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게츠(Gene Getz·70)와 함께 하는 21세기 교회지도력세미나가 80여 명의 목회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11월 5일부터 7일까지 안성 사랑의교회 수양관에서 열렸다. 세 가지 렌즈, 건강한 교회의 척도, 성숙한 리더를 세우는 전략, 리더십을 위한 하나님의 계획…, 모두 목회자들에게는 솔깃한 주제들이었다. 그러나 강의를 들으면서 일부 목회자들은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도무지 초점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그들에게 성경의 렌즈니, 역사의 렌즈니, 문화의 렌즈니 하는 강의는 도무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새삼스럽지도 않다. 더욱 가관인 것은 건강한 교회의 척도에 대한 강의다. 그들은 아마 예배는 어떻고, 전도와 교육은 어떻게 하며, 설교는 또 어떤 방법으로 해야 건강한 교회라는 식의 강의를 기대했을 듯싶다.

그러나 진 게츠의 강의는 이런 예상은 완전히 뒤엎는다. 건강한 교회의 척도를 '믿음 소망 사랑'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그들은 이 기초적인 이야기를 들으러 온 게 아니라는 항의를 주최측에 할 법하다.

이튿날부터 벌써 그들은 강의시간마다 강사들에게 요구했다. "우리는 원리에 대해서 너무 잘 안다. 그리고 원리를 배우러 여기 온 것이 아니다. 실제적인 방법을 알려달라. 당신의 교회에선 어떻게 하는지 그 프로그램을 가르쳐 달라." 여기저기서 그 말에 동조하는 듯했다. 한국교회에서 목회세미나란 일종의 성장 노하우에 대한 패키지를 전달하는 자리였음을 생각해 보면 이런 요구가 결코 돌발적이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세미나의 타깃을 완전히 잘못 잡은 것이다.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국제제자훈련원 김명호 목사는 왜 진 게츠여야 하는 까닭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목회현장에서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꿩 잡는 게 매란 식으로 성장만 하면 건강한 교회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성경으로부터 가져온 교회론이라기보다 교회를 설명하기 위한 성경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제 좀 진지하게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 게츠는 이런 한국교회에 많은 가르침을 줄 수 있는 분이다. 그는 성경의 원리를 추호의 타협도 없이 교회에 적용해 온 분이기 때문이다."

진 게츠의 강의는 물론 그의 설교나 저작들 속에서 우리는 매우 진부한 제목들과 만난다. 그는 지난 11월 4일 사랑의교회에서도 '서로 사랑하라'는 주제로 주일예배 설교를 했다. 이 제목은 그가 어디에 있든 무슨 글을 쓰건 언제나 전제로 삼는 내용이다. 교회의 영적 활기를 측정하는 데 있어서도 성숙의 가장 큰 표시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을 행하고 당신의 교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라"고.

그래서 진 게츠는 건강한 교회의 척도로서 믿음 소망 사랑의 크기를 측정하려고 한다. 우리는 '교회의 척도'라는 강의의 결론 부분을 통해 진정한 교회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펠로우십교회 진 케츠 목사
ⓒ뉴스앤조이 김승범
"본질적으로 믿음 소망 사랑을 표현하고 나타내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충만한 데까지 얼마나 이르렀는가를 나타내 주는 삶의 방식이다. 이것이야말로 그들이 육체를 따라 행하지 않고 성령을 따라 행하는 정도를 보여준다. 확실히 하나님의 뜻은 공동체에 속한 각각의 신자가 이러한 자질들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공동체로서 믿음, 소망, 사랑을 나타내는 것도 가능하다.

비록 교회에는 미숙한 신자들과 육신적인 그리스도인들, 심지어 구원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음에 불고하고 말이다. 사실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어떤 교회든지 이 세 부류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동시에 교회가 전체적으로 믿음 소망 사랑 안에서 자라나고 있다면 그 교회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 삶의 방식을 반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실 교회는 제자들이 양육되기 위한 하나님의 이상적인 환경이다. 각 지체가 교회의 성장에 참여함으로써 사랑 안에서 스스로 세워지며 제대로 기능하는 공동체 안에서 제자들이 양육된다. …교회의 의미는 우리가 그리스도인들로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함게 성장하여 믿음 소망 사랑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교회의 참된 척도이다."


그러면 진 게츠가 시무하는 교회는 어떤가? 진 게츠는 이와 비슷한 질문을 30년전 그가 교수로 있던 달라스신학교의 한 선교학 교수에게서 받는다. 그러니까 <현대교회 성장학>(생명의말씀사)이란 책을 내자 그에게 '그 책이 성경적이라면 교회를 통해 입증해 보라'는 강한 도전을 받고서 20년 동안의 신학교 교수직을 떠나 1972년 달라스에서 최초로 펠로우십 바이블 처치(Fellowship Bible Church)를 개척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교회는 30년이 지난 오늘날 달라스 지역에서만 그가 직접 간접적으로 개척을 도운 펠로우십교회들이 40여개에 이르며 이 교회들에 속한 전체 교인들의 숫자는 거의 3만명에 이른다. 그리고 미국 전역에 걸쳐 달라스 지역에서 시작한 펠로우십교회 운동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펠로우십 교회들이 300개 이상 있다.

▲후임으로 내정된 제프 존스 목사
ⓒ뉴스앤조이 김승범
진 게츠의 방한 세미나는 특히 작년에 그의 후임으로 내정된 제프 존스 목사(35)와 함께 함으로써 리더십 이양의 본보기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도 작용했다. 제프 존스 목사는 23세때 이 교회에서 인턴십과정을 거쳐 나중에는 보수를 받는 전임사역자로 성장했다. 진 게츠는 이 교회를 이양하기 위해 후임자를 내정한 후 7년간의 멘토링 과정을 밟기로 했으며, 앞으로 5년 더 이런 과정을 거친 뒤 완전하게 리더십을 이양할 방침이라고 한다.
제프 존스 목사에게 진 게츠의 리더십 이양에 대해 질문했다. 어떤 방식으로 멘토링을 하는지, 또 당회원들의 반응은 어떤지, 제도적인 조치는 없는지 등.

"진 게츠 목사님은 나에게 많은 자율권을 주신다. 그러니까 매우 의도적이면서도 관계중심으로 대하신다. 그러니까 무슨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도 일단 내게 모든 것을 맡겨놓고 나의 행동을 지켜보는 식이다. 내년 교회의 전략을 세우는 데도 대부분 나에게 기회와 자율권을 주었다. 결코 통제란 없으며, 꼭 피드백을 해준다. 그러니까 그는 내게 보스이자 동시에 친구처럼 대하시는 것이다.

물론 나는 진 게츠와 다르다. 그리고 이 차이를 당회원들도 인식하고 있다. 그들은 세상에 진 게츠는 한 사람뿐이며 제프 존슨도 한 사람이란 사실을 자주 언급한다. 그러니까 그들 역시 나를 통해서는 진 게츠의 사역이 아니라 제프 존스의 사역을 원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진 게츠 목사님과 함께 목회를 했기 때문에 목회철학이나 핵심사상은 결코 다르지 않으며 나도 따를 것이다. 그러나 진 게츠 목사님이 인격자라면 나는 전략가에 가깝다. 이런 차이가 서로를 보완하는 계기가 됐음을 잘 안다. 그래서 내가 담임목사가 되더라도 진 게츠 목사님과 같은 인격자형 동역자를 내 옆에 둘 것이다.

제도적인 부분에 대해서 보면 우리 교회는 현재 8명의 장로가 있다. 이 중 2명은 내가 당회에 들어오면서 내가 추천해서 올린 사람들이다. 내년 4월에 또 2명을 올리게 되며, 마지막에 가서는 모두 내가 추천한 당회원들로 당회를 구성하게 된다. 완전히 제프 존슨의 팀이 되는 것이고 이들이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 내가 생각기에 후임자로서 갖춰야 할 두 가지 태도는 우선 전임자에 대한 존경이고 둘째는 선임자와 같지 않다는 사실을 자신뿐 아니라 교회에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진 게츠는 그가 지닌 무게에 비해 비교적 차분한 방한 세미나를 끝내고 돌아갔다. 그의 강의 내용 역시 획기적인 무엇을 내놓은 것도 아니다. 그의 저서들까지 차분하게 독자들의 손을 오르내린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정적인 힘에 대해 민감하지 못한 편이다. 그래서 또 진 게츠를 조용히 잊어버릴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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