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인 절반가량이 정기적으로 십일조 헌금을 하고 있으며, 60% 가까운 비율이 '헌금을 하면 그 만큼 또는 그 이상의 복을 받는다'는 기복주의적 생각을 갖고 있다는 연구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바른교회아카데미(원장 김동호)가 주관한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가 전국의 개신교인 49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헌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의식 조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57.8%가 십일조 헌금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고, 십일조를 정기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52.1%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대 비율이 높게 나왔고, 직분이 높을수록 높게 나왔다. '진정한 신자는 십일조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도 78.3%의 응답자가 동의를 표했다. 목회자가 동의하는 비율은 95.5%에 달했다. 십일조 헌금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32.3%가 소득이 적어서라고 응답했으며, 31.2%가 부담이 돼서라고 응답했다.

대부분의 교인들(95.8%)은 십일조 외에 별도로 주일헌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분 높을수록 헌금액수 높아, 교단별로는 순복음이 최고
지난 1년 동안 가구당 평균 헌금액은 344만 8000원으로 나타났으며, 교단별로 헌금액수가 가장 높은 교단은 하나님의성회순복음교단과 독립교회으로, 이 두개 교단에 속한 교인들이 지난 한 해 동안 각각 500만 원 이상을 헌금했다고 응답했다. 직분별로는 장로가 728만 원, 안수집사·권사가 430.8만 원, 서리집사 330.8만 원 순으로 나타났다.

헌금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9%가 "성경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서"라고 답했고, "감사의 표현으로"라는 응답이 31.1%로 뒤를 이었다. 신앙 연수가 길수록 "성경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많이 나왔고, 신앙 연수가 짧을수록 "감사의 표현으로"라는 응답이 많이 나왔다.

목회자의 헌금 강조에 대해서는 40.6%가 "별로 강조하지 않는 편이다"라고 응답했고, 25.1%가 "그저 그렇다"고 응답했다. "매우 많이 강조한다"는 응답은 4.5%였고, "약간 강조하는 편이다"는 15.2%였다.

"헌금하면 그만큼 또는 그 이상의 복을 받는다"는 진술에 대해서는 59.8%가 긍정적인 답을 했다. 장로와 목회자 그룹 등 무거운 직분일 수록 높은 긍정을 표했으며, 신앙 연수가 10년 미만인 사람들에게서는 낮게 나타나, 신앙 연수가 짧은 사람들이 오히려 기복신앙의 경향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교회의 재정보고 방식에 있어서는 전체 응답자의 44.2%가 "모든 교인들에게 재정보고 문서를 배부한다"로 응답했고, 38.7%는 "제직원들에게만 보고 문서를 배부한다"고 응답했다. 10.5%는 "영상 화면을 통해 보고하고 문서를 배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으며 4.5%가 "재정 보고를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교회 규모가 클수록 "재정 보고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율이 증가해 심각성을 더했다.

헌금 사용의 우선순위에 대한 질문에는 26%가 "사회봉사 및 구제"라고 응답했으며 25.6%는 "교회 운영과 유지"라고 답했다. "예배 및 교육 활동", "국내 전도 활동", "해외 선교 활동" 등이 뒤를 이었다. 직분별로는 장로와 안수집사 그룹은 "교회 운영과 유지"에, 서리집사 그룹은 "사회봉사 및 구제"에 우선성을 두었다.

한편, 헌금의 계좌 이체나 신용 카드 결제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80.8%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헌금 사용 문제, 공동체 합의 필요
정재영 교수는 "한국교회 구성원들의 반 이상이 자신들의 신앙고백으로 십일조 헌금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교회의 재정을 풍부하게 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헌금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기복 신앙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은 더 깊은 논의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 했다.

또 헌금 사용에 있어서 "교회 재정의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자세히 알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 교인의 1/3 수준이었다"며 최근 교회 내 분쟁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 교회 재산 사용에 있어서 구성원 간의 합의 하에 올바르게 사용해야 함을 강조했다.

나아가 재정 사용에 있어서 "한국교회의 사회봉사 및 구제 활동에 대한 지출은 전체 예산의 10%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며 절반 가까운 응답자들이 헌금이 "성경적으로 바람직하게 사용 되고 있다"고 평가하는 상황을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조사는 헌금에 대한 실증 자료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교인들의 헌금에 대한 실제 의식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교회아카데미는 10월 24일 오후 2시 명동 청어람에서 이번 연구 논문 '헌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의식조사'와 '헌금: 근거, 역사, 실천'이란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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