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26일자 각종 언론 매체의 보도에는 25일 김대중 대통령이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양심의 호소"(Appeal of Conscience)라는 재단으로부터 2001년 세계 정치 지도자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실렸다. 노벨 평화상 수상에 이어서 축하할만한 일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현금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이 수상 소식에 큰 의미를 두는 국민들은 별로 없는 듯하다. 뉴욕의 테러 사태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뉴욕에 가서 수상하지 않고, 수상식에 한승수 외교 통상부 장관이 대신 참석한 것이 오히려 국민들의 눈총을 덜 받는 일이 되었다고 할 정도이다.

더구나 같은 날인 26일자 보도에는 문화관광부가 300억을 들여서 제주도에 "정상의 집- 남북 교류센터"를 짓겠다고 하고, 그 내용에 "평화실"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기념 센터나 소위 "DJ 기념관"에 가까운 것을 만들려고 한다는 인상이 깊게 다가오는 기념관을 건립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란히 있다. 이 두 가지 보도가 우리 국민들 마음에 과연 어떤 인상을 줄까? 시점(때)의 중요성을 깊이 생각하게 하는 일들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의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관료들의 발상일까? 아니면 개인이 자신의 업적을 역사 대대로 알리고 싶은 욕심일까? 우리는 정확한 정황을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런 복잡한 상황 가운데서 과연 300억을 들여 세우는 이런 기념관 건립에 대해서 국민들이 과연 어떻게 느끼고, 생각할 것인지는 전혀 생각해 본 일은 없는 것일까? 용산에 지으려고 하는 박물관의 수많은 문제가 계속 걸림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대규모 구조물을 제주도에 세우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려는 지를 좀더 생각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작금의 사태와 이런 무모한 발상은 결국 25일의 "양심의 호소" 재단으로 받은 정치 지도자 상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자체로서는 얼마나 귀한 상일까? 그러나 그런 것도 우리 국민들에게는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과연 가치 있는 수상이 될 것인가? 국민이 다들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수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이라도 기왕에 받은 노벨 평화상이나 이번의 수상된 상을 의미 있게 하는 일들을 추진해 가야 하지 않을까?  다른 문제는 차치(且置)하고라도 300억의 돈이 들어가는 이상한 기념물 건축에 대해서는 재고해야 한다고 여겨진다. 이 시대에 세금을 많이도 내고 있다고 느끼는 서민들을 좀더 위하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너무 냉소적으로 글을 끝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나의 마음에는 슬픔과 애통이 있다. 그것이 진정 공의와 사랑에 근거한 애통일 수 있기를 원한다.

이승구/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배경 사상 이해를 위한 홈페이지 소개: http://my.netian.com/~wminb http://seunggoo.com.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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