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6일 서울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예배실에서 <그들의 자살, 그리고 우리>출판 기념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자살에 대한 설교 지침’을 소개했다.ⓒ뉴스앤조이 정효임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논쟁이 기독교에서 일고 있는 가운데 교계에서 처음으로 '자살에 관한 설교 지침'이 나왔다.

책 <그들의 자살, 그리고 우리> 저자 조성돈(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목회사회학연구소)는 지난 11월 6일 서울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예배실에서 출판 기념 세미나를 열고 ‘자살에 관한 설교 지침’을 소개했다.

‘자살에 관한 설교 지침’은 기독교윤리실천운동·목회사회학연구소·수원시자살예방센터·연세대학교의료원 원목실·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국기독교사회복지협의회·한국실천신학회 등 7개 기관이 함께 준비했다. 이날 이들 단체는 이 지침에 서약하고 많은 교회와 목회자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뜻을 모았다.

▲ 이날 7개 단체와 목회자들은'자살과 관한 설교 지침'에 서약하고 많은 교회와 목회자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뜻을 모았다. ⓒ뉴스앤조이 정효임
'자살에 관한 설교 지침'은 목회자가 자살에 대해 교인에게 설교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은 △자살을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 기 △유가족에 대한 배려 △자살의 방법, 경위는 묘사하지 않기 △유명인의 자살을 미화 또는 영웅시하지 않기 △자살을 고통 해결의 방법으로 설명하지 않기 △자살을 흥미 중심으로 사용하지 않기 등이다.

지침에 따르면 '자살은 사회적·심리적·환경적·개인적 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교회가 "신앙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살한다"는 식으로 단정적으로 말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지침에는 설교 중에 유명인의 자살을 언급하거나, 설교에 관심을 끌기위해 자살을 자극적으로 전달하는 경우를 경계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더불어 자살 방지를 위해 언급해야 할 내용으로 △생명의 소중함 강조 △자살의 사회적 심각성 강조 △자살 징후 소개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방법 소개 △우울증을 영적문제가 아닌 정신 보건의 문제로 소개하기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자살에 대한 교회의 대책과, 자살에 노출 되기 쉬운 우울증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김일수 교수(고려대 법학과, 기윤실 공동대표), 조재국 교수(연세의료원 원목실장), 이영문 소장(수원시 자살예방센터, 아주대 교수), 이상화 목사(한목협 사무총장, CTK 편집인), 남윤영 박사(국립서울병원),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 정병길 목사(송파교회, 한목협 공동총무) 등이 참석했다.

▲ 김충렬 박사
김충렬 박사는 ‘기독교인 자살의 목회적 이해’라는 주제로 발제 했다. 김 박사는 “형식적인 신앙은 생활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며 “신앙의 무기력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상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체험적인 신앙생활의 결여를 지적했다.

김 박사는 “사람들은 기독교의 진리를 알기보다 직접 체험하고 싶어 하며, 예배에서도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길 원한다”며 체험적 신앙생활을 강조했다.

또 교회가 개인의 영혼을 체계적으로 돌보는 일에 적극 나설 것을 주장했다. 김 박사는 “교회는 교인 수 증가와 교회 크기에 집착하지 말고 한 영혼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보살피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남윤영 박사
‘우울증과 기독교인의 자살’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한 남윤영 박사는 자살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질환인 우울증에 대해 설명했다.

남 박사는 “우울증은 성인의 정신 질환 중 가장 흔하고 일반적인 질환이다”며 “자살 희생자 90%가 정신과적 진단을 받았고 이중 우울증을 앓고 있던 희생자가 59% ~87%다”고 설명했다.

남 박사는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흔히 생길 수 있는 질환임을 강조하고, 우울증 증세가 있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치료를 권했다.

그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살 위기는 한번쯤 겪을 수 있다”며 “우울증처럼 과학적으로 규명된 자살 노출 위험 요인을 미리 알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살에 관한 설교 지침

 

1. 자살에 대해서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자살이 이루어지는 것은 사회적, 심리적, 환경적, 개인적 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그것을 신앙 하나로 단정하여 말하는 것은 자살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믿음이 없어서 자살했다거나 교회가 잘 못해서 그렇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자살에 대해 잘못된 오해를 가져올 수도 있고 자살의 위험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도 더 심한 우울증을 만들 수도 있다.

2. 유가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최근 자살로 사망하는 자들이 크게 늘었다. 이는 그만큼 많은 유가족들이 남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교 중에 이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특히 자살한 사람들을 지칭하면서 “가족이 어떻게 했길래 죽기까지 하냐”는 언급은 남은 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언어사용이다. 안 그래도 가족의 죽음으로 죄책감을 가지게 될 것인데 그들을 배려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우울증 환자와 자살 예비자를 양산하게 될 것이다. 특히 교회 내에서 자살자를 언급하는 것은 피해야 하고 그 유가족이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3. 자살의 방법이나 장소, 자살의 경위는 상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특히 자살의 방법을 언급하는 것은 모방 자살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하며, 같은 의미에서 자살의 장소나 경위 등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하는 것은 피해야한다.

4. 유명인의 자살을 미화하거나 영웅시하지 않는다.
유명인의 자살을 언급하면서 그들의 자살을 정당화해서도 안 되고, 더군다나 미화하거나 영웅적 결단으로 성명해서도 안 된다. 그들의 죽음도 동일하게 오늘 하루 자살로 죽을 수 있는 평균 33인의 한 명이며, 작년 자살로 죽은 1만2174명 중에 한 명일 뿐이다.

5. 자살을 고통해결의 방법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자살에 대한 동정심으로 자살을 어떤 한 문제의 결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언급은 자살에 대한 현실성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자살은 남겨진 문제들의 시작일 뿐이다.

6. 흥미중심이나 흥미로운 예화로 사용하지 않는다.
혹 설교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고자, 또는 사태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자살의 문제를 자극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들을 경계해야 한다.

자살방지를 위해 언급해야 할 것들

1.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성경에서 보여주고 있는 생명의 강조점들을 언급하고 그것을 자살의 문제와 연결 지어 설명한다.
특히 생명이 그 주인이신 하나님께 있음을 확실히 한다. 나의 생명이라도 그 행위는 이미 생명을 죽이는 살인 행위임을 명확히 한다. 더구나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을 생각할 때 자살은 신에 대한 반역이다. 또한 생명을 쉽게 대하는 언어적 태도도 피한다.

2. 자살의 사회적 심각성을 강조한다.
현재 한국사회의 자살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경각심을 가지도록 한다.

3. 어려움이 있을 때 상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소개한다.
교회와 동역하고 있는 상담소나 상담전화 등을 소개하고 주보에 기재하여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도록 한다.

4. 자살의 현실을 설명한다.
자살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유족들의 아픔이 있고 해결되어지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음을 알린다. 특히 자살은 이기적인 선택임을 표현한다.

5. 자살 징후들을 소개한다.
자살의 징후들을 소개하여 주변에 자살의 위험에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돕도록 한다.

6.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자살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교육한다.

7. 우울증을 영적문제가 아닌 정신 보건의 문제로 소개하고 치료를 권한다.
우울증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이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하고 치료할 수 있는 지를 소개한다. 특히 우울증을 영적문제로 보지 않도록 하고 치료해야 할 질병임을 확실히 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목회사회학연구소·수원시자살예방센터·연세대학교의료원 원목실·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국기독교사회복지협의회·한국실천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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