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사색(四人四色). 자기 생각과 걸어 온 삶이 너무나 분명하고 뚜렷해, 좀처럼 한
자리에 앉을 일이 없을 것 같은 네 사람이 성공회대에 모였다.
ⓒ뉴스앤조이 김승범

사인사색(四人四色). 자기 생각과 걸어 온 삶이 너무나 분명하고 뚜렷해, 좀처럼 한 자리에 앉을 일이 없을 것 같은 네 사람이 성공회대에 모였다. 다음은 그들과 나눈 좌충우돌 난담이다.

자기소개를 해달라.

배옥병(44): 양심수 특별전형으로 사회과학부에 입학했다. 1981년 서통 노동조합 결성에 관련,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으로 1년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현재는 지역 여성운동을 하고 있다.

▲최영일씨 ⓒ뉴스앤조이 김승범
최영일(19): 타교단 목회자 추천으로 신학과에 입학했다. 경북 포항이 고향이고, 작년에 지방의 한 신학교에서 반 년 동안 신학을 공부한 경험이 있다. 성공회대가 표방하는 '인간을 위한 대학'이 마음에 들어 입학하게 되었다. 하드코어 음악에 관심이 많고, 대학에서도 기회가 닿는다면 음악을 하고 싶다. 림프비즈킷과 서태지를 좋아한다. 하드코어에는 철학이 있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때문에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는 밴드에서 드럼을 치기도 했는데, 교회에서 록음악이 사탄의 음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잠시 손을 놓은 적이 있다.

위보영(18):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의'의 추천으로 중어중국어과에 들어왔다. 2000년에는 전국도서반학생연합 회장으로 활동했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 공부와 도서반연합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어려웠다. 자문 선생님은 도움을 주셨지만 고 3때 담임 선생님은 대학에 무슨 도움이 되냐며 반대하셨다. 학교에서도 특별히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장여진(16): '인권운동사랑방'의 추천으로 사회과학부에 입학했다. '학생인권과 교육개혁을 위한 전국중고등학생연합'의 대표로 두발 자유화운동, 교칙 모으기 캠페인, 학생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운동 등을 펼쳤다. 중고생연합은 학생들의 인권, 교육 문제를 학생이 직접 참여해 해결하자는 취지로 세워진 단체다. 선례가 없는 미개척 분야였기 때문에 학생의 자발적인 참여가 드물었다. 탄압이 있으면 금방 흩어지는 분위기였다. 운동을 하면서 청소년이라는 위치가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었다. 두발 자유화 운동을 하면서 우리들의 사고도 처음과는 다르게 깊어져 갔다. 단순히 '머리 기르고 싶다'는 단세포적 사고가 시간이 지날수록 논리를 찾았다. 두발을 제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 요소마저 있는 문제이다. 어른들은 두발을 자유화하면 면학 분위기가 저해되고 과소비 풍조가 생긴다고 하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두발이 자유로운 간디학교를 보면, 처음에는 아이들이 레게파마니 뭐니 난리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기 개성에 맞는 머리 모양을 찾아간다. 차라리 공교육 붕괴로 인한 사교육 비용이 더 과소비를 유발한다.

성공회대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다면?

▲배옥병씨ⓒ뉴스앤조이 김승범
배옥병: 지금까지는 주로 체험 현장에 있었으나 이론적 뒷받침이 필요했다. 이론과 현장을 조화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성공회대는 진보적인 학풍으로 워낙 유명해서 관심이 있었고, 양심수(손)자녀, NGO단체장 추천자, 민주화운동 관련자 등을 특별 전형 등을 통해 선발하도록 제도화한 것이 가장 큰 매력 이였다. 1970년대 민주노동운동하던 선배와 친구들도 성공회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여 년 동안 운동하면서 체험한 내용을 이론적으로 체화해 앞으로 풀뿌리 지역여성운동을 활성화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 장여진 친구의 활동은 익히 알고 있었던 터라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에게도 여진이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젊은 나이에 앞장서서 일하는 것이 부럽고 자랑스럽다.

위보영: 중국어는 전혀 모르지만 학교에서 배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중어중국어과를 선택했다. 중국이 새로운 강국으로 부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해 공부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 도서부에 일하던 중 열린학교 NGO반에서 다른 학교 도서반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학교 도서관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임을 시작했다. 학교 도서관의 문제점 알리기, 설문 조사, 서명 운동 등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운동의 결과로 모교가 도서관 운영 시범학교에 선정되기도 했다. 수행평가는 보고서 형식이 많은데, 우리의 요구는 다른 것이 아니라 숙제를 학교에서 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후배들을 도와서 도서반연합의 틀을 잡고 싶다. 다른 인권 운동에도 관심이 있다.

최영일: 다른 교단의 신학교를 다니다가 성공회대에 왔으니 신학의 방향을 바꾼 셈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신학, 인간을 위한 신학을 하고 싶다. 동성애자를 위한 신학에 관심이 많다. 잘못된 신학적 이해 때문에 동성애자가 피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신학을 해야한다. 만약 예수님이 지금 여기에 오신다면 동성애자를 위해서 일하실 것이다. 그들도 하나님이 만드셨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다 보니, 자연히 동성애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종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장여진씨 ⓒ뉴스앤조이 김승범
배옥병: 구속되어 있을 때에는 성경의 매력에 푹 빠져 매일 성경을 읽었지만, 지금은 불교 신자다. 예수님이나 부처님 모두 가난한 사람과 함께 하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무겁고 힘들 때 절에 찾아간다. 종교의 본질이 결국 예수님과 부처님의 삶을 보고 그들을 본받자는 것 아닌가? 그러나 한국의 불교나 기독교 신자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웃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장여진: 나는 무신론자다. 신이 있기야 하겠지만 그 많은 신 중에 누가 진짜인지 모르겠다.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해 종교를 찾을 시간에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하자는 것이 좌우명이다. 성공회대는 채플이 필수인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채플이 있으려면 불교, 이슬람교, 천주교, 힌두교 다 있어야 한다. 채플을 강요하니까 나 같은 사람이 종교에서 더 멀어진다. 채플을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것 중 선택하자는 것이다.

최용일: 성공회대의 채플은 종교성이 거의 없다고 들었다. 그냥 전교생이 모이는 조회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공기업 파업과 통일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위보영: 철도 파업은 정당하다. 철도 노동자들은 과로로 인한 높은 사고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민영화는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업으로 생기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배옥병: 언론의 편파 보도가 문제다. 법으로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는 것인데 시민들이 너무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한다. 조금만 불편을 참으면 되는데 당장 불편하니까 본질을 보지 못한다.

위보영: 모 신문을 보니 신도림역의 혼잡한 모습을 1면에 실었다. 신도림역은 본래 출퇴근 시간에는 사람이 많다. 어떻게 그렇게 절묘한 사진을 찍었는지 모르겠다.

통일에 대해서 물었다

▲ⓒ뉴스앤조이 김승범
장여진: 통일은 무조건 해야한다. 미국의 간섭이 너무 심하다. 미군 떠나면 북한도 공격 태세를 낮출 것이다. 국방 예산을 복지를 위해 쓰면 우리나라가 훨씬 발전할 것이다. 좌우지간 부시맨이 문제다.(웃음) 친구들은 대부분 통일을 왜 하냐는 식이다. 파업하는 줄도 모른다.

위보영: 서둘러서 통일을 하기보다는 지금 서로가 많이 다르니까 조금씩 맞추어 가면서 통일해야 한다.

배옥병: 여성운동을 하며 북한 분들을 만나보면 이질감보다는 동질감을 많이 느낀다. 통일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부가 있다면?

최영일: 열심히 공부해서 진리로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

배옥병: 지역 여성을 지역의 주인으로 세우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

위보영: 우선 공부를 열심히 하고, 많은 사람들 만나서 다양한 것 접하고 싶다.

장여진: 배옥병 선생님처럼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도 계속해서 운동을 하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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