로 성서적인 것입니다. 하나님은 교만한 강자를 미워하시며, 도리어 그런 강자를 책망하십니다. 그리고 이러한 강자들의 횡포와 폭력에 시달리는 약자들의 편에 서신 분입니다. "미국이 강도라면 강도이고 암이라면 암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김삼환 목사는 하나님의 생각보다 미국의 생각을 더 높이 떠받드는 모양입니다. 애굽도, 바빌론도, 로마도 모두 강한 힘을 믿고 오만하게 굴다가 결국 패망하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의 책망은 그 패망의 과정에서 발견해야 합니다.

김삼환 목사는 책망의 대상을 잘못 골랐으며, 안타깝게도 하나님의 책망, 그 육성에 귀가 멀어 있습니다. 정작 책망받아야 할 자를 그는 책망의 주도자로 인식하는 엄청난 착각의 늪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그런 착각의 오류 속에 구원은 없습니다. 부디 하나님의 말씀에 다시 귀를 열고 이 시대의 위기를 조장하는 세력에 대한 예언자적 질타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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