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에 있는 ㅊ교회 교인들의 세밑은 뒤숭숭하기 그지없다. 아기예수의 태어남을 기뻐해야 할 성탄절도 우울하게 보냈다. 담임목사 성추행 의혹 사건이 터진 후 시간이 지나면서 교인들간에 분란이 일어나는가 하면 이 교회가 속한 교단의 지방회에 제소되고 청와대에 진정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사건은 올해 1월 시작됐다. 유년주일학교 담당 여전도사 안 아무개 씨는 어느 날 김 아무개 담임목사에게서 "식사나 하자"는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어서 만나지 않았다. 이런 일은 6월초에도 있었다. 그 달 열린 교회 행사가 끝난 뒤 김 목사는 "차 한 잔 하자"고 했고, 계속해서 거절하는 것이 미안했던 안 전도사는 경기도 외곽에 있는 카페까지 김 목사를 따라갔다. 자의든 타의든 김 목사와 안 전도사의 만남은 몇 차례 이어졌고, 일산호수공원에 함께 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김 목사가 안 전도사의 턱을 잡아 자신의 얼굴로 당기면서 다른 손으로 어깨를 잡아당겼다. 그로부터 얼마 후 안 전도사는 사표를 냈다.

두 번째 사건은 2월에 벌어졌다. 이 교회 청년부 자매가 철야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는데, 김 목사가 자신의 차로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이 교회를 다녔던 자매는 별다른 의심 없이 김 목사의 차에 올랐다. 늦은 밤 함께 카페에서 차를 마신 뒤 다시 차에 올라탔을 때 김 목사는 자매를 끌어안았다. 자매는 "목자로서 양을 귀여워서 껴안은 것인지 나를 여자로 보고 껴안은 것인지 순간 혼란스러웠다"고 나중에 진술했다. 고민 끝에 자매는 김 목사를 만나 그날 자신의 불쾌했던 감정을 표현했고 김 목사는 사과했다. 그런데 김 목사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자매를 끌어안아 입맞춤을 했고 자매는 결사적으로 이를 뿌리쳤다. 자매는 "뒷좌석에서 10분만 쉬어가자"는 김 목사의 제안에 "빨리 출발시키세요" 하고 거절했다.

이 두 사건은 이 정도에서 아무도 모르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러나 자매는 평소 신뢰하던 교회 내 두 사람에게 이 문제를 털어놓고 상담을 했다. 그중 한 사람이 이 교회 부목사 정 아무개 씨의 사모였다. 정 목사는 8월 첫째 주일 갑자기 사표를 냈다. 교회를 떠나는 이유 중 담임목사의 이러한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몇몇 젊은 집사들의 귀에 들어갔다. 집사들이 모여 사건의 진상을 하나 둘 알아갔고, 여전도사가 교회를 떠난 이유도 비로소 이때 알게 됐다.

이들은 사건의 진상규명과 함께 담임목사가 참회할 수 있도록 당회가 역할을 하라고 요구했다. 당회는 사건 당사자들을 만나 경위를 파악한 뒤 8월말 담임목사의 4개월 안식년을 발표했다. 그런데 얼마 뒤 자매가 "아무 것도 아닌 일"이라고 말을 뒤집었고, 일부에서 "별 일 아닌데 교회를 소란스럽게 한다"는 핀잔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담임목사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표를 냈으나 두 주 후에 당회는 사표를 반려했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왜 성희롱 사건에 대한 진술을 완전히 뒤집었을까. 집사들이 경악한 것은 바로 이 대목에서다. 자매의 나중 진술에 의하면 "이 일로 너로 인해 징계를 받으면 목사를 징계하게 만든 사람도 징계를 받을 것이라고 은근히 협박했고 하나님의 징계가 무서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매는 "8월부터 자신의 얘기가 교회 안에서 오가는 것을 보면서 김 목사의 말이 두려워 공포에 떨면서 지내야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담임목사와 당회가 사건을 왜곡하고 축소하면서 사건이 엉뚱한 쪽으로 진행되는 것을 지켜본 자매는 김 목사의 회유와 은근한 협박 내용을 부모에게 털어놨다. 이에 격분한 자매의 부모를 비롯해 20여명의 제직들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면서 'ㅊ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ㅊ사모)을 만들고 인터넷 사이트도 개설했다. 11월초 이들은 담임목사의 자진사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당회는 거꾸로 담임목사의 복귀를 발표하면서 정면대립 양상이 굳어졌다. 'ㅊ사모'는 이때부터 담임목사 사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 163명의 교인들이 참여했다. 'ㅊ사모'는 163명을 원고로 당회에 고소했고 이어 지방회에도 고소했다. 또 '기독교여성상담소'에 이 사건을 제보하고 청와대에도 진정서를 냈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학원 강의하고 교회 사역을 하면서 지친 안 전도사가 사의를 표한 적이 있었다. 담임목사로서 격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6월 행사가 끝난 뒤 함께 일산호수공원을 다녀왔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즐거웠다'고 가볍게 인사를 하면서 안 전도사의 어깨에 손을 얹고 약간 당겼다"고 해명했다. 김 목사는 "안 전도사가 결국 사표를 냈다. 그래서 '말이나 행동이 불쾌했다면 미안하다' 하고 인사한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선의의 행동이 당사자에게 부담으로 전해진 것에 대한 유감 표명이었다.

김 목사는 또 자매가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얼마 전 그 자매한테서 전화가 왔다. 엉엉 울면서 '진술서 내용 그냥 시인해주시면 안돼요? 너무 힘들어요'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래, 재판정에 가면 내가 다 시인해주마. 하지만 내가 널 협박한 것은 아니지 않니?' 하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음해하려는 일부 교인들의 조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입맞춤을 한 것은 사실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ㅊ교회는 부천 신도시에 자리잡은 중형교회로, 교회적으로나 담임목사 개인적으로나 교단에서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 제자훈련과 사회봉사 프로그램으로 소문이 나 교계언론에 몇 차례 소개된 바도 있다. 김 목사는 교단의 목회자갱신그룹 임원일 뿐 아니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임원직도 맡고 있다. 김 목사는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모든 공직을 내놨고 방송설교도 중단했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지방회나 총회의 재판 결과에 순복할 것이다. 하지만 교회를 무력화시키려는 이들의 요구에 밀려 이대로 그만 둘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 "지방회 인사들이 '왜 그런 사람들을 치리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담임목사측과 ㅊ사모측과의 주장에 첨예하게 대립돼 있는 상황에서, 이 교회가 속한 교단 지방회는 1월 10일 첫 번째 모임을 갖고 이 사건을 다룰 예정이다. 청와대도 관련 부서에 이 사건을 넘겼다. 앞으로 ㅊ교회 담임목사 성추행 의혹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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