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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의 재발견
[책 소개] 제임스 던 <예수, 바울, 복음>(새물결플러스)
  • 크리스찬북뉴스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9.07.12 23:00

구전 사회

예수님이 살던 시대는 구전 사회였다.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 그 시대 맥락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우리 배경에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초대교회 교인들도 글을 읽고 묵상하고 은혜를 받았을 것이라 여긴다. 정확히 말하면 대다수가 문맹이었다. 어부 출신인 예수님 제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글을 쓰고 문서로 만들 능력이 없는, 가난하고 천하게 여김 받던 자들이었다. 읽기와 쓰기는 귀족과 사제와 서기관의 영역이었다.

개인에게 성경이 없고 사본도 없던 시절, 이들은 성경 공부를 해서 하나님을 알 수 없었다. 회당에서 드리는 공동체의 토라 읽기와 예배를 통해 신앙이 성장할 수 있었다. 특별히 이 시기는 구두 사회였기에 공동체의 중요한 역사와 가치들은 구두로 전승되었다. 개인의 기억은 한계가 있지만 공동체의 기억은 공통점을 가지고 전달된다. 예수 전승 역시 어느 정도 문서화 가능성이 있었지만, 대부분 전승으로 전달되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그 시대 상황에서 예수님의 존재와 사역을 해석하고 복음서 탄생으로까지 연결한다. 단순히 외우거나 암기하는 것과 다르다. 복음서는 자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의미 있게 만드는 내러티브였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가르침이었다. 제자들은 초기 교인들 모임에서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했을 것이고, 자신의 정황에 맞게 적용했을 것이다. 즉 복음서를 통해 예수님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전승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수, 바울, 복음 - 예수의 선포로부터 바울의 복음까지> / 제임스 던 지음 / 이상목 옮김 / 새물결플러스 펴냄 / 348쪽 / 1만 8000원

예수와 바울의 연속성

책은 총 9개 논문으로 구성되었다. 1장부터 4장까지는 예수님과 복음서에 대한 내용이다. 5장부터 9장까지는 바울(복음, 교회)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는 예수님 사역과 삶을 바울이 계승하고 이어 간다고 주장한다. 예수님으로부터 바울에 이르는 연속성을 일직선으로 본다. 바울신학의 그리스도는 복음서의 예수님과 동일시된다. 역사적 예수가 연구되기 시작되었을 때 예수님의 메시지와 바울의 복음을 다르게 보게 되었지만, 저자는 연속성을 더 강조한다.

예수님은 사역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나라를 선포하고 하나님의 왕정을 가르친다. 예수님은 자신의 사역을 통해 하나님나라가 임했다고 가르쳤다. 특히 축귀와 병 고침으로 어둠의 권세가 물러가고 자신의 나라가 도래했음을 증명했다. 또한 차별당하고 소외되고 유대인의 법 내에서 버림 받은 자들은 구원하시고, 물질적으로 가난한 자들을 위한 기쁜 소식을 이사야 61장에 근거해 선포하셨다.

이런 예수님 가르침은 바울의 복음과 상응한다. 바울은 이신칭의 신학을 통해 예수님의 하나님나라가 죄인의 마음에 양자 됨의 법정적 선언으로 현재화했다고 말한다. 또한 바울은 이방 죄인들을 위한 기쁨의 복음을 전하는데, 예수님이 죄인을 구원하시는 사역과 연결되고 유대인의 경계를 넘는 구원의 확장과 상응한다. 바울 역시 가난한 자를 돕는 책임을 강조하는데, 예수님의 말씀과 일치한다. 이외에도 '이미와 아직'이라는 종말론적 긴장에 있어 일치하는 점이 있다. 율법에서도 하나님의 법은 사랑으로 성취된다고 주장한다.

바울은 누구인가

바울은 누구나 인정하는 지독한 바리새인이고 철저한 율법 교사였다. 그도 자신을 소개하기를, 율법으로는 흠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지켜 가는 유대주의자고, 자기 종교에서 최고의 스승에게 배운 앞길이 창창한 지도자였다. 그런 바울이기에 어느 날 나사렛 시골에서 나타난 예수라는 청년이 하는 말과 행동들은 그의 신앙으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다. 하나님을 섬기는 바울에게, 자신이 하나님이고 자신에게는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고 자신이 아버지의 일을 한다는 예수는 바울에게 심각한 신성모독자였다.

그래서 그의 종교와 신앙을 위협하는 예수를 바울은 가만 놔둘 수 없다. 전 생애를 걸어 예수를 죽이고 교회를 핍박하고 박해하며 예수 추종자들을 죽이는 것이 그의 사명이었다. 이 일을 훌륭하게 감당하는 것이 하나님을 잘 섬기는 것이고, 그의 믿음이자 부르심이었다. 그러나 이런 바울은 다매섹에서 홀연히 임한 빛을 보고 완전히 돌변한다. 목숨 걸고 예수를 부정하고 죽이려는 자가, 목숨 걸고 예수를 전하는 자로 바뀐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바울은 십자가에서 죽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나면서 회심했다. 예수님이 하나님 아들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바울은 그리스도의 사도이자 복음의 종이고, 이방인을 향한 사도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바울이 사도라는 직분을 이방인을 향한 선교의 사명으로 해석한다고 지적한다. 바울은 새로운 정체성으로 자신이 그리스도 안에 있다고 새롭게 바라본다. 여기서 저자는 바울이 더 이상 유대교 안에 있지는 않지만 유대교의 유산 안에서 사명을 수행했다고 본다.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오직 그리스도와의 관계에서 정체성이 결정된다. 그의 메시야관이 변하고 그의 신론과 세계관과 구원관이 바뀐다. 예수님은 구약 율법을 성취하고, 하나님의 구원과 목적을 완성하는 죄가 없는 하나님의 아들인 것이다. 예수님과 만나고 구원에 대한 비밀이 열리니, 그것이 전환점이 되었다. 이후 그의 신학과 사상은 더 깊어지고, 그는 기독교 초석을 놓으며 이방인과 전 세계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을 받는다.

바울은 기독교의
두 번째 설립자인가

역사적 예수를 향한 관심이 늘어나고 바울 연구도 깊어지면서, 예수님의 메시지와 바울의 복음에는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영향력을 이유로 들어, 바울을 기독교의 실제 창시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예수님은 그저 유대의 예언자로, 하나님께 이스라엘의 종교적 개혁과 정치적 회복, 나라의 독립을 요청한 인물이라는 말이다. 바울은 예수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이어 하나님나라를 밝히 보여 주는 인물인가, 아니면 예수님과 상관없이 유대교에서 흘러나온 다른 분파의 사람인가.

바울이 기독교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가 없었다면 유대교 내부의 메시아 종파로 남았을 것이다. 바울은 예수님을 예배하는 새로운 유대교 종파를 그 이상의 것으로 변형시킨 사람이다. 바울의 선교와 서신들을 통해 전달된 가르침은 초창기 기독교를, 제2성전기 유대교를 근간으로 하는 메시아 종파에서 이방인을 포함한 그리스도인들에게 더 알맞은 종교로 변형시켰다.

바울의 편지들은 대부분 기독교 초창기 것이고, 기독교를 결정하는 근본조항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바울의 선교 기간은 기독교의 존재와 특징을 위해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가 설립한 교회와 전달된 편지들은 바울에게 기독교의 두 번째 설립자라는 칭호를 타당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말은 그가 예수님보다 낫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의 영향력이 그만큼 지대하다는 말이다. 물론 우리는 그가 예수님의 사역과 삶과 가르침을 이어 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바울의 교회관

끝으로, 책 마지막에서 저자는 바울의 교회론을 하나님의 교회로서의 교회와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 성령의 교제로서의 교회로 설명한다. 하나님의 교회가 된다는 것은 교회는 하나님의 목적과 함께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는 여전히 오늘도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의 현존이며, 성령이 교제로서의 교회는 교회가 성령의 은혜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신실하게 수행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오늘날 우리 교회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내용들이다. 아울러 9개 논문을 통해 예수와 복음서와 바울까지 연결해 보는 유익을 얻을 수 있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방영민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 목사

외부 기고는 <뉴스앤조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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