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개역성경 개정판' 사용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면, 현재 미국교계는 올 4월에 출시되는 'TNIV(Today's New International Version)' 출간으로 진보와 보수 세력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소위 '여성주의자들을 위한 성경(Feminist Bible)' 또는 '성(性)-중립적인 성경(Gender-neutral NIV)'이라 불리는 TNIV 출간의 속사정과 이에 대한 기독교전문 주간지, 월드(World)를 위시한 복음주의 진영의 반격을 소개하면서 성경번역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기로 한다.

1. 월드지와 존데반, 국제성서공회의 해묵은 감정 싸움인가?

지난 1월 28일, 복음주의적 진영에서 양서를 출간한다고 정평이 난 존데반(Zondervan)출판사와 193년 동안 성경번역에 힘쓴 국제성서공회(International Bible Society, IBS)는 1984년에 처음 출간되어 현재 가장 많이 팔린 NIV(New International Version)의 소위 '성-중립적인 개정판'을 4월에 출간한다고 언론에 공개하였다.

존데반과 IBS의 TNIV 출간 공포는 공교롭게도 미국에서 가장 큰 연례 행사인 '기독교서적 박람회' 기간과 맞물려 신학적, 정치적 함수 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TNIV에 대한 상당량의 홍보 책자가 미 전역의 도매 및 소매 서적업자들에게 제공되기도 하였다. 또한 IBS 역시 웹사이트(www. ibs.org)를 통해, TNIV는 '남녀간의 차이를 부정하는 평등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성경 번역이며 동시에 영어로 번역된 성경 중에서 가장 정확하다고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곧바로 존데반과 IBS는 '성경적 남성과 여성을 위한 협의회(Council for Biblical Manhood and Womanhood)'의 거센 반대 의견에 봉착하고, 이에 합류하는 보수진영들의 연대로 TNIV 출간이 4월에 예정대로 실시될 것인가? 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미국교계가 이 문제로 진통을 겼고 있다. 즉 소위 정치적으로 교정된 언어(politically correct language - 여성주의자들에 의해서)의 옹호자들과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이념들에서 자유롭고 순수한 성경번역의 수호자들간에 한 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경번역 전쟁'의 시작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교회에서 '여성의 위치'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붙게 된 때는 1970년대 초반으로, 여성주의자들(the Feminists)은 '목사나 장로와 같은 성직 안수를 자신들에게 허용할 것'과 '성경을 남녀구별이 없는 남녀공통의 언어(unisex language)로 개정해즐 것'을 요구하였다. 따라서 미 주류교단들에서도 어느 정도는 성직에 대한 여성 안수를 인정하게 되고, 성경번역에도 여성주의자들의 요구가 어느 정도 수용되어, 보수적 진영에서는 과연 '성경적 권위(Biblical authority)'를 '문화적 흐름(Cultural shift)'에서 지켜내기 위한 진지한 노력과 학문적 탐구들이 진행되어 지금까지 그 전통이 계속되고 있다.

1997년 존데반과 IBS는 1984년 판 NIV를 '포괄적인 언어(Inclusive language)'로 개정하기 위한 번역 작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월드지가 같은 해 3월, '은밀한 성경(Stealth Bible)'이란 제목으로 그 번역 과정에 대한 부당성을 폭로하였다. 즉 개정번역 작업이 여성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의 주장대로 신약성경의 남성대명사가 포괄적인 또는 성 중립적인 언어로 대체되어 성경 원문이 갖고 있는 의미가 사라진다고 엄중하게 경고하였다.

'월드'지의 경고는 그 당시 이미 영국에서 출간된 NIV의 성 중립적 개정판 서문(INIV)만을 읽어보아도 쉽게 공감이 가게된다; "성에 대한 포괄적인 언어를 통하여 성경 저자들의 가부장적 문화를 없애기에 적절한 번역이 바로 INIV이다."

결국 두 달 후에 개신교단 중 가장 보수적이며 덩치가 큰 남침례교(SBC)가 나서서 주일학교 교재로 NIV 사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포커스언더패밀리(Focus on the Family)등을 비롯한 복음적 단체들이 연대하여 NIV의 '성 중립적인 번역'에 반대의 입장을 분명하게 천명하게 되었다.  

이러한 복음주의 진영의 일치된 포화에 결국, 존데반과 IBS는 5월 27일 "NIV에 대한 모든 성 중립적인 개정 사업 일체를 중단하며 1984년 판만을 계속해서 출간"한다고 자신들의 입장을 철회하였다. 더 나아가 포커스언더패밀리의 본부가 있는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복음주의 진영과 존데반과 IBS는 모임을 가져 향후 있게 될 성경번역 사업에 대한 몇 가지 원칙들(Colorado Springs Guidelines, CSG)을 정하여 상호간의 신뢰를 돈독히 다지는 결정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 암묵적인 동의가 지난 1월 28일 공식적으로 파기된 것이고, 결국 존데반과 IBS는 그동안 계속해서 성경번역을 진행해 왔던 것이다. 그러자 2월 12일 무려 37명이나 되는 복음주의 노선을 선도하는 학자들이 모여 TNIV의 부정확성에 대한 우려를 천명하는 성명을 작성하고 서명하였는데, 이 성명의 주된 내용은 바로 "TNIV가 성경의 의미를 왜곡한다"는 것이다.

또한 패커(J.I.Packer)는 비록 성명서에 서명은 안했지만, 성명서 내용에 공감을 느낀다며 TNIV 출판은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난하기도 하였다.

2. TNIV 출판의 배경과 문제점

현재 NIV는 3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인지도나 그 번역의 간결성 측면에서 널리 사랑 받고 있는 영어성경이다. 그런데도 복음주의자들이 NIV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TNIV를 출판하려는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현재 존데반은 최대 언론재벌인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의 기업중의 하나인 하퍼콜린스(HarperCollins)에 속해 있다. 즉 존데반 역시 매상 증가를 통해 시장을 늘려야한다는 압박감을 받고 있어, '성 중립적인 성경'이라는 공격적인 상품으로 자유주의 신학자들과 젊은 세대를 공략하겠다는 계획으로 출판에 박차를 기하는 걸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존데반이 복음주의 진영의 단합된 거부 운동이라는 초강수에도 불구하고 출판을 서두르는데는 '돈' 이상의 것이 분명히 담겨져 있다. 바로 존데반에 여성주의자들에게 공감을 느끼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 제기되고 있고, IBS 집행부 역시 몇몇 신학교들과 영문학 교수들이 제기하는 성경에서 사용되고 있는 '가부장적 문화구조'와 '남성 중심적인 언어'는 현 시대에 맞지 않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인사들이 많다는 점들이 관측되고 있다.

지난 1월 28일 이후, 월드지는 곧바로 TNIV 번역에 대한 원칙들과 강해 방법들에 대해 IBS에 이 메일과 전화를 통해 답변을 요구했지만, 2월 12일까지 아무런 회신이 없었고 오히려 선전과 홍보를 통한 'TNIV 알리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존데반과 IBS가 출판을 통한 영업에 관심을 갖는 만큼, 주일학교교재를 제작하여 보급하는 출판사들(Cook Communication, Group Publications, LifeWay)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아이들의 성경은 부모들이 선정하여 구입한다는 성향을 파악하여 다양한 형태로 판매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기존 NIV에서 7%만을 개정했다는 TNIV의 문제는 무엇일까?

일단은 신학적인 문제로 영어에서 'he'나 'his'는 '일반적으로 여성을 포함하여 가르치는 총칭적인 인칭'(generic)이다. 이러한 남성대명사를 통한 총칭 인칭의 표현은 성경뿐만 아니라 서구 문학작품에서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구조이다. 그런데 여성주의자들은 성경에서 남성대명사의 사용이 그들이 흔히 말하는 '가부장적 구조', 즉 남성중심 문화의 산물로 간주하여 그 수정을 요구한다.

만약 여성주의자들의 입장을 수용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바울이 롬 5장에서 말하고 있는 전 인류에 대한 그리스도와 아담의 대표성 문제와 가족 구성원들 중에서 아버지의 대표성(엡 5:22-6:4)과 같은 총칭적 신학 개념을 이해할 통로를 놓치는 자충수에 우리는 빠지게 된다.

결국 TNIV는 이 '총칭 인칭적인 he'를 조건반사 식으로 제거하려다 보니 종종 '단수'를 '복수'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He 가 They로)

한편 성경번역 전문가들은 TNIV의 문제를 '역동적 상당어구 방법(Dynamic Equivalent Method, DEM)'의 극단이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즉 DEM은 성경 원어에 국한 받지 않고 그 의미를 '독자의 문화체계'로 수용한다는 점이다. 바로 유진 A. 니다(Eugene A. Nida)가 대표적인 DEM 사용의 대가로 그의 지휘아래 'Good News Bible'이 오래 전에 출판되었고, NIV 역시 DEM의 영향아래서 번역되었다.

TNIV가 DEM의 극단이기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지적은 바로 다음과 같은 문제 제기에서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즉 수천 년이 지난 후, 그것도 문화와 언어가 확연히 다른 배경에서 한 학자의 연구로 이루어진 성경 원문에 대한 뜻이 과연 '성경이 진정 의미하려고 하는 것'인가에 대한 확신의 결여와 고대의 성경적 세계와 현대 미국 문화와의 차이점으로 성경을 우리 문화에 맞추려다 보니(문화를 성경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성경적 권위가 희석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성경번역에는 DEM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형식적 상당어구 방법(Formal Equivalent Method, FEM)', 즉 영어에서 성경 원문에 사용된 단어에 가장 부합한 단어를 찾아내는 작업이 동시에 병행되어야 보다 온전한 번역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TNIV는 간과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만약 우리 손에 신뢰할 수 없는 성경이 들려져 있지 않다면, 기독교 신앙의 심장은 멎게 된다는 점이다. 성경번역은 그래서 더욱 더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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