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명성교회 부자父子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임성빈 총장) 교수 60명이 모임을 결성했다. 전체 교수 80여 명 중 2/3가 넘는다. '명성교회세습철회와교회개혁을위한장신대교수모임'(세교모·공동대표 김운용·박상진·임희국)은 1월 12일, 장신대에서 '명성교회 세습 철회와 교회 개혁을 위한 연합 기도회'를 주관하며 시작을 알렸다.
이날 기도회에는 학생·교수·목회자 등 11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명성교회가 세습을 철회하고, 이 기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지난날의 과오를 돌아보고 더 새로워질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공동대표 중 한 명인 김운용 교수(예배설교학)는 제프리 웨인라이트 교수(듀크대) 말을 인용하며 "신학자·목회자들은 어두운 시대 속에서 비전을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명성교회처럼 교회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신학자들이 비전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교회는 길을 잃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사도 바울은 골로새서 3장에서 '땅의 것을 찾지 말고 위의 것을 찾으라'고 권면한다. 초대교회에도 교회를 이용해 한몫 벌어 보고, 자기를 과시하려는 사람이 있었다. 큰 교회를 이뤄 자기 이름을 드러내려는 사람도 있었다. 자기 신앙 전통과 경험을 자랑하는 이도 있었다. 그렇지만 초대교회가 이 모든 유혹·도전·핍박을 이겨 내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비전을 전달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며 신학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설교 후 기도가 이어졌다. 박은호 대표(예장통합 노회장협의회)는 명성교회 문제로 예수님의 이름이 조롱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육신의 아버지를 따라 세습의 길을 택한 김하나 목사를 비판했다. 박 대표는 "이제라도 그 자리를 버리고 한국교회 앞에서, 이 시대 앞에서 당당하게 십자가의 길을 걷는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 되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최현일 목사(예장통합목회자연대)는 한국교회가 말씀 안에서 새롭게 되기를 기도했다. 최 목사는 "목회자 등 교회 지도자가 스스로 교회의 머리가 되려 할 때, 하나님이 적극 개입해 정의로 심판해 달라. 명성교회가 악한 길에서 속히 돌이킬 수 있도록 책망의 채찍을 들어 달라"고 기도했다.
신학생들을 위한 기도도 이어졌다. 이훈희 전도사(명성교회세습반대를위한신학생연대)는 사역에 매몰돼 자기 살길만 쫓던 삶을 회개하고,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신학생들을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이 전도사는 "아픔과 고통이 머무는 곳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선포하는 신학생들에게 성령의 능력을 부어 달라. 또 이들을 길러 내는 학교가, 하나님이 이 시대에 원하시는 참되고 거룩하며 순전한 교회를 세우는 일꾼을 길러 낼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 김수원 목사(태봉교회)는, 비대위 활동이 노회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기 교회 살자고 한국교회를 짓밟은 행위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게 아니다"라며 노회 권위가 살아야 치리 과정이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기도회에는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명성교회 교인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장신대 교수들의 연대가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여태윤 씨(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는 "겉으로는 세습을 완료했지만 실권 세습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내부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후원 계좌를 공개한 지 열흘째인데 현직 권사·안수집사들이 직접 나서지 못해 미안하다며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명성교회는 우리의 연대를 가장 두려워한다. 이 자리를 마련해 준 교수들과 함께 한 걸음씩 연대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세교모는 2월 8일, 2차 기도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세습의 신학적 문제 등도 논할 계획이다. 1월 18일부터는 장신대 소양관 4층에서 '매주 목요 정오 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세교모는 교단 소속 신학교 교수·학생들과 연대해 활동을 이어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