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호 목사는 4개 교회 분립은‘보이지 않는 성전건축’사업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 교회와신앙)
김동호 목사(높은뜻숭의교회)는 ‘천하태평(天下泰平)’이다. 교회가 4개로 분립되는 그 현장 한 가운데 앉아 있으면서도 그는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덤덤하다 못해 마치 남의 집 일 쳐다보는 듯하다. 보기에 따라서는 쫓겨나는 입장인데도 오히려 당당하다. 그는 “잘 된 일이다”며 훈수까지 둔다. 어찌된 일일까?

김동호 목사를 지난 10월 29일 오후 3시 높은뜻숭의교회 목양실에서 만났다. 출석 교인 약 5000명의 높은뜻숭의교회를 내년(2009년) 1월부로 4개의 독립교회로 분립시키겠다고 공언한 그를 만나 그 속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 위해서다. 높은뜻숭의교회는 지난 해 연말 그동안 예배 장소로 사용하던 숭의여대 대강당을 학교 측으로부터 금년(2008년) 말까지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김동호 목사와 당회는 교회를 다른 장소로 이전하지 않고 분립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본 교회라는 개념을 두지 않고 각각 독립교회를 분립시키겠다는 것이다. 김동호 목사는 어느 곳의 담임도 맡지 않을 예정이다.

“오래 전부터 ‘보이지 않는 성전건축’을 추진해왔어요. 그것을 위해 헌금도 약 200억 원이나 마련해 두었지요. 이번 교회 분립 결정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 성전건축’ 사업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제 고집에서부터 나왔다고 해도 맞아요. 바로 그게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어요.”

김 목사는 이번 ‘4개 교회 분립’ 사건의 원인을 ‘보이지 않는 성전건축’ 사업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 사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분립’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는 것이다. 예배 장소의 이전이나 또는 직접 건축을 하는 경우를 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을 텐데 구태여 ‘분립’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그는 말을 이었다.

“이참에 건축하자는 말이 제일 많았어요. ‘보이지 않는 성전 건축’ 사업을 한 2~3년만 뒤로 늦춘다면 우리도 남들처럼 멋있는 예배당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럴 능력도 있지요. ‘보이지 않는 성전 건축’ 사업을 2~3년 뒤에 다시 시작하면 되기도 하거든요.”

김 목사는 그 사업을 중단하는 게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사업을 하려는데 ‘보이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게 이율배반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성전 건축’ 사업은 ‘열매 나눔 재단’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탈북자를 위한 생계 지원 및 사회 적응 사업이 대표적이다. 그 재단에서 약 70억 원의 자금이 소요된다. 또한 ‘빈민은행’ 사업도 활발하다. 빈민들에게 저리의 자금을 빌려주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사람을 돕고 세워주는 것이 바로 성전건축, 즉 ‘보이지 않는 성전건축’이라는 것이 김 목사의 변하지 않는 철학이다. 그 사업을 고집한 것이다.

다른 학교 강당으로의 이전도 고려해 보았다. 3~4곳에서의 ‘러브콜’도 있었다. 그러나 김 목사는 그에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교회’를 원한 것이 아니었다는 게 김 목사의 판단이었다. 단순한 임대 사업에 교회가 움직여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교회’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작은 이유이기도 했다.

“처음에 당회원들이 매우 당황했지요. 당연하지요. 목사가 교회를 분립하겠다는데 누구 안 그러겠어요. 그렇지만 혼란은 없었어요. 잘 아시겠지만, 저희 교회 사람들의 성향은 어느 정도 저와 비슷하잖아요. 다들 동의해 주었어요. 개인적으로 섭섭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공적으로 근사한 말이고, 멋있는 결정이라고는 하지만 왜 아쉬움이 없겠어요.”

김 목사는 지난 9월 7일 설교를 준비하면서 ‘그래 이거다’라며 교회 분립을 최종 결정했다. 그것이 교회를 위하는 일이며 또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마음이 평안했다. 벅차기도 했다. 그 후론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앞만 보고 달려가기로 했다.

‘그게 그거 아니냐’, ‘형태만 변형될 뿐 동일한 대형교회 모습 그대로 일 뿐이다’, ‘그래 너 잘났다’는 등의 곱지 않은 외부 반응도 적지 않았다. 김 목사는 이번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 동안 파격적인(?) 그의 목회에 대해 줄곧 들어온 목소리들이었기 때문이다. 교회 재정을 인터넷에 공개한다고 했을 때도 그랬다. 또한 <생사를 건 교회개혁>, <깨끗한 부자> 등의 서적이 출판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반성을 많이 하기도 했어요. 지난 주 광고시간에도 성도들에게 사과하기도 했어요. 교회 분립을 언급하면서 ‘역사적’, ‘교회사적’ 등을 운운하며 표현했던 것들에 대해서는 지나친 것이지요. 그것이 지금 우리의 ‘함정’일 수 있어요. 이번 결정이 잘난 척할 만큼 근사한 일이기는 하지만 올무에 걸리지는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 목사가 생각하는 분립은 ‘독립과 연합’이다. 분립된 교회는 재정적, 정치적으로 완전 독립을 목표로 한다. 또한 뜻 있는 사업을 위해서는 하나의 교회로 연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목사는 약 1년 간 4개 교회를 순회하며 설교를 하기로 했다. ‘보이지 않는 장악의 손길’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그는 거부한다. 독립을 위해 돕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1년이 안 될 수도 있지요. 예를 들어 6개월 만에 각 교회가 안정화 되면 저는 손을 뗄 것입니다. 적어도 1년 안에는 모두 독립시키고 저는 물러나려고 합니다.”

한 가지 걱정 때문이다. 사실 높은뜻숭의교회 급성장의 큰 원인은 바로 ‘김동호 목사’의 유명세 때문이다. 한 마디로 김 목사를 보고 사람들이 교회를 찾아온 게 대부분이다. 이는 곧 김 목사가 없는 교회는 곧바로 ‘모레 위의 누각’이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를 위해 든든히 해주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느 교회도 정하지 않고 김 목사 설교하는 교회만 따라다니겠다’는 성도들의 반응도 들려온다. 이에 김 목사는 ‘지옥 갈 행동’이라며 거친 소리를 냈다. “하나님의 사람이 되어야지, 김동호의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신도 망하고 교회도 망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도 많다. 4개로 분립된 가칭 ‘높은뜻교회’에서 김 목사의 직책이 무엇이 될 것인가 하는 것 등이다. 아직 누구도 해보지 않은 ‘실험’에 도전했을 때 나타나는 문제들이다.
“높은뜻숭의교회에서 지금까지 7년을 사역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7년이 남았습니다. 은퇴하기까지 말이죠. 교회 분립은 저의 목회 계획 중에 하나였습니다. 은퇴 전 2~3년을 준비하며 시도하려고 했던 것이죠. 그것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빨리 왔을 뿐입니다.”

큰 결정을 할 때마다 김 목사는 ‘어른’을 생각하곤 한다. 고인이 된 임택진 목사(전 청량리중앙교회 담임목사)가 바로 그분이다. 김 목사는 그 분을 통해 ‘어른 모습’을 보았다. 이제 그가 그 일을 할 때다. 분립된 4개 교회 목회자를 돕는 일이 바로 그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어른을 본받는 모습 말이다.

“분립되는 것만이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한국교회를 건강하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교인들에게도 한 마디를 던진다면, 평생 한두 번 해볼까 말까하는 좋은 기회입니다. 겁내지 말고 재미있게 함께 달려가 보자는 것입니다. 멋지게 달려가 봅시다.”

김 목사는 예배당 문제로 고민한 게 딱 30분이 전부다. 그는 기대에 가득 차 있다.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마치 소풍을 앞둔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정년 은퇴를 7년 남겨 둔 김 목사의 입에서 ‘정말 흥분된다’는 표현이 거북하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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