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이라는 '공중권세'를 놓고 2차전이 벌어지고 있다. 사업자 선정이 끝났음에도 불구, 교계 내부에서 싸움 양상이 확전되는 추이이다. 따라서 언제 어떻게 무슨 모양으로 그 '전황'이 이어질지 미지수이다.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이하 KDB)은 지난 9월 7일 기독교 부문 채널 사업자로 CBS를 선정했다. CBS 선정 이유로 KDB는 "무엇보다도 선정과정에서 중시한 기독교계의 대표성에 있어서 최적격자라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대표성'의 단어가 싸움 발단의 화두가 되고 있다.

기독교텔레비전(이하 KCTS)은 한국교회 55개 교단을 상대로 연서명을 거둔 자료를 근거로 "한국교회 신자 97%가 속해있는 교파의 총회장이 교단을 대표해 공식 지지한 KCTS가 어떤 점에서 '대표성'에서 밀리는지 설명하라"며 강공세를 펴고 있다. KCTS는 또, CBS에 재단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11개 교단 모두가 자사의 주주이며, 이가운데 9개 교단이 'KCTS만이 적합하다'라는 배타적 지지입장을 표한 사실도 명분의 핵심이 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박영률 총무, 예장통합 김상학 총무, 예장고신 전호진 총무 등이 KDB에 항의 방문을 해 강도높은 시정 촉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CBS측은 KCTS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추한 몰골'이라며 강도높은 맞불을 놓고 있다.

CBS는 "KCTS가 상법상 주식회사로, 비영리재단인 CBS와 정체성 차원의 차이가 있다"라고 강조하고, "지난해 일개인의 소유회사로 전락한 KCTS가 교계 대표성을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입장이다. CBS는 "경영권과 인사권이 모두 운영주체이자 공교단 연합기관인 재단이사회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하고 실질적인 교회 대표성은 CBS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 97% 교인 지지" 주장에 "일개인 회사" 반박

당초 기독교 사업자 선정은  KCTS와 CBS, 기독교위성방송(C3TV), OSB크리스챤TV, 국제기독교통합방송 등 5개 업체가 달려들었던 대결장이었다. 지난 4월 KDB의 신청자 접수 때 이들 5개 업체가 '기독교 채널 사업자'로 등록했다.

그러나 KDB는 이들 업체의 신청서를 심사과정에서 '펴보지도 않고' 6월 15일 1차 발표시 '사업자 선정 보류'를 선언해버렸다.

몇 년간 미궁으로 빠질 것으로 보였던 사업자 선정은 그러나 8월 24일 들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KDB측은 신청한 5개 업체를 상대로 '귀 사업자가 기독교계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객관적 증거자료를 제시하라'라는 요지의 공문을 보낸 것이다. 또한 문화관광부에서 등록된 주요 교단 가운데 교인 분포 상위 5위에 속한 예장합동, 예장통합, 기감, 기하성, 예장개혁에 공문을 보내 교단 대표 심사위원을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KCTS는 예장통합, 예장합동, 기감, 기하성, 예장개혁은 물론 기장, 기성, 예장 고신 등 중대형 교단까지 55개 교단 대표로부터 '위성방송 사업자는 KCTS가 적합하다'는 요지의 공문에 총회장 명의의 공식 서명을 받아내 KDB에 제출했다.

그러나 선정 결과는 CBS쪽으로 가닥이 잡혔고, KCTS는 CBS의 재단이사로 있는 김 모 목사를 들먹이며 '정치적 흑막'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KDB는 중간에서 '매우 당혹스런 입장'을 호소하고 있다. 교계의 대표성에 있어서 KCTS에 하자가 있다는 뚜렷한 논리를 갖고 있지 않는 분위기이다.

KCTS "정치적 흑막" 제기

KCTS가 내세우고 있는 논리는 '영상선교 사업으로 인해 한 차례 부도까지 겪은 아픔이 있는 한국교회가 수익 모델이 없는 위성 영상사업에 또다시 중복투자를 해야 하느냐'는 주장이다. 실제 KCTS가 5년간 쏟아부은 돈은 근 500여억원. 이 가운데 현 강경철 사장이 경영에 참여하기 이전 시절에 이루어진 직원 무단 퇴출 사건으로 인해, 법적으로 배상한 패소 비용을 빼더라고 300~400억대의 손해를 봤다는 추산이다. 이 무리한 비용이 위성사업을 위해 재탕진되는 것은 한국교회 선교역량을 갉아먹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KCTS는 94년 케이블 기독교 프로그램 공급업자 선정 과정에서 CBS의 사업권 양보를 얻어 탄생한 매체로, 이제 와서 영상사업을 다시하겠다는 것은 순리적으로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현재 인적 하드웨어적 기반이 갖춰져 있고, 재도약을 시도하는 KCTS를 중심으로 위성 영상사업이 진행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 CBS의 뚜렷한 반론은 없다. 다만 CBS의 거대 규모를 능률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는 유일한 활로는 영상사업이며, 따라서 이 사업을 사활로 걸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그 논리 근저에 깔려 있다. 200여 제작, 기술진이 라디오에만 매달리는 것은 그야말로 비효율적이라는 내부 진단이다.

다만 CBS 내적인 문제를 떠나 한국교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KCTS와의 '쌍두체제'가 한국교회 영상문화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경쟁논리'이다.

CBS "영상선교의 경쟁시대 필요" 주장

그러나 KCTS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영상에 대한 전문 지식이 책으로 공부하고, 또 몇 주 연수 다녀와 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냐는 지적이다. KCTS의 한 관계자는 "타 방송도 라디오 PD가 TV로 이적할 시 2년간의 조연출(AD) 생활부터 해야 한다. 영상에 대한 기본지식과 노하우, 기획실무는 라디오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라디오 스튜디오에 TV 카메라를 들이댄다고 텔레비전 방송이 될 수 있느냐"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CBS는 현재 인력 스카우트 보다는 내부 인력의 재분배를 통해 영상제작진을 구성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교계의 영상 전문가는 "제작역량에 있어서 한계가 있는 CBS가 결국 KCTS에 콘텐츠 대여 요청을 하지 않겠냐"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교계 일각에서는 또, 위성TV 사업이 과연 수익성이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많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위성방송이 과거 케이블TV처럼 계속되는 적자로 인해 연쇄부도 사태를 맞게 되고 방송 내용이 황폐화되는 것이다. 위성방송이 시작되더라도 한동안은 이익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배제하기 힘들다.

위성방송 사업자 주변에서는 위성방송의 적자 예상액은 사업 첫해에 3600여억원, 2차년도에 2800여억원에 달해 CBS 같이 재원 기반이 탄탄치 못한 방송사의 경우 초기 투자자본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물론 KDB는 앞으로 가입자 확보를 위해 2조 4000여억원을 들여 ‘무한 물량 공세’를 펼친다는 계획이고, KBS, MBC, SBS 등 주요 지상파 방송이 물량공세를 주도하고 있어 콘텐츠의 부실화도 모면할 수 있는 계산을 하고 있으나, 최소한 5년 내에 손익분기점을 이룰 사업자가 많지 않는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CBS의 영상사업의 지속성을 놓고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불투명한 위성사업의 미래 "우려"

이에 CBS측도 '종교방송을 수익 모델로 생각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위성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표현됐던 케이블TV의 전철을 그대로 되밟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출발하게 돼 있다. 실제로 사업자 반납을 고려하고 있는 채널도 상당수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위기감은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회는 위성TV 사업을 놓고 '또 하나의 기득권 창출'이 아닌 '손실의 최소화'를 꾀해야 했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사업의 성패에 불투명성이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 '서로 하겠다'며 신경전을 넘어서 감정전까지 펼치는 형국은 말 그대로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KDB측은 첫해 74개의 채널을 쏟아내고 2005년에는 이를 114개로 늘릴 계획이다. KDB의 계획대로 이같은 규모의 채널 증가가 이루어질 경우 2~3년내로 KCTS나 여타 사업자들이 참여할 여지는 충분히 있고, 아울러 케이블TV의 경우처럼 누구나 프로그램 공급업자(PP)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싸움이 '대표성'에 대한 논란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이제는 명분보다는 실리를 생각하는 신중한 문제 접근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교계는 채널의 전문화, 특성화를 통해 CBS와 KCTS의 위상을 재조정하는 등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한국교회의 영상선교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CBS와 KCTS가 각기 서로를 향해 비수를 꽂는 성명전을 벌이는 것은 교회의 '자정능력' 결여의 단적인 증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을 넘어 허탈하게끔 만드는 것은 CBS와 KCTS의 상호 비판 성명서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동일인이 상당수 있다는 점이다. KCTS가 CBS를 비난하는 성명에도 이름이 들어가 있고, CBS가 KCTS를 비난하는 성명에도 이름이 포함된 분이 있다는 것이다. 중재는 안하고, 싸움만 하는 '교계의 현실'을 상징하는 경우라며 비난받는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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