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보도와 기독교 단체들의 움직임을 보면 세습 문제가 어느정도 정리가 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문제가 처음으로 불거졌을 때만 하더라도 "세습은 교회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회는 목사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다"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부정적으로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흐름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것이 논의를 거쳐가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세습이 허용될 수 있다고 하는 가능성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특히 세습이 용납될 수 있는 경우는 "아버지 목사의 영향력이 전혀 배제된 상태에서의 합법적인 절차와 과정을 통한 결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분히 모호하고 객관적인 검증이 어려운 면이 있다.

기자는 이런 흐름을 경계하고자 한다. 사실상 아버지 목사의 영향력이 전혀 배제된 상태를 기대하기란 힘든 측면이 많이 있다. 아버지 목사가 굳이 전화를 하거나 구체적이고 노골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있는 그것만으로도 무시하지 못할 영향력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절차와 과정이라는 것도 이런 영향력을 바탕으로 할 때 공정하게 지켜줄 지가 의문이 된다. 왜냐하면 다른 교단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내가 속한 교단의 경우 담임목사의 청빙 결정권은 공동의회가 가지고 있지만 후보를 선정해서 공동의회에 상정시키는 경우는 대개 당회가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게 통례로 되어 있다.

이럴 경우 당회는 자기 입맛에 맞는 후보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전체교인들과 언제든지 갈등을 빚을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 목사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음도 물론이다.

그런데 교인들과 당회의 의견이 맞지 않아 이런 절차를 몇 번 반복하게 되면 대개의 경우가 교회가 시험에 들고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이 있으며 심하면 교회가 분리되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

문제의 핵심은 그동안 우리 교회들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교회와 민주주의에 관해서는 다른 기회에 언급하려고 한다. 다만 지금 현재에도 소위 공동의회라는 민주적인 방식의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전혀 민주적으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연말에 한번씩 있는 예결산을 위한 공동의회만 하더라도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형식으로 치루어졌던 게 대부분의 교회의 현실이 아닌가 여겨진다.

특히 아예 공동의회에 참여도 하지 않고 관심조차 없는 교회들도 많이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이런 현 상태에서는 합법적인 절차와 과정이라고 하는 것이 허울 좋은 제도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제 세습 문제를 단순히 세습 하나에만 국한시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교회운영과 목회 철학과 방식과 가치관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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