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최병남), 통합(총회장 김삼환), 합신(총회장 이선웅),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서재일) 총회가 9월 24일 저녁 7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탐라홀에서 '제주선교 100주년 기념 장로교연합감사예배'로 모였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60 년 가까운 분열의 역사를 지닌 장로교 4개 교단이 분열 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예배하고 분열의 역사를 회개함으로써 향후 한국 장로교단 연합의 기폭제로 작용할 것인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제주선교 100주년을 기념해 제주도에서 총회를 진행하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김삼환), 합동(총회장 최병남), 합신(총회장 이선웅),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서재일) 총회는 9월 24일 저녁 7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탐라홀에서 '제주선교 100주년 기념 장로교연합감사예배'로 모였다.

4개 교단의 60년 만의 회합은 총대 약 4000명과  제주지역 목회자와 성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1부 찬양과 환영, 2부 예배의 순서로 진행됐다.
 
1부의 사회를 맡은 문상득 목사(예장합신 전총회장)는 "4개 교단이 연합해서 예배드린다는 사실이 너무 감격스러워 가슴이 뛴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제주선교 100주년 기념영상이 상영됐고, 제주 성안교회(예장통합) 성도들이 직접 제작한 뮤지컬 "선교사 이기풍"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10분간 공연돼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축사를 전한 김태환 제주지사는 "제주선교 100년은 제주가 고난을 딛고 복음의 땅으로 일어선 축복의 역사였다"라고 말하고 "제주가 대한민국의 발전과 복음화를 앞당기는 예인선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로교단 최고령 목사인 방지일 목사(99·전 평양장대현교회 담임)는 격려사에서 "1959년 기장과 예장의 분열 당시 소속 노회인 한남노회는 3년간 중립을 지키며 참고 울었지만 분열을 막을 수 없었다"라고 말하며 장로교 분열의 역사를 체험한 당시의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 방지일 목사(99). ⓒ뉴스앤조이 김은석

이어서 격려사를 전한 신경하 감독회장(기독교대한감리회)도 "100년전 이기풍 목사가 제주도에 복음을 전하고자 할 때 교회의 분열은 꿈도 꾸지 못하였을 것이다. 장로교회의 일치와 연합에 대한 희망을 잉태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러 참석자들은 "아멘"이라고 화답했다.

김용실 목사(대회장·예장합동 직전총회장)는 "연합이 중요한게 아니라 교단의 총회가 이곳에서 모인 것은 성령의 이끌림이었다"라고 환영사를 전했으며, 김영태 목사(대회장·예장통합 직전총회장)는 "연합예배를 통해 한국교회가 겸손과 사랑으로 세상의 희망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고 대회사를 전했다.

이어진 2부 예배는 김삼환 목사(공동대회장·예장통합 총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 목사는 "출애굽의 감격, 해방의 감격보다 더 큰 감격으로 이 자리에 왔다"며 해방 전 하나의 장로교였던 한국장로교회가 1930년-1940년에 일반적으로 사용한 예배순서를 따라 예배를 인도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그리스도인' 제목의 설교를 전한 최병남 목사(공동대회장·예장합동 총회장)는 "이산가족이 만나 부둥켜 안고 우는 심정을 느낀다"고 말하고 골리앗의 위협에 맞선 다윗을 예로 들며 "한국교회가 안팎으로 비난을 받으며 위기를 맞고 있지만 믿음으로 이를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총회 회의장에서 막말과 고성이 난무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총대들을 향해 "불신자들에게까지 공개되는 회의 현장에서 우리가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구원의 길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기도 첫 번째 순서를 맡은 김정서 목사(제주 영락교회)는 '제주복음화와 세계선교'를 위해 기도하고, 최홍준 목사(호산나교회)는 '한국장로교의 연합과 한국교회 일치'를 위해, 강용규 목사(한신교회)는 '민족의 치유와 통일'을 위해,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는 '나눔과 섬김, 생명과 평화를 이루는 교회'를 위해 기도했다. 

4개 교단의 장로교연합예배준비위원들을 비롯한 4개 교단 전현직 임원들이 무대에 올라 특별찬송을 불렀고, 이어서 기장 총회장 서재일 목사가 4개교단의 협의 하에 작성한 '제주선언문'을 낭독했다. '제주선언문'은 한국교회 지난 10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100년 동안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고 세상에 희망을 주기 위해 장로교가 마땅히 해야할 일에 대한 결의를 나열하고 있다.

한편 예배 순서가 다 끝나자 사회자 김삼환 목사는 "123년 만에 맞는 감격의 순간을 이렇게 끝낼 수 없다"며 △제27회 총회에서 결의한 신사참배 △분열의 역사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지 못한 점 등을 회개하자고 제의했다.

단상에 올라와 있던 각 교단 지도자들은 무릎을 꿇었으며 총대들도 손을 들고 기도했다, 기도를 마치고 4개 교단의 지도자들과 참석자들은 서로 끌어안고 손을 맞잡는 등 환한 얼굴로 인사하며 예배를 마무리 했다.

▲ 서로 끌어안으며 인사하는 참석자들. ⓒ뉴스앤조이 김은석

다음은 제주선언문 전문이다.

제주선언문
 

우리는 지금 제주 선교가 바야흐로 1백주년을 맞이하는 감격적인 현장에 서 있다. 그러나 먼저 우리는 이 감격을 만끽하기에 앞서 타락한 인간의 본성으로 말미암아 분열을 헤아릴 수 없이 되풀이한 우리의 가증하고 부끄러운 죄악을 하나님 앞에서 가슴을 찢으며 진심으로 회개한다.

제주 기독교는 일제의 강점과 악랄한 수탈,이념대립과 민족상잔의 전쟁 같은 역사의 격랑 속에서 너무나 많은 험악하고 힘겨운 시대적 고난들을 겪었으나 하나님의 크고 놀라운 은혜 아래 자랑스럽게도 꿋꿋이 이겨내면서 고귀한 신앙을 순수하게 지켜왔을 뿐만 아니라 생명의 복음을 힘 있게 전파하였다.

이 시간 우리 4개 장로교단(기장,통합,합동,합신)은 제주선교 1백주년을 기념하여 한국교회가 지난 1백년 동안 풍성하게 받은 은혜를 되돌아보며 연합으로 감사 예배를 드리면서,앞으로 1백년 동안 하나님과 이웃을 섬김으로써 겸손과 사랑으로 세상에 희망을 주기 위하여 마땅히 해야할 일을 살펴 다음과 같이 우리의 결의를 선언한다.

(개인)하나. 우리는 현대의 물질만능주의와 배금주의가 만들어낸 무절제한 소비생활,도덕의 몰락,가정해체와 같은 문제들로 고통을 받는 개인과 가정과 사회를 치료하여 상한 영혼과 지친 육체를 위로하며 상실된 인격을 회복시켜 개인의 자존감을 높이고 건강한 인간의 삶을 구현하기로 결의한다.

(교인)하나. 우리는 오늘날 일부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삶에서 발견되는 사치와 향락을 반성하며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고,위선과 외식의 태도를 버리고 진실하게 생활하며,세속적 명예와 권력을 지향하던 잘못에서 돌이켜 교회와 세상을 겸손히 섬기며, 하나님 앞에서 복음의 교훈을 성실하게 실천할 것을 결의한다.

(교계)하나. 우리는 복음이 전래된 이후 인간중심적인 지역갈등,개인감정의 대립,교권에 대한 욕심 때문에 백 개 이상의 교단으로 분열된 부끄러운 현실을 애통하는 마음으로 회개하면서,교단 간의 오해와 불신과 대립과 상처를 해소하고,상호 이해와 신뢰와 화합과 위로를 도모하기 위하여 성령의 도우심을 구하며 협력과 일치를 이루기를 결의한다.

(우리나라)하나. 우리는 소득의 극심한 격차로 빚어진 사회계층 간의 갈등,사상의 대립, 혈연과 학연과 지연의 전근대적 편 가르기 등으로 우리 사회가 분열된 것을 심히 안타까워하면서 장애우와 새터민과 외국인 노동자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사랑을 실천하고,이를 위하여 이웃종교들을 존중하면서 평화로운 협력을 도모하며,최근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주변국가들과의 선린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사회적 일치를 이루는 일에 기여하기로 결의한다.

(세계)하나. 우리는 오늘날 세계의 도처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의 참상,인간의 탐욕에서 나온 국가 간의 전쟁의 슬픔,과도하게 이윤만을 추구한 산업 활동으로 파괴된 생태계의 신음,빈곤의 악순환에 갇혀있는 빈민국의 경제적 고통 등에 무관심했던 태도를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면서,이런 비극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평강을 주시도록 기도하며, 인류의 평화와 공영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들을 강구하기로 결의한다.

(하나님의 영광)하나. 우리는 개인의 행복, 가정의 화목,사회의 안녕,교회의 일치,국가의 안정,세계의 평화가 이루어지를 염원하면서,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충만히 임하고,악의 세력과 그로 인한 불행이 속히 사라지기를 기도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이 민족과 전 세계에 널리 전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드높이기를 열망한다.

우리는 위에서 선언한 우리의 결의를 우리의 구주이며 주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마음과 한 뜻을 이루어 겸손과 사랑으로(빌 2:1-11) 힘써 이행할 것을 약속하며,이 결의를 실천하기 위하여 적극적인 후속 조치를 강구할 것을 천명한다. 하나님께서 은혜와 자비를 베푸시어 우리가 이 선언을 실천할 수 있는 지혜와 능력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 참석자들은 김삼환 목사의 제의로 신사참배와 교단분열의 역사를 회개하는 기도를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 손을 맞잡은 4개 교단 총회장. ⓒ뉴스앤조이 김은석

 

▲ 이날 예배에는 4000명 가량의 총대들을 비롯 500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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