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양화진의 묘지기로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 어르신들에게 부르심을 받았다. 양화진에 오면서 제가 정한 원칙은 법 테두리 속에서 공생하자는 것이다.”

이재철 목사(100주년기념교회)가 최근 100주년기념교회와 양화진묘원을 향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와 의혹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100주년기념교회의 수난시대가 끝나지 않고 있다. 100주년기념교회는 지난 2007년 유니온교회와의 갈등 이후 계속해서 유니온교회로부터  고소 및 법적 소송을 받아왔다. 여기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원로목사, 마포구교회협의회, 마포교경협의회, 일부 외국인 선교사 후손이 △양화진묘원 사유화 △주일 주차 문제 △장로·권사 호칭 문제 △교회 이전 등을 주장하면서 또 한 번 수난을 겪고 있다.

참다 못한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가 4월 24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진묘원 안에 있는 선교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진경 목사(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 이사장)·강병훈 목사(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 이사)·한병국 목사(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 이사)·이재철 목사(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 이사 및 100주년기념교회 담임목사)·김경래 장로(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 이사)·정용섭 장로(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 사무총장)가 참석했다.

먼저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는 유니온교회가 '100주년기념교회로부터 쫓겨났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확실히 말했다. 김경래 장로는 그동안 유니온교회로부터 법적인 소송을 5번이나 당했지만 모두 기각 또는 각하됐음을 강조했다. 김 장로는 “유니온교회가 100주년기념협의회를 마포경찰서, 검찰, 고등법원 등에 업무방해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고소를 했지만 교계에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장로는 “유니온교회는 100주년기념교회가 내쫓은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 역시 법원에서 아니라고 판결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100주년기념교회가 ‘양화진묘원을 사유화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재철 목사는 “양화진묘원은 묘지를 팔 수도 없고, 상업성을 띤 교회가 불법적으로 훼손할 수도 없고, 또한 기념비를 돈 받고 세워 줄 수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목사는 “저는 묘원을 법 테두리 안에서 지키고 보존하자는 원칙을 갖고 묘지기로 왔다”며 “그래서인지 그동안 묘원의 법을 어겼던 분들에게 온갖 음해를 받고 있다”며 최근 양화진묘원을 둘러싼 각종 주장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양화진묘원을 둘러싼 갈등이 생기는 이유 1

양화진묘원은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한 고인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다. 묘원의 법적 소유주인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로부터 전권을 위임 받은 100주년기념교회가 관리하기로 규정돼 있다. 양화진묘원의 법적 책임을 갖고 있는 100주년기념교회가 돌을 맞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를 알려면 먼저 양화진 외국인 묘지의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묘지는 '제중원'(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에서 알렌을 도와 의사 생활을 하다 1890년 사망한 미국인 헤론이 묻히면서 조성됐다. 헤론이 사망하자 미국공사관은 조선에 매장지를 내줄 것을 요청한다. 당시 '외아문'(조선국외무부)은 '조영수호통상조약 제4조 제5항'(1883년 11월 조인)에 근거해 1890년 당시 사유지였던 양화진 현 묘역을 매입해 외국인 묘지로 조성했다.

이후 1913년 일제의 토지조사사업 실시 뒤 처음으로 토지대장에 '경성구미인묘지회'란 이름으로 등기를 했다. 그러나 1940년부터 1945년 8·15해방까지는 태평양전쟁으로 인해 모든 외국인과 선교사가 강제로 출국을 당했고, 그 결과 양화진 묘지는 '법적인 명의자가 없는 상태'가 됐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미국민간고문단' 자격으로 들어온 언더우즈 2세가 '경성구미인묘지회' 대표로 다시 등기를 했다. 그리고 아들인 언더우드 3세에게 승계했다. 그러나 1961년 제정된 '외국인토지법'에 따라 대한민국 내 외국인이 소유한 모든 부동산의 소유 등기가 무효화가 됐다. 법적인 주인이 또 없어진 셈이다.

이러한 사연을 지닌 묘원을 한국교회는 그냥 방치 할 수 없어 1980년 20개 교단과 26개 기관 및 단체가 참여해,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초대 이사장 한경직 목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5년 뒤 '경성구미인묘지회'는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에 묘지 소유권을 넘겼다.

100주년기념사업회, 유니온교회 예배 처소 허락 조건은 ‘묘지 관리’

소유권을 넘겨받은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는 양화진을 바꾸기 시작했다. 선교기념관도 세웠다. 그러나 묘지를 관리하기에는 벅찼다. 당시 예배 처소가 없어 여기저기 떠돌던 유니온교회에 선교기념관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물론 묘지 관리까지 맡는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유니온교회는 묘지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재정이 부족해 묘지 관리를 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묘지 관리가 허술하다보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도 묻혔다. 일본 항공기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나서 묘지에 묻힌 사람도 있었고, 선교사인지 아닌지 모르는 사람들도 묻혀 있다.

묘지 관리 위해 이재철 목사 위임

더 이상 묘지를 방치할 수 없었던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는 2003년부터 새로운 묘지 관리자를 물색하다 2005년 7월 이재철 목사를 100주년기념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유니온교회 대신 묘지 관리도 맡는다는 조건이었다. 100주년기념교회는 의욕적으로 묘지 관리에 나서기 시작했다. 또 양화진 묘원 옆에는 홍보관을 지었다. 그동안 많은 교인이 양화진 묘원을 찾았지만, 안내나 홍보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진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였다. 마포구청도 이런 움직임을 적극 지원했다.

 

100주년기념교회 수난시대 시작

100주년기념교회가 들어오자 교인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선교기념관에서 예배 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은 약 200명. 2007년 9월 기준으로 100주년기념교회는 약 2000명의 교인이 출석했다. 협소한 장소 문제가 골칫덩어리가 됐다. 어쩔 수 없이 100주년기념교회 쪽은 2007년 5월 유니온교회에 예배 시간을 오후로 옮겨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8월 첫째 주일부터 예배 시간을 오후 4시 30분 이후로 변경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전까지 유니온교회는 주일 오전 9시 30분에, 100주년기념교회는 오후 1시 이후에 예배를 했다. 교인이 늘어나니 100주년기념교회 쪽은 선교기념관 전체를 사용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니온교회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지난 20여 년 동안 편하게 사용해오던 예배 장소를 내주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양 쪽의 이러한 갈등이 언론 등에 보도가 되자, 마포구청 쪽은 선교기념관(법적 이름 ‘묘지관리사무소')에 대해 법 적용을 엄격하게 했다. 이곳은 종교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예배를 할 수 없다며 2007년 8월 23일부로 선교기념관에서 예배를 하지 말라고 양쪽에 통보했다. 그 후 100주년기념교회는 묘지관리사무소 옆에 있는 교육관과, 2008년 건립한 홍보관에서, 유니온교회는 연세대학교 채플실에서 예배 하고 있다.

양화진묘원을 둘러싼 갈등이 생기는 이유 2

1년 후 100주년기념교회의 교인수가 4000명을 넘어서자 △주일 주차문제 △교회 정관, △양화진묘원의 사유화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유니온교회에 이어 이번에는 지역교회가 일어섰다. 마포교구협의회(회장 김석순 목사)가 지난 3월 19일 마포구청장 앞으로 100주년기념교회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건의문을 보냈다. 이어 4월 11일 마포교구협의회는 마포교경협의회(회장 우영수 목사)와 함께 “100주년기념교회가 양화진 묘원을 불법적으로 사유화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양화진을 떠나 이전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뿐만 아니다. 이재철목사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대표회장 김삼환) 총회장을 지닌 원로 목사들이 4월 15일, 모임을 갖고 양화진을 원상복귀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통합 교단지인 <기독공보>는 지난 2월 24일 100주년기념교회의 주차문제와, 장로·권사 호칭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늘어나는 교인과 장로·호칭제도는 눈엣가시?

 

이재철 목사는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명확하게 답했다. 이 목사는 먼저 100주년기념교회는 20개 교단이 연합한 교회로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교회임을 강조했다. “우리교회는 만들 때부터 초교파를 지향하는 독립교회로 어르신들께서 지정했다. 우리교회가 독립교회니까 어떤 교단도 소속된 교회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보자해서 만든 게 장로·권사 호칭제도다”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갖고 있는 계급화 되고 서열화 된 장로호칭제는 누군가가 터야할 물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일각에서는 우리교회가 호칭제로 교인 수평이동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우리 교회는 성인출석 4000명 중 초신자와 20대~40대가 80%다”며 수평이동에 대한 잘못된 주장을 바로잡았다. 

이 목사는 마포구협의회가 주장하는 교회를 떠나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현재 100주년기념교회가 예배하고 있는 홍보관은 마포구청 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구청 땅에 건물을 지어 기증했다. 이 건물은 19년 정도 사용하기로 했다”며 “양화진 안에 건물을 지었다면서 떠나라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다”고 반박했다.

또한 주일 주차문제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지하공영주차장을 100주년기념교회가 독점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 주차장은 절두산 성당에서도 쓰고, 이웃교회에서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재철 목사는 “묘역을 통해서 제가 한 일은 사유화 했던 것을 막은 것 밖에 없다”며 “그동안은 사실이 아닌 주장에 대해 협의회와 100주년기념교회가 인내하면서 참아왔다”며 그간 속내를 드러냈다.

이 목사는 “고의적으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퍼트리도록 조종하는 배후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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