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교회아카데미(원장 김동호) 연구위원회가 한국교회의 공적 책임에 대한 논의에 이어 7월 21일 자살에 대한 포럼을 열었다. 연구위원들은 자살에 대해 성경이 어떤 견해를 보이는가를 살피고, 한국교회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를 토의했다.

“자살은 죄, 그러나 반드시 지옥에 가는 것 아냐”

▲ 김기현 목사(부산 수정로침례교회)는“교회는 자살에 대해 정치적·경제적 차이를 넘어서는 신학적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발제자로 나선 김기현 목사(부산 수정로침례교회)는 교회가 자살을 보는 시각이 신학적 입장보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교회는 자살에 대해 정치적·경제적 차이를 넘어서는 신학적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성경이 자살을 직접적으로 죄라고 언급하지는 않지만,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을 죄라고 볼 때 분명히 죄”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자살이 용서받지 못할 죄는 아니라며 ‘자살하면 지옥간다’는 말을 반박했다. 김 목사는 “죽음의 순간에 회개했는지에 따라 구원이 결정되면 은혜가 아닌 회개라는 공로로 구원받는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십자가 보혈의 의미를 생각할 때 자살했기 때문에 구원이 취소되거나 지옥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말은 자살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만, 자살은 반드시 지옥 간다고 가르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살을 쉽게 생각하지 않도록 자살해도 구원을 상실하지 않는다는 교리를 전달할 때 지혜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렬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사회선교부 총무)는 "우울증이나 질병으로 말미암은 자살은 예외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구원받았다면 과거·현재·미래의 죄까지 구원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주채 목사(용인 향상교회)는 “자살을 논의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자살을 옹호하는 태도는 위험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생명을 중시하는 성경의 전체적 맥락에서 볼 때, 과연 성경이 자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가”란 의문을 제기했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는 “지금까지 자살은 성경적 근거보다는 전통적 선입견에 의해 논의됐다”고 말하고 “자살에 대한 논의를 공개적인 자리로 끌고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교회가 자살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국교회, 자살 논의 두려워 말아야

▲ 박정수 교수(성결대학교)는 “삶과 죽음을 적극적으로 껴안고, 이를 극복하는 부활 신앙을 교회가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박정수 교수(성결대학교)는 부활에 대한 믿음으로 ‘사는 것도 유익, 죽는 것도 유익’이라는 바울의 고백을 언급하며, “기독교가 자살 논의를 두려워하는 것은 부활의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삶과 죽음을 적극적으로 껴안고, 이를 극복하는 부활 신앙을 교회가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는 “자살 충동을 느꼈던 엘리야와 예레미야 등을 살펴볼 때, 인간의 나약함만이 자살 충동 원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자살을 충동하는 사회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성경 인물들이 자살하지 않았던 이유는 하나님이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셨기 때문이다. 자살 충동을 극복하기 위해 주변에서 고통을 공감해주는 누군가 필요하다”고 덧붙이고 “교회가 고통을 공감하는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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