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 치유받아야 할 마음의
상처와 아픔들], 주서택, 순출판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요즘은 그래도 결혼 전에 세미나 한 두 가지는 듣는 분위기다. 마치 예방주사 맞듯이. 그러나 거기서 돌아와 현실에 서면 언제나 세미나 강의로는 해결되지 않는 만만찮은 벽들이 느껴진다. 콧노래라도 부르며 마치 큰 깨우침이라도 얻었다는 친구가 겨우 내놓는 기도제목은 우리를 얼마나 황당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신앙 좋고, 학벌 좋고, 인물 좋고, 성격 좋고, 집안 좋고, 형제 단촐하고, 유머 많고, 건강하고…." 이런 배우자를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다. 때로는 다윗 같고, 바울 같고, 베드로 같으면서, 주님을 닮은…, 배우자를 만나고 싶다는 기도를 듣기도 한다.

주서택 목사는 이런 청년들에게 되묻는다. "그래서 신앙 좋은(?) 자매들이 결혼을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그리고 결혼에 대한 환상을 깨라고 다그친다. 대신 만남에 대한 성경적 사고방식을 채득하도록 강조한다. 주권과 자유의지의 조화이다.

"내 개인적인 의견은 아무 것도 없고 오직 무엇이든지 '하나님 마음대로 하시오'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인생이 아니며,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기도로 관철시킴으로 내 인생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인생은 하나님의 주권 그리고 나의 선택과 책임, 이것들이 사랑의 관계 속에서 조화되어질 때 가장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1991년부터 내적치유사역자로 활동해 온 주서택 목사(청주CCC 대표)가 내놓은 신간 <결혼 전에 치유받아야 할 마음의 상처와 아픔들>(순출판사)은 대학생들과 함께 생활해 온 그의 이력 탓인지 마치 제자들에게 당부하듯 조목조목 치유받아야 할 마음의 상처들을 터치하는 듯하다.

"그동안 10여 년이 넘도록 내적치유세미나에 참석했던 1만3천여 명의 사람들의 간증문을 통해서 그리고 그들의 토해내는 이야기를 들으며 가정을 깨고 삶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들이 무엇인지 보게되었습니다.

인생의 어려움이 많이 닥친다고 해서 가정이 파괴되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려운 역경을 만날지라도 오히려 그 파도를 통해 더욱 빨리 앞으로 나아가는 기회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정작 가정을 파괴시키고 가족 모두의 가슴을 찢는 근본적 이유는 외면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적이고 각자의 마음 깊이 들어있는 심층적인 요인들이 었으며 그 요인들은 거의 결혼 전에 이미 마음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즉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을 가지고 두 사람이 출발한 것입니다. 마음의 병으로 아픈 두사람이 서로에게서 도움을 받고저 하나 오히려 더 깊은 고통을 서로에게 줄 뿐입니다."


<결혼 전에…>는 따라서 현실로부터 동떨어지지 않는 충고들이 담겨 있다. 미국에서 온 가정사역자의 '딴 소리'에 신물난 우리로선 이런 충고들이 반갑기까지 한 까닭도 그 때문이다. 고부갈등으로 인한 아픔이 두드러진 한국의 문화 속에서 성경이 그렇게도 강조했던 '부모로부터의 독립' 촉구는 중요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그리스도인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그러진 결혼생활'이 적나라하게 공개되는 것도 어쩌면 나약한 결혼 환상가들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될 듯하다.

주 목사는 이 책에서 크게 여섯 가지 당부를 사례와 곁들여 하고 있다. 성적인 상처, 잘못된 성적 충동과 습관, 부모에 대한 상처, 열등의식 등으로부터 반드시 치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 목사는 특히 성폭행의 상처를 정면으로 언급한다.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면서, 있음에도 감춰진 현실을 드러냄으로써 치유하려 한다. 현장의 목소리는 실제로 그렇게 다급하고 음울하다.

"전 항상 성적인 상상을 하고 밤마다 자위행위를 해요. 어떤 사람을 봐도 심지어는 교회에 가서 사람들을 볼 때도 성적인 상상을 하는 저를 보면 기분이 어떤지 아세요? 이런 생각을 하고 교회에 앉아 있는 것을 하나님은 아실 거에요. 정말 교회를 뛰쳐나가고 싶지만 전 갈 데가 없어요. 하나님이 계시는 것을 아니까 그나마 이곳을 나가면 전 끝이라고 생각들 거든요. 전 음란한 귀신에 사로잡혔나 봐요.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저를 그렇게 성폭행했던 것 아닐까요? 제게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니까 저에게 그런 짓을 한 것 아닐까요?"

뿐만 아니라 한 목회자의 고백을 통해 성적인 문제로부터 벗어나는 과정까지 소개했다. 이런 정면승부가 낯설기까지 한 우리 교회문화 속에서 이런 대쉬는 매우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서 머물지 않고 차근차근 꼼꼼하게 상황 설정까지 해서 그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다. 그 친절함에 정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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