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박근혜 국정 농단 사태에 기독교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학생들이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하고, 11월 8일에는 신학생 600여 명이 함께 대한문 앞에서 정부청사까지 행진했다. 이들의 행보에 신학교 교수진도 동참하고 있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아신대)와 침례신학대학교(침신대) 교수들이 현 시국에 통탄하며,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신대는 11월 4일, 침신대는 11월 8일 시국 선언문을 공개했다.

이들은 약한 자들 편에 서지 않고 오히려 권력자와 손잡은 일부 목회자를 비판했다. 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묵인한 한국교회가 회개할 것을 촉구했다. 아신대 교수들은 "타락한 국가 권력의 시녀 놀음에 앞장서 온 정치꾼 목사들에 의해 조직된 어용 단체들은 해산하십시오!"라고 했다.

두 신학대 교수들은 박 대통령이 현 사태에 책임을 지고 하야하고,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연관된 이들을 철저하게 수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래는 아신대, 침신대 교수진 시국 선언 전문.

시국 선언(Declaration of the State of Affairs)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교수들은 작금의 국정 농단 사태 및 거짓과 부패 의혹으로 허물어진 대한민국의 시국을 통탄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천명합니다.

1.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긴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나니 이러므로 너희가 어두운 데서 말한 모든 것이 광명한 데서 들리고 너희가 골방에서 귀에 대고 말한 것이 지붕 위에서 전파되리라."(눅 12:2-3) 최근 박근혜 정권 기간 숨겨져 왔던 수없는 의혹과 거짓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소위 비선 실세라는 집단에 의해 자행된 국정 농단의 실체와 이에 동조하며 개인의 욕심을 채우거나 보호하려는 정·관·재계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가권력의 사유화라는 엄청난 사실들 앞에 국민 모두가 분노하며 허탈해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그 부패의 실상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만 합니다. 모든 수사가 공정하고 정의롭게 진행되어야 하며 그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에게는 준엄한 법의 심판이 따라야 할 것입니다.

2. "이 땅에 무섭고 놀라운 일이 있도다 선지자들은 거짓을 예언하며 제사장들은 자기 권력으로 다스리며 내 백성은 그것을 좋게 여기니 마지막에는 너희가 어찌하려느냐"(렘 5:30-31). 기독교인과 교회는 세상을 향해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하는 것은 추악한 국정 농단의 한가운데에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의 부끄러운 모습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부의 잘못을 꾸짖고 정도를 벗어난 국정을 견제하며 고통당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과 권리를 대변해야 할 한국교회가 오히려 권력자의 편에 서서 권력을 탐하고 불의를 자행하고 왜곡된 힘에 아부해 온 부끄러운 죄악이 있었음을 질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공의와 진리를 선포해야 할 입으로 국민 위에 군림해 있는 타락한 권력자에게 아첨하며 비위를 맞추려 온갖 추한 부끄러운 언사를 자행해 온 한국교회의 정치꾼 지도자들은 하나님과 한국교회 앞에 통렬하게 회개해야 할 것입니다.

3. "야곱 족속의 우두머리들과 이스라엘 족속의 통치자들 곧 정의를 미워하고 정직한 것을 굽게 하는 자들아 원하노니 이 말을 들을지어다."(미 3:9) 현 사태를 가져오게 한 책임이 한국교회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그동안 기독교 공동체의 일원으로 우리 역시 침묵과 무관심에 머물렀던 것을 회개합니다. 온전한 하나님나라를 이루며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담당하는 데 소홀히 했던 한국교회와 그 구성원 중의 하나로서 용서를 구합니다. 더욱이 한국교회 내일의 지도자들을 양육하고 가르치는 자들로서 이러한 바른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한 잘못을 회개합니다.

4. "오라 우리가 여호와께로 돌아가자 여호와께서 우리를 찢으셨으나 도로 낫게 하실 것이요 우리를 치셨으나 싸매어 주실 것임이라."(호 6:1) 하나님께서는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을 사랑하십니다.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시간들이지만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회복시키고 위로하여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우리가 하나님께로 돌이켜 참되게 회개하면 언제든 받아 주시며 회복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이제 한국 사회는 다시 시작하기 원합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회복과 위로가 한국교회와 우리 대한민국에 찾아오게 될 것을 소망합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합니다.
하나. 국정 농단의 책임을 져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십시오!
하나. 국가권력을 사유화하여 국가를 기망한 최순실에게 부역한 자들은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십시오!
하나. 검찰은 국정 농단의 모든 범죄 사실들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하여 진실을 밝혀 주십시오!
하나. 타락한 국가권력의 시녀 놀음에 앞장서 온 정치꾼 목사들에 의해 조직된 어용 단체들은 해산하십시오!


2016년 11월 4일
아세아연합신학대학 교수

침례신학대학교 교수 시국 선언문

우리는 역사와 사회 앞에서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나아가 신학대학에서 기독교 지도자를 양성하는 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총체적 위기와 난맥상을 심히 우려하며 시국 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한다.

우리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본분이 하나님나라가 이 땅에 실현되는 일에 참여하는 것임을 믿는다. 예수님은 이 땅의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 성육신하셨다.(요 1:14) 그리고 당신의 사역을 시작하면서 '은혜의 해'를 선포하시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놓임과 해방을 선언하심으로써, 하나님나라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과 사역의 방향을 제시하셨다.(눅 4:18-19) 또한 그 일을 완수하기 위해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을 마다하지 않고 "오늘과 내일과 모레는 내가 갈 길을 가야 하리니 선지자가 예루살렘 밖에서는 죽는 법이 없느니라"(눅 13:33)하시며 흔들림 없이 올곧게 그 길을 가셨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마땅히 약한 자를 돌아보며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교회에 무엇보다도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예수님의 마음과 행동을 따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구시대의 부패된 유물과 '근본적 단절'을 단행하고, 새 시대를 펼쳐 나갈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세상이 혼란과 충격에 빠져 있는 이 시국에서, 우리는 먼저 이 사회를 향한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작은 자들을 위해 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성실히 지키지 못했고, 그 일에 방관하며, 심지어 외면해 왔던 행태들을 깊이 반성한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소외된 자들을 탄압하고 가진 자들을 위해 작동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병폐들을 용납했으며, 사회정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각계의 뜻있는 목소리를 오히려 잠재우고 침묵하게 만드는 데 공조했던 지울 수 없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한국 근현대를 거치면서 시대마다 불의한 정권과 결탁했던 한국교회 일부 지도자들의 행태도 적지 않게 목도해 왔지만, 그것을 제대로 비판하지도 제어하지 못했다. 우리는 불의한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정의로운 뜻을 당당하게 외치는커녕 부패한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면서 반사이익을 챙겨 온 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행보 때문에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어두운 세력에 대해 침묵하고 묵인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어둠에 일조한 책임이 있음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한국교회의 일부 지도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은 이 사회를 총체적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갔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비선 실세로 하여금 농단하게 했던 대통령과 그 측근을 여전히 비호하거나 그런 행태를 용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태도는 침몰하는 난파선과 운명을 함께하도록 한국교회를 내모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시국에서 "단정함으로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딤전 2:2)을 핑계하며 침묵하는 일이 그리스도인의 본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교회는 최순실 일가의 행각을 무조건 사이비 종교의 일탈 행위라고 선긋기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런 망국적 사태가 기생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하는 데 한국교회가 관여한 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목회 현장에서 복음의 참 정신을 선포하지 못하고 허황된 번영신앙과 기본신앙을 양산한 일에 대해 우리는 회개해야 한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수단화하거나 희화화하면서 부패한 정권과 결탁했던 행보를 멈춰야 한다. 교회가 정권과 결탁하면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세상의 권력에 대한 충성으로 변질된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 아닌가. 교회는 세상의 권력과 근본적으로 단절되어야 한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출구와 해법을 찾기 힘들 정도의 혼란과 불안 속에 빠져 있다. 이런 난국 상황이 초래된 데에는 일차적으로 정의롭지 못할 뿐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기본적 자질조차 갖추지 못한 지도자를 택한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으로서 주권 행사를 사이비 종교의 사슬에 얽혀 사사로이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탐욕스런 권력욕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최근 최순실 일가에 의해 대한민국이 어떻게 농락을 당했으며, 온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는가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왔다. 지금 들불처럼 일어나는 다양한 시국 선언들과 전국적인 시국 행진은 민주시민의 당연한 권리 주장이다. 이 거대한 국민적 저항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와 이 땅의 정의가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오늘날 이 사회를 총체적 위기와 난맥상으로 몰고 간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형태로든 퇴진하고 수사를 받아야 하며, 이번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하나, 그 동안 각종 권력과 결탁해 왔던 한국교회의 일부 지도자들은 이번 기회에 그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

하나, 비폭력적 저항의 십자가 방식으로 악과 맞서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본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사회에 만연한 악의 현실에 동조하거나 방관해서는 안 된다.

하나,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사랑의 정신에 따라 약한 자들을 돌아보고 낮은 데를 찾아가며 그들과 함께하는 삶을 실천할 뿐 아니라, 이러한 실천적 신앙을 함양하는 목회자와 기독교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2016년 11월 8일
시국 선언에 함께하는 교수 일동

김용복, 남병두, 김병권, 우택주, 이석철, 김난예, 김난수, 강만희, 강진희, 김은영, 이광호, 권지성, 오인근, 주소희, 권성종, 현숙경(이상 1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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