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한 분노, 선한 분노 - 분노, 짜증, 불평, 원한에서 벗어나기> / 데이비드 폴리슨 지음 / 김태형, 장혜원 옮김 / 토지장이 펴냄 / 400쪽 / 1만 9000원

분노는 모두 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선한 분노는 오직 하나님만 하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폴리슨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악한 분노를 선한 분노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바꿔야 한다고 권면합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실 것이라고 약속합니다.

데이비드 폴리슨은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필라델피아 기독교상담교육원에서 교수와 상담가로 활동했습니다. <성경적상담저널> 편집인이자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성경상담학 교수였습니다. 성경적 상담학을 발전하게 한 사람이자 상담 관련 저술을 많이 남긴 사람으로, 그의 책은 한국에도 여러 권 소개되었습니다. 30년 이상 상담가로 종사한 폴리슨은 <악한 분노, 선한 분노>(토기장이)가 번역 출판되기 직전(2019. 6. 7.) 그가 사랑하는 "기묘자"요 "모사"(Wonderful Counselor)이신 하나님 품에 안겼습니다.

폴리슨은 <악한 분노, 선한 분노>에서 선하고 악한 모든 분노를 관통하는 본질을 설명합니다.

"분노의 본질, 그 DNA는 사실 매우 간단하다. 분노란 당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 잘못되었다고 느낄 때 적극 반대 견해를 드러내는 것이다. (중략) 우리는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들이 잘못되어 가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그때 그것을 바로잡고 싶은 에너지를 표현하는 것이 바로 분노다." (78쪽)

폴리슨 말에 따르면, 분노는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자기 형상에 따라 도덕적 존재로 만들었기에 갖고 있는 성품 중 하나입니다. 다만 타락 이후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올바른 기준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자신이 기준이 되어(자기가 하나님이 되어) 판단합니다. 잘못된 것을 보고 적극 반대 견해를 드러내는 방식 역시 죄로 인해 망가졌습니다. 불평, 짜증, 원망, 원한, 다툼, 폭력, 독선적 분노 등, 하나님 뜻대로가 아닌 육체가 원하는 대로 분노를 표출하게 되었습니다.

혹자는 분노가 단지 자기의 일부가 일시적으로 반응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해 큰 일이 아니라고 여길지도 모릅니다. 저자는 "분노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화를 낼 때 '무엇'이 아닌 '당신'이 관여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91쪽)고 말합니다. 분노는 "복잡한 시스템"이며, 전 인격적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분노할 때 신체가 반응하고 감정이 요동치며, 생각이 변형되고 행동이 튀어나옵니다.

또 분노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배운 습관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둘 다 해당한다고 말합니다. 모든 사람은 타락으로 망가진 분노 조절 장치를 갖고 태어나고, 자라면서 여러 사람 영향 아래 학습된 분노(악한 분노)에 많은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문제는 '선한 분노'보다 '악한 분노'를 더 많이, 자연스럽게 내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 의도처럼 바른 기준으로 잘못된 것을 분별하고, 바르게 반응할 수 있을까요.

데이비드 폴리슨 책이 세속적 자기 계발서, 심리학이 혼합된 상담서와 가장 큰 차별을 보이는 지점이 여기 있습니다. 저자가 수십 년간 강조했던 '성경적 상담학'의 핵심인 복음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분노는 몇 가지 단계를 통해 행동을 교정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심리적 보상이나 처벌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해답은 복음의 능력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그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그로 말미암아 세상이 구원을 받게 하려 하심입니다(요 3:17).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가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 우리에게 영생입니다(요 17:3).

저자는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고 그분이 친히 보이신 '선한 분노'를 설명합니다. 인내, 용서, 관대함, 건전한 갈등으로 반응하는 법, 즉 선한 분노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자기 분노를 정직하게 들여다보고, 그 뿌리에 어떤 욕망이 자리 잡고 있는지 찾아내라고 권면합니다.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를 믿음으로 바라보라고 권합니다.

구체적으로 폴리슨은 자기 분노를 파헤치기 위해 다음 질문을 던지라고 말합니다.

질문1. 나는 지금 어떤 상황인가.
질문2. 나는 여기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질문3. 내 마음의 동기는 무엇인가.
질문4. 분노의 결과는 무엇인가.

여기까지 진지하게 묻고 답을 찾았다면 자기 안에 하나님보다 높아져 있는 욕구가 무엇인지,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어떤 악한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는지, 참혹한 결과가 무엇인지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하나님의 은혜를 믿음으로 바라볼 질문입니다.

질문5. 진실은 무엇인가.
질문6. 내가 어떻게 하나님의 도움을 의지할 수 있을까.
질문7. 이 상황에서 어떻게 건강한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는가.
질문8. 믿음과 순종의 결과는 무엇인가.

이 질문들은 똑같은 상황을 하나님 기준으로 판단하게 합니다. 우상이 돼 버린 욕구를 따르지 않고 그 자리에 하나님을 다시 모시도록 도우며, 그 결과 어떻게 건강한 방식으로 (선한) 분노를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믿음과 순종의 결과를 기쁨으로 바랄 수 있게 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폴리슨은 해결하기 정말 어려운 상황에 대한 분노(아동 학대 등), 일상 속에 경험하는 분노, 자신에 대한 분노, 하나님을 향한 분노를 흥미 있고 깊이 있게 다룹니다. 이 책의 마무리는 종말론적입니다. 하나님이 이 세상에 가져올 최종적 분노, 악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갈망하며 기다리는 내용으로, 폴리슨은 분노에 관한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이 책을 마무리합니다.

저자는 이 책 서문에서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이렇게 읽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요약하면, 손에 펜을 들고 자기 생각이나 질문을 적으면서, 형광펜을 활용해 마음에 와닿는 부분에 밑줄을 그으면서, '그런데 말이야'라며 자기 생각과 충돌하는 지점을 표시하면서 읽으라는 것입니다.

장마다 마지막에 '삶의 적용을 위한 질문'이 제공됩니다. 독자가 진지하게 자기 삶을 돌아보고 분노에 관해 깊이 생각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독자가 단지 분노에 관한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정말 전 인격적 문제인 분노를 하나님 말씀으로 다루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한국인은 쉽게 분을 내기도 하고, 속으로 많이 분을 쌓아서 한이 되는 특별한 민족성을 가졌다고 말을 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래서인지 '분노'와 관련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적지 않게 받습니다. 데이비드 폴리슨은 우리에게 참 좋은 선물을 주고 간 것 같습니다. 그가 쓴 <악한 분노, 선한 분노>는 우리가 분노 문제를 성경적으로 분석하고 해결하는 데 꼭 알맞은, 좋은 참고서가 될 것입니다.

폴리슨이 마지막 장에서 기대하고 갈망하는 것처럼 하나님의 진노가 마치는 날(계 15:1), 그의 성소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며 순전한 기쁨이 영원히 계속될 것을 고대합니다. 그날이 오기까지 모든 공의와 사랑의 하나님께서 날마다 일어나는 우리의 악한 분노를 선하게 바꾸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조정의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

외부 기고는 <뉴스앤조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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