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hphatha!!" 예수가 청각장애아의 입을 열 때 "열려라!”라는 뜻으로 외쳤던 “에바다".

Then, looking up toward heaven, He sighed and said to him, "Ephphatha" that is, "Be opened".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시며 그에게 이르시되 "에바다" 하시니 이는 "열려라"라는 뜻이라.(마가복음 7장 34절)

70년대에 외국인 선교사가 6000여 평의 땅을 기증하고 당시로서는 거금이었던 2000만원을 전국의 에바다 농아교회가 출현하여 설립되어 농아인을 위한 특수학교와 생활시설인 농아원 그리고 이용시설인 에바다복지관으로 구성된 평택 에바다복지회.

주위 미군부대의 자매결연과 해외의 후원을 받으며 모범적인 시설로 국가에서 인정, 당시 원장인 최실자에게 훈장까지 여러 차례 수여했던 곳.

그러나 1996년 11월 27일, 일단의 농아원생들이 "더 이상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질 수는 없다"며 재단 측의 비리와 미군에 의한 성추행, 원생들의 의문사, 인권유린을 고발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하지만 농성 5년이 지난 지금도 장애인시설 문제가 집약돼 있다고 할 수 있는 에바다농아원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구 재단측은 에바다 현장에서 물러나지 않고 시설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바로 2월 28일 오후 4시경, 평택에바다학교 권오일 교사와 에바다복지회 사무국장 남정수(평택노동자회) 씨가 '출입방해금지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에바다학교에 공지하는 과정에서, 비리재단측 괴한들로 보이는 20여명에게 약 20여분 동안 집중구타 당해 권오일 교사는 코뼈가 완전히 으스러지고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늘어나는 등의 전치 6주의 외상을 입었고 남씨는 이가 부러지고, 머리와 무릎, 왼손 등에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했다.

이같은 괴한들의 불법폭력으로 이 일대는 무법천지로 변하고, 주민들은 극심한 공포에 떨어야 했다. 또 경찰은 현장범을 체포하기는 커녕, 오히려 이들에게 멱살을 잡히는 등 행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날 사건은 에바다사회복지법인(이사장 윤귀성) 이사회가 제출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수원지법 평택지원의 집행관 2명이 법원 결정문을 공시하기 위해 농아원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오후 4시 20분경 평택지원에서 나온 집달관들은 농아원 정문에 이사회가 지목한 17명에 대해 출입금지, 업무방해금지, 출입방해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법원 결정문을 공시하려 했으나, 농아원 내에서 대기하고 있던 에바다 비대위 소속 청년 10여 명으로부터 제지당했다.

집달관들은 법에 따른 조치임을 밝혔으나, 청년들이 결정문을 빼앗아 던지는 등 공시를 완강하게 거부하자 10여 분간 실랑이를 벌이다 돌아갔다(집행관은 공시한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청년들은 정문 주위에서 사진촬영을 하던 이성존(23ㆍ전 농아원생) 씨에게 달려들어 필름을 빼앗는 등 행패를 부렸다. 현장에는 평택경찰서 정보과 형사와 평택시청 사회계장 등이 있었으나, 이들을 제지하지는 못했다.

20여 명으로 불어난 청년들은 5시경 농아원에서 200여m 떨어진 상가로 내려와 사태를 지켜보던 권오일 교사에게 달려들어 집단폭행을 시작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은 권 교사를 둘러싼 채 얼굴과 가슴, 다리 등 온몸을 10여 분간 무차별적으로 구타한 뒤, 인근에 있던 법인 사무국장 남정수 씨의 이스타나 차량을 발견하자 차량으로 달려들어 앞 유리창을 깬 뒤 남 씨를 강제로 끌어내린 뒤 마찬가지로 집단폭행을 가했다.

남 씨가 인근 (만석골)식당으로 피하자, 청년들은 뒤따라와 계속 폭행을 가했으며, 이들의 폭력은 주민의 제보를 받고 달려온 경찰에게도 계속됐다. 현장에 도착한 진위파출소 소속 경찰 3명이 폭력행사를 제지하고 나서자, 이들 청년들은 경찰의 멱살을 잡아채는 등 난동을 부리다 30여 분만에 농아원으로 돌아갔다.

사실 이날의 폭력 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에바다 비리를 저질렀던 당시 최 씨 일가(이사장 최성창 목사, 원장 최실자 전도사)와 그 혈족들은, 형사상 책임이 감형된다는 형법상의 농아인 특례 조항과 정보가 차단되어 제한한 정보로 쉬이 판단을 내리는 농아인의 특성을 악용하여 농아인을 사주 폭력 행위를 일삼아 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지난 에바다 투쟁 5주년 때인 작년 11월 27일,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용한 등)에서 성명을 발표해 "에바다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 끝에 지난 8월 7일 이사회에서 연대회의가 추천한 민주적 인사들이 과반수를 차지했으나 구 비리재단 측 사람들이 농아원들을 동원해 폭력을 일삼는 등 정상화 노력이 방해받고 있다"고 주장한 이후, 구 재단 측의 반발이 한층 폭력적이고 또 사이버 상으로 옮겨지고,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비대위라는 것도 구성, 조직화되는 것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연대회의 측은 구 재단측에게 에바다복지회를 장악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고 일부 농아인을 사주하는 배후인물을 알아내기 위해 물리적 충돌을 피하고 법적인 해결 수순을 밟아왔다. 에바다재단은 지난해 12월 인권시민단체에서 추천한 인물들로 이사회를 과반수 구성하여 새롭게 농아인협회 부회장인 변승일 씨를 영입함으로써 정상화할 수 있는 길을 트는 듯 했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구 재단측 인사들의 강한 반발로 학교와 농아원에 출입조차 불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구 재단측의 불법통제를 막지 않은 채 현 이사회 측의 농아원 출입마저 통제하자 에바다복지회 이사회(이사장 윤귀성)는 지난 1월 23일(수) 구 재단측 인물 약 15-20여명에 대한 '출입방해금지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리고 지난 2월 9일 법원으로부터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겠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와 함께 에바다 구 재단의 대표적 인물이자 농아원 불법 점거를 주동한 것으로 알려진 양봉애(에바다농아원 원장직무대행) 씨가 2월 8일 전격 해임된 이후 구 재단측의 반발은 극에 달해 교사들조차 학교에 출입이 어려운 상태였다. 구 재단측이 농아인을 동원해서 폭력을 일삼고 교사들의 출입을 막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장애인 시설비리에서의 그 기득권층들에 전형적인 수법인 맞불놓기 전략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시설이나 학교 운영을 계속 장기적으로 파행시킴으로써 처음에는 도덕적으로 명분상으로 우위에 있던 시민단체나 농성측에게 바로 파행운영 책임을 전가하고 양비론 여론을 조장하고 또 다시 도덕적인 헤게모니를 장악하여 관리 감독 관청으로 하여금 다시 그 영향력을 부여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이번 사태가 구 재단쪽의 에바다 비대위측이 지난 해 새로 구성된 이사회가 최근 구 재단측과 농아원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법인을 장악하고 양봉애, 양경수 씨 등을 해임하려 한다며 반발하는 모양새로 보이도록 한 것에도 이같은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언제나 이런 사건 이후에 아이들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구 재단측 이사나 양봉애씨를 통해 사건 수습을 시도하는 모습에도 이런 전략은 숨어 있다. 28일 폭행 사건 이후에도 양봉애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권오일 교사가 청년들을 물어뜯는 등 폭행을 가해 3명이 병원에서 치료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양비론과 농성측의 도덕적인 인신 공격, 장애인 당사자의 움직임을 내세우는 전략은 특히 에바다처럼 단순한 시설비리가 아니라 그 고리가 질긴 지역 토착 비리인 경우에는 더욱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28일 사건에서도 보듯이 에바다 구재단측의 되풀이되는 폭력사태는 평택시청과 경찰의 묵인이라는 따가운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 사태에 대해 에바다사회복지법인 이사회는 즉각 관련자들을 고발하는 한편,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기로 했으며 경찰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기로 결정했다. 허나 이 날 폭력 사태 이후 에바다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비방의 글들을 보고, 사건을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평택시청과 경찰, 나아가 에바다 해결을 약속했던 김대중 대통령을 생각하면 아직 에바다 해결은 요원하게만 여겨진다.

기자는 에바다에 관여한지 5년이 넘었고 기사를 쓰기 시작한 건 3년을 헤아린다. 예수님이 말하신 에바다가 단순히 신체적인 장애 치유가 아니라 이 나라 농아인들이 온전히 하느님이 만드신 존엄하고 평등한 형상으로 자기 결정권을 가진 주체적인 존재임을 선언하는 것이었다면,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는 에바다 사건의 투쟁과 어려움을 통해 무엇을 증거하시려는 것일까?

이런 기자의 질문이 이단적이고 감히 예수님을 시험하려는 사탄의 짓이라 비난받을지언정 이제 묻고 싶다. "주여! 에바다 복지회를 어쩌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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