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대학교 신학대학원장 박익수 교수(56)는 적그리스도의 종이 분명하다."

이 충격적인 얘기는 금란교회(서울 중랑구 망우동) 담임 김홍도 목사(65)가 지난해 9월 2일 설교에서 공식적으로 발언한 것이다.

김 목사는 이 발언 외에도 박 교수를 가르켜 △성경과 신학을 너무나 모른다 △예수의 구속과 죽음, 부활을 전면적으로 부인한다 △예수를 부인하려면 기독교를 떠나고 신학교에서 가르치지 말아야 기본양심이라도 있는 사람이다고 비난했다.

국내 최대 감리교회를 이끌고 있는 김 목사의 이 돌발적인 발언은 현재 감리교 내에서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발언도 문제지만 김 목사가 설교에서 지적한 내용이 고스란히 고소장으로 돌변해 감리교 서울연회(감독:장광영 감독회장)에 도달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서울연회에 도착한 고소장은 박 교수뿐 아니라 감신대 현 총장 김득중 교수(신약학)까지 포함돼 있으며, 이 두 명의 교수가 이단 종파에 찬동 협조하거나 이단사상을 설교 또는 저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고소장은 김 목사의 발언 내용을 그대로 베낀 것처럼 작성돼 있지만 정작 고소인은 김홍도 목사가 아닌 서울연회에 소속된 된 김용겸(서부중앙교회), 이택선(창일교회), 정상옥(산정교회) 장로 등 3인이다.

결국 이 사건은 박 교수의 이단성을 처음으로 지적한 김홍도 목사는 고소인에서 빠져 있는 대신 3인의 장로들이 '저격수'로 나선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또 감신대 총장과 신대원장 등 감리교 신학계를 대표하는 두 사람을 '이단자'로 모는 충격적인 사안과 관련, 정작 신학을 전공한 교수나 목회자도 아닌 장로들이 나서는 특이한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이 고소건은 서울연회 심사위원회(위원장:고재영 목사)가 지난 2월 5일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당시 서울연회 심사3반 백형부 목사는 "이번 사건은 김득중 총장, 박익수 교수의 신학적인 견해를 고소인들이 오해해서 생긴 일”이라며 “김총장과 박교수의 견해는 신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힌바 있다.

<감신대학보> 2월 28일자에 따르면 심사위원회가 두 교수에 대해서 원론적인 신학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박 교수도 최근 "예수의 신성과 부활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며 ""고소자들이 논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용겸 장로 등 3인의 고소인은 심사위원회의 불기소처리에 승복하지 않고 자신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심 삼심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돼, 이 사건은 조기에 종식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더구나 김홍도 목사의 영향력까지 가세할 경우, 사안의 본질을 벗어나 교단 내의 정치게임으로 변질될 가능성까지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연회 심사위원회 내에 김홍도 목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물이 요직에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어, 이 사건이 과거 '변선환·홍정수 교수 출교사건 못지 않은 정치적 파란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의 진원지가 김홍도 목사라는 점에서 감리교 내에서 김 목사가 과거 불륜의혹 사건과 관련, 법정에서의 거짓 증언 및 교회 돈 유용 등으로 인해 7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사건에 대한 교단 차원의 징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즉 김 목사는 2000년 6월 28일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형사 4부(판사 김병운)로부터 '위증'과 '업무상 배임' 등으로 7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으며 김 목사의 부인 배영자씨(61)도 역시 '위증'으로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김 목사 부부의 법정 위증은 교회 여성신도와의 불륜과 관계돼 있다는 점에서 특히 심각한 것이다.  

김 목사가 성직자로서 뼈아픈 도덕성의 결함을 드러냈음에도 계속 성직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혹은 어떤 식으로든 교회법 테두리 내에서 제재를 가하는 것이 옳은지는 반드시 따져 볼 문제다.  

간음에 따른 위증죄와 공금을 유용한 목사는 감리교 법에 의해서도 징계를 받도록 돼 있지만 감리교측은 김 목사에 대한 여러차례의 고소사건을 지금껏 묵살하고 있다. 성직자의 도덕성을 형편없이 실추시킨 김 목사는 신학자를 향해서 이단이라고 부르짖기 전에 자신에 대해 진지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도 별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익수 교수 인터뷰>

▲ⓒ뉴스앤조이 김승범
"예수의 신성이나 부활을 부인하지 않는다."

박익수 교수는 우선 자신의 신앙관을 이렇게 간략하게 피력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제기된 이단성 문제에 대해선 대꾸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답답한 심경을 피력했다.

"고소자들이 논문을 제대로 읽었는지 의심스럽다. 앞 뒤 다 잘라 놓고 '신성을 모독했다' '부활을 믿지 않는다'고 몰아대니 어이가 없다."

이번 고소사건의 핵심은 박 교수가 감신대 학술지 <신학과 세계> 2000년 가을호에 게재한 <'그리스도의 믿음'인가 '혹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인가>라는 논문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이 논문은 바울서신에 나타난 '피스티스 투 크리스투'를 '예수를 믿음'이 아니라 '예수의 믿음'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학자적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고소인들은 박 교수의 이 같은 해석에 대해 "그리스도의 믿음을 본 받는다는 것은 2000년 동안 내려온 생명의 종교인 기독교를 다 파괴하는 것이요, 사탄이 가장 원하는 뜻이 성취되는 것이다"며 "박 교수는 그리스도를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끌어내리고 예수를 믿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박 교수는 이런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예수의 믿음'과 '예수에 대한 믿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원문 '파스티스 투 크리스투'에 나타난 소유격을 해석하는 학자적 견해일 뿐이다. 이 문제는 신학적 논쟁의 대상일 수 있지만 교리적 차원에서 이단성을 논할 수 있는 주장은 아니다. 삼위일체나 예수의 신성과 인성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서기 51-56년 사이에 작성된 바울서신 연구를 통해 얻은 학자의 견해를 어떻게 교리를 갖고 재단할 수 있는가."

또 고소인들은 논문 101쪽을 인용, 박 교수가 '예수의 부활을 부인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박 교수는 논문의 본뜻을 왜곡했다고 말한다. 문제의 논문 101쪽은 갈라디아서 1장10절부터 2장 21절에 나타난 사도로서의 바울 및 십자가와 그리스도 죽음에 대한 바울의 견해에 대한 연구다.  

논문 101쪽 15줄에 고소인들이 문제 삼은 '부활의 개념은 없다'는 구절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구절은 바울서신 본문에 대한 13줄에 걸친 해설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즉 '부활의 개념은 없다'는 말은 "십자가 혹은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한 언급에는 그리스도를 보내신 하나님의 행동, 십자가를 통한 그리스도의 사랑과 충성, 그리고 율법의 저주에 대한 여러 표현들이 발견되나 부활의 개념은 없다'."는 구절 속에 포함돼 있는 개념일 뿐이다.

박 교수는 갈라디아서 1장 10절부터 2장 21절에서 바울이 부활의 개념을 얘기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즉 이 구절은 박 교수가 부활을 부인하는 어떤 증거도 되지 못한다. 박 교수는 고소인들의 나머지 문제제기들 역시 비슷한 식이라고 말한다. 박 교수는 학자적 양심을 걸고 이런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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