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갓 100일을 넘긴 이쁜 딸아이의 어리광을 뒤로 하면서, 하고픈 말이 너무도 많은... 그러나 다하지 못하고 눈물을 감추는 사랑스런 집사람을 뒤로 하고 '서울가면 언제내려올지 모른다' 라는 말만을 던지고 도망치듯 서울로 올라왓습니다. 기차안에서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아버지로서의 안타까움때문에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장애,비장애 학생들의 어울마당(통합캠프)을 열었다는 '죄'로 충남도 교육청으로부터 해임된 충남 공주시 정명학교 도경만 교사의 교육부 1인시위의 사연은 이렇게 처연했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생전 처음해보는 1인 시위, 해보지 않은 일이었기에 어디에서 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조금은 두렵고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두려움과 걱정은 종합청사 앞에서 어깨 걸개를 걸고 시위를 시작하자 밀려드는 추위로 얼어 붙어 버렸습니다."

"이른 아침 시간 출근하는 사람들 모두들 바쁜 듯 흘겨보고 지나가는 사람들 앞에서 왜 이렇게 서있는가? 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1인 시위의 성과가 과연 있을것인가에 대한 의문들까지 많은 생각들이 들더군요."

도 교사는 교육부에 재심을 신청하는등 '안해본 일'에 자신을 내모는 척박한 교육현실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는 듯 했다.

"처음부터 힘든 싸움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러나 힘들다고 포기할 수 없는 싸움이라 생각합니다. 정부종합청사 앞에 저의 1인 시위가 장애아교육권확보, 부당징계 철회, 통합교육 저해 승진가산점 폐지의 특수교육교사들의 목소리가 수많은 공명이 되어 울려 퍼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2002년 정부 중앙 청사 앞에서 1월의 마지막 월요일 해질녁에 광화문 앞 매서운 빌딩 바람을 맞으며 홀로 1인 시위를 시작한 공주 정명학교 특수교사 도경만 선생님을 만났다.

2001년 12월 24일, 특수교사 두 명(도 경만,유 정옥교사)이 교장의 명령에 불복종 했다는 이유로 도 교사는 해임되었고 유 정옥 교사는 견책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지난 7월 전교조 공주지회 주최로 열린 장애아동과 비장애 학생 통합캠프에 교장의 참가 불가 명령에 대한 불복종으로 충남 교육청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던 공주 정명학교 도경만 유정옥 교사는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민원을 접수하기 위해 모인 교육청 앞에서 크리스마스 이브 해질녁, 이런 사실을 통보 받아야만 했다.

두 교사는 바로 교육청 앞에서 천막 농성에 들어갔고 해를 넘겨 1월 5일, 교육청은 두 교사의 징계에 대해 사과를 표명하고 이런 복무 관련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들의 싸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캠프라는 작은 사안을 가지고도 교사를 해임하는 교장과 교육청을 보면서 장애 아동의 통합 교육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절실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거리로 나섰다.

그것은 이번 해임이라는 징계를 내린 담당 교육청과 교장의 모습은 통합 교육을 언급한 특수교육진흥법이 만들어져 시행되어온 지난 10여 년 동안 장애인 교육을 실질적으로 책임져야 할 국가와 관련 기관들의 태도가 얼마나 기만적이었으며 그들이 이야기한 '통합 교육'이 얼마나 탁상공론과 허상에 불과한 것인가를 적나라하게 확인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에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도 경만 선생님은 사랑스런 아내와 딸을 떼어 두고 서울 광화문 빌당 칼바람 앞에 자신의 징계 철회 뿐만 아니라 장애 아동들의 권리를 위해 홀로 섰다.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 2일까지 60여일 동안 교육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하고 그 첫번째 주자로 도경만 선생님이 중앙 청사 앞에 섰다.

징계를 당한 교사의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전교조 특수교육위원회라는 전체 특수교사의 동일한 입장하에 시작한 이번 1인 시위는 법률에 보장되어 있는 통합교육(초·중등교육법 제59조 및 장애인복지법 제18조, 특수교육진흥법 제2조6항)을 집행한 교사에게 교장의 '명령'에 불복종 했다는 이유로 내린 징계 자체가 부당하므로 철회 돼야한다는 것.

또 이 사건이 특히 장애인 교육을 전문으로 하고 통합 교육을 지상과제로 삼는 특수학교에서, 그곳의 최고 관리 책임자인 교장으로부터 자행되었다는 점에서 그 비전문성을 양산하며 단순히 일반 교사의 승진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가산점 제도를 완전 폐지 할 것.

또한 선언적 규정에만 그치고 있는 보다 구체적이고 집행력있는 법률과 예산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장애아동의 통합 교육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통합 교육 캠프 특수교사 징계와 이후 벌어진 일들로 인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된 적이 없었던 특수교사와 특수교육 그리고 통합 교육에 대한 사회 공론화의 계기가 마련될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현장과 현실에서 괴리되어 일부 전문가들과 관료들에 의해 주도되어온 특수교육의 정체성과 전문성에 대해 그 행위 주체인 특수교사로서의 본질적인 행위를 통해서 획득되고 검증될 수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고 이번 시위를 평가하고 있다.

또한 그 본질적인 행위는 그것을 수용하고 소비하는 장애아동의 부모들과 장애인들에 의해 평가되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도 한다.

이번에 이 사건이 그 문제 주체들에서 빗겨난 일부 시민단체들에 의해 주도 된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들이 주도 하고 있음을 눈여겨 보아야 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은 단순히 통합 캠프에 참가한 두 교사의 문제로만 국한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통합 교육이 이야기 된 것은 어림잡아 20여년이 넘지만 이번 사건처럼 통합 교육의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끌어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명령 불복종과 근무지 이탈에 따른 징계라는 70년대 독재 체재에서 만들어진 악법 중에 악법으로 거론되는 공무원법 문제도 걸려 있으며 관리직인 교장과 현실적으로 영역이 다른 교사들간의 민주적인 교권의 문제, 연차 허가에 따른 교사의 기본적인 노동권의 문제까지 잠재되어 있다.

이번 사건과 1인 시위를 통해 이제 우리 사회와 교육계는 분명 장애인 교육의 주체와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그리고 올곧게 똑바른 통합교육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장애 아동과 그 부모 교사들에게 대답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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