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반 쯤 감기는 눈을 억지로 치켜뜨면서 커피 한 잔을 샀다. 아침식사를 대신할 초코바를 손에 쥐고 신문을 읽었다. 현대인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운동하기로 결심한 나, 지난 번 은근슬쩍 조기축구회에서 빠졌던 일을 생각하니 미안해져 축구공을 하나 사들고 얼굴을 비추기로 마음먹는다.

스스로 대견해하며 신문을 넘기다가 제3세계 어린이들이 노동하는 사진과 함께 실린 '3100원짜리 커피 한 잔, 원두 값은 90원'이라는 기사를 보고 충격에 휩싸인다. 뙤약볕에서 아이들이 일하고 있는 것도 충격이지만 그 아이들에게 커피 값 3%도 안돌아간다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커피 맛이 떨어졌다. 회사에 도착해 이 충격을 말하자 한 동료는 이제야 알았냐는 듯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겼다. 그 친구는 커피와 초콜릿, 축구공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린아이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적은 돈을 받으면서 혹사 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아버린 이상, 이제 마음 편하게 커피를 마실 수가 없다. 커피와 초콜릿은 이제 입에 대지 말고, 축구공도 차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중차대한 결정을 하려니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축구를 하고 초콜릿과 커피를 즐겨도 괜찮다.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한다면 말이다.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공정성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공정무역, 생산지에 제대로 된 대가를 지불한다는 의미에서 ‘착한 무역’이라 불리는 이런 거래는 아직은 낯설다. 이 시장에 조금 색다른 이름을 붙이는 사람이 나타났다. ‘얼굴있는 거래’라고 이름붙인 이들은 1년 전 공정무역을 시작하면서 어느 학자의 견해를 따, '책임 있는 거래'라는 뜻으로 이런 이름을 붙였다. 대학로의 한 커피숍에서 '얼굴있는 거래' 구명기 대표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문득 내가 지금 마시는 커피가 '공정무역 커피인지' 궁금해졌다. 

▲ 구명기 대표는 "소비자가 다 만족하는 거래를 하는 것이 공정무역"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김세진

♦공정무역이 무엇인가

생산자들이 착취를 당하거나 제대로 된 임금을 못 받고 일하는 구조를 왜곡된 구조로 보고, 생산자들의 제품을 정당한 가격을 주고 소비하는 무역이다. 공정무역은 도움이 아니고 거래다. 좋은 제품을 정당한 가격을 주고 사자는 것이다.

무역을 공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어느 한 곳이 너무 자유롭게 하는 무역이 아니라 공정하게 배려하면서 하는 공평한 무역, 나누는 무역을 하자는 거다. 공정무역 말고는 다 불공정 무역인지 묻는 분들도 있다. 공정무역, 불공정 무역을 떠나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다 만족하는 거래를 하는 것이 공정무역이다. 그런 의미에서 희망무역이나 대안무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재 무역 시장은 어떻게 왜곡되어 있나

커피와 초콜릿의 경우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대기업과 유통상이 전체 소비자 가격에서 70~80%의 이윤을 가져간다. 중간에 가격이 왜곡된 모습이다. 커피나 초콜릿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전체 가격구조의 2%를 받을 뿐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종일 일하는데 빚에 허덕이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도 없다.

♦공정무역을 시작한 지 1년이다. 사업이 잘 되나

우리나라는 아직 공정 무역 시장이 정착하지 않았다. 5년 전에 공정무역을 처음 도입했고 현재 전체 경제 규모에서 0.5%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아직은 공정무역 제품을 쓰는 게 일상 소비 제품을 쓰는 것처럼 자연스럽지는 않다. 공정무역 제품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한번 써 보자’는 인식이 있다. 유럽은 50년 전 공정무역을 시작했기에 공정무역 제품이 특별하게 취급되지는 않는다. 대형마트에 가보면 공정무역 제품,  일반 제품 구분 없이 구입할 수 있다. 한국은 아직 공정무역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공정무역 제품을 사려면 마음먹고 파는 곳을 찾아 가야 해서 번거롭다. 사람들이 대부분 공정무역의 개념을 잘 모를 뿐더러 공정무역 제품이 비싸다고 생각한다.

♦공정무역 제품은 비싸지 않나

품질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 않다. 커피나 축구공 가격은 시장가격과 비슷하거나 싸다. 더구나 공정무역은 유기농 먹을거리를 거래한다. 화학비료대신 가축분뇨나 나뭇잎을 비료로 사용하고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축구공도 조각조각을 손수 꿰매서 만드는 것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초콜릿 역시 맛이나 재료에 비해 비싼 가격은 아니다. 그렇지만 초콜릿은 자체 시장 가격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개인 기준에 따라 체감 가격이 다를 것 같다. 초콜릿은 슈퍼, 제과점, 인터넷에서 파는 것이 다르고 포장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공정무역 제품은 믿을만한가

당연하다. 일단 구매자들이 커피나 초콜릿의 맛과 향에 만족하고 축구공도 내구성이 있다.시알콧 축구공은 한멜코리아와 유럽에도 납품할 정도다.

▲ 공정무역인증마크
제품 중에는 공정무역 인증마크가 있는 것이 있는데 이는 국제공정무역인증기구(FLO)가 생 과정의 공정성을 확인했다는 뜻이다. FLO가 유기농으로 재배하는지,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지를 관리하고 감시한다. FLO는 생산지에서 아동에게 노동을 시키는지 임금을 착취하는지 감시한다. 즉 만드는 과정에 대해 살피는 것이다. 공정무역 인증마크가 있는 축구공은 가격에 15%의 공정무역 부담금을 포함했다. 공정무역 부담금은 생산공동체의 환경을 개선하고 사회복지 시설을 확충하는 등에 쓰인다. 생산자가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을 돕고자 한다.

♦소비자로서 공정무역 제품을 쓰면 무엇을 얻나

공정무역 제품은 유기농, 친환경제품이다. 나아가 제품을 사용하는 한국 경제 구조를 바꿀 수도 있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소하는 부분이 있을 거다. 꼭 공정무역이 아니어도 사회적 기업도 의미 있다. 그것도 공정무역과 떨어져서 생각할 순 없다. 공정무역이 하나님 나라의 공의를 실현하는 한 방편일수도 있다. 환경·노동·경제 현장에서 왜곡된 부분들을 고민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공정한 생산·유통·소비로 편중된 부를 나눌 수도 있다.

♦공정무역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개인적으로 무역을 하고 있다. 기독청년아카데미(기청아)에서하는 공동체지도력훈련(공지훈) 과정을 하면서 공정무역하는 단체를 도운 적이 있다. 공지훈에서 같이 공부하던 사람 중에 회계 일을 하던 사람과 공정무역에 뜻이 있던 사람과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공정무역 단체가 8개다. 교회적으로 연합을 해서 활동하는 공정무역단체는 없었다. 기청아와 성서한국 등에서 얼굴있는 거래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교회에서 공정무역에 관심이 있나

아직은 개념이 널리 정착되지는 않았다. 교회에서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간식을 줄 때, 고민을 한다고 들었다. 유기농, 친환경적이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찾고 있다고 한다. 교회에서 공정무역 제품이나 사회적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구매한다면 안심하는 먹을거리를 제공하면서 사회에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다.

♦'얼굴있는 거래'의 앞으로의 계획은

2008년 4월 사업을 시작했다. 일 년도 안 된 짧은 기간에 흑자를 바라는 건 욕심이다. 대충 적자를 면하는 선을 사업 시작 후 2년으로 보고 시작했다. 투자를 받고 여러 계획을 했지만 일이 계획대로만 풀리지는 않는다. 조만간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라가길 바란다. 지금도 뜻있는 분들의 투자를 기다린다.

우선은 교회를 중심으로 공정무역 활동을 펼치고 교회 밖에서도 공정무역을 알릴 계획이다. 아직은 적자지만 후에 공정무역 생산자 단체를 구성하는 일을 돕고 소득의 일부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목표다. 소득의 공유는 얼마의 수익 이후에 시작할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시점이 되면 최대한 빨리 할 거다. 어려운 이웃과 소외된 이웃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 단체들이 대상이다. 

♦구매는 생활의 일부다. 구매할 때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무언가를 살 때 생산자와 자기 자신을 생각하라. 엄마가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먹을거리를 고르는 것처럼 골라라. 자신을 생각해서 몸에 좋은 것을 먹고, 어떤 사람이 생산했는지, 만들면서 환경파괴가 있었을지,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폐수 등은 어떻게 처리했을까를 생각하면서 구매하라.

▲ 비전 축구공. (자료제공 얼굴있는 거래)
축구공의 동그란 구를 만들기 위해 32개의 가죽 조각이 필요하다. 축구공은 32개의 가죽을 한뜸 한뜸 손수 기워 만든다. 그 두꺼운 가죽을 어린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깁기도 한다. 손에 상처가 나고 시력도 나빠질 수 있다고 한다. 산재보험 따위는 생각할 수 없다. 어린이가 학교를 가지 않고 일을 하고 정당한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축구공 전 세계 생산량 중 75%이상을 생산하는 파키스탄 씨알코트에 이런 문제가 심각하다. 이 지역에 네 군데 공장에서 공정무역으로 축구공을 만든다. 이 공장은 어린이들에게 노동을 시키지 않고, 근로자들도 연장근무하지 않고 노동시간을 지키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얼굴있는 거래'가 거래하는 비전테크(VISION TECH)라는 공장은 그 중 한 곳이다.



커피

▲ 우시리 커피 (자료제공 얼굴있는 거래)
최초로 커피를 공정무역한 곳은 우시리(UCIRI․Union of indigenous Communities in the Isthmus Region)라는 조합이다. 멕시코 오악사카 지방에서 1980년대 이전에는 코요테라는 중간 상인이 생산자에게 커피를 수거해서 항구에 팔았다. 그리고 이윤 80%를 차지했다. 

생산자들은 불합리한 구조를 해결하고,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이윤이 돌아가는 거래를 하고자, 생산자들이 직접 판매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구조는 세계각지의 커피 생산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얼굴있는 거래'는 이곳 이외에 콜롬비아 공정무역 생산자 단체에게 공정무역 커피를 수입하는 것, 공정무역 커피 믹스 판매 등을 계획하고 있다.





초콜릿

▲ (자료제공 얼굴있는거래)
우리나라에서 파는 공정무역 초콜릿은 정확히 말하면 공정무역 카카오로 만든 초콜릿이다. 공정무역 카카오를 구매하는 한국 업체는 없다. 초콜릿을 집에서 다양하게 제조하거나 하지는 않을뿐더러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카카오 수출을 국가가 통제하고 있다.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팔린 초콜릿은 공정무역 카카오를 구입한 유럽의 공정무역 단체나 초콜릿 제조회사들이 만든 초콜릿이다. '얼굴있는 거래'가 수입 판매한 초콜릿은 미국의 GLOBAL EXCHANGE 사가 유통한다. 공정무역 카카오는 카카오를 생산할 때의 아동 착취 등을 감시하고 유기농으로 카카오를 제배하도록 한다.

이밖에도 동남아시아 공정무역 단체에서 생산한 비누, 의류, 장신구등이 있다.

문의:  010-5656-8335, http://www.efairtrad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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