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2002.2.4-28일) 교회에서 부흥회를 열었습니다. 복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스타일의 부흥강사가 초청되어 70년대를 연상하는 전형적인 부흥집회가 진행됐습니다.

"성령충만 받아라."

"목회자를 잘 섬기면 복을 받고 거역하면 저주를 받는다."

"하나님의 기름부음 받은 종 목사에게 순종하는 것이 하나님에게 순종하는 것이다."

"목사는 하나님의 대리자다."

"은혜를 받으려면 매시간 헌금을 정성껏 바쳐야 한다."

"록펠러 처럼 복받으려면 앞자리에 앉고 십일조 잘하고 목사에게 대접을 잘 해야 한다."

대개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말씀이 왜곡됨도 속알이 하며 그냥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담임목사님이 "은혜스런 집회"(?)라고 말씀하시는 마당에 집사가 무슨 말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장로님 두 분이 계시는데 첫 시간 참석후 두 분 다 집회에 "더 이상 참석을 하지 않겠다"는 푸념만 하셨지만 결국 집회시간에 다 참석하시더군요.

그리고 어떤 문제 제기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은혜(?) 받는 성도들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으려 묵묵히 참석만 했습니다. 속은 정말 타는 듯한 안타까움으로 들끓고 있었지만...

부흥회가 끝나고 부흥강사에 대한 내정한 사례금 150만원도 드렸습니다. 년초 예산이 확보된 것이라 부흥회 경비 및 강사 사례금은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관행으로 지켜오던 담임목사에 대한 특별사례가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중직자(장로, 안수집사 연석회의)들이 주일 예배후 모여 이 문제를 의논했습니다.

제가 이야기했지요.

"좋지 못한 관행이면 우리가 꼭 지켜야 할 필요가 있나요.바람직하지 않는 관행이면 고쳐 나가고 개선해야할 대상이지 따라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교인들이 여러 모양으로 다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는데 왜 하필 담임목사만 돈으로 사례를 해야 합니까? 정 섭섭하다면 부흥회를 위한 예산(200만원으로 책정되어있음)범위 내에서 20-30만원만 드립시다."

재정부장인 저는 예산을 초과하여 집행할 수 없음을 말씀드렸지만 장로님 이하 나머지 분들이 "다른 교회에는 강사목사님과 똑 같이 드리는 데도 있다는 데요? 그리고 과거 우리교회에도 100%를 드린 관례도 있고요..."

"부흥강사의 50%정도는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부흥회 헌금이 300만원 예산 이상으로 나왔으니 예산을 좀 초과해도 되는 것 아닙니까?" 등의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제가 교인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회의가 되어야한다고 하니까
한 분 장로님이 하시는 말씀 "교회의 일은 여러 사람의 말을 다 듣고 할 수는 없습니다.그렇게 예민하게 생각하면 교회 일을 못해요.어차피 몇 사람이 이끌어 나갈 수밖에 없어요."  

분위기를 보니 더 이상 고집하는 것이 유익이 되지 않을상 싶어 70만원을 드리기로 하고 회의를 종결지었습니다.그리고 그날  70만원을 집행했습니다.

집행을 했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목사만을 위한 목사의 교회도 아니고 목사님만 특별히 잘 섬기는 것이 하나님을 위한 것이 아닐찐데 성도들의 정서는 무시된 채 규정을 무시하며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교회를 위하는 것인지 고민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성도들의 헌금을 과연 이렇게 집행하는 것이 교회의 운영에 책임있는 직분자들이 해야할 일인지 갈등과 가책이 마음을 두드렸습니다.

부흥회 기간중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간단한 선물(양말정도) 정도와 목사님에 대해 간단한 선물을 드려 노고를 헤아려주는 정도는 저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원칙을 고수하지 못한 재정부장을 계속해야하는 건지,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것이 바람직 한 것인지도 고민해야할 것 같습니다.
어떤 분에게 여쭈었더니 초과 집행한 금액을 회의한 중직자들이 물어내든지 아니면 제직회에 보고를 하고 추경을 해서 바로잡으라고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다보면 얼떨결에 돈을 받으신 목사님만 이상한 모양이 될 것 같아 그것도 염려됩니다. 목사님이 요구하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장로, 안수집사들이 관행을 들어 과잉대접을 한 결과인 샘이지요.

참고로 저희교회는 설립20년 정도되었고 교인수 100-130명정도, 재정은 년예산 1억3천정도 됩니다.

부흥회 후 담임목사에 대한 사례는 해야하는 것인지 바람직한 것인지 아님 없어져야하는 것인지 여러분들의 견해는 어떤지 듣고싶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