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달릿 신학자들이 광화문에 왔다.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노란 리본을 단 외국인들이 노란 옷을 입고 마이크를 잡은 한국인 이야기를 듣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진실을 꼭 밝혀 내서,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보일 것"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눈물을 흘린다.

이들은 인도에서 온 '달릿(Dalit)'과 함께하는 신학자들이다. 달릿은 널리 알려진 인도의 신분 계급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이른바 '불가촉천민'이다. 사람대접받지 못하고 인도 사회에서 가장 어렵고 천하다고 여겨지는 일을 도맡는다.

고통받고 억압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신학을 연구하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아픔을 겪고 있는 곳, 광화문을 찾았다. 한국민중신학회와 2년마다 공동으로 여는 학술 대회 방문차 한국에 온 이들은, 학술 대회 첫날인 10월 13일 저녁 세월호 참사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을 따로 마련했다.

먼저 파트로 목사(Santanu K. Patro)가 위로의 말을 전했다. 진리는 숨겨지지 않고 드러나게 되어 있고 자유를 줄 것이라며 투쟁하는 가족들을 지지했다.

그는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성경 말씀과 "진리를 위해 투쟁할 때만 진리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라는 간디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하나님은 진리를 알 수 있다는 희망을 주셨다. 304명이 왜 죽었는지, 진실을 끝까지 추구할 때 하나님이 도우실 거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 최순화 씨는 진실을 찾아야만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진실을 찾는 과정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창현이 없이 세 번째 가을을 맞는다는 엄마 최순화 씨. "라마에서 슬퍼하며 크게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니 라헬이 그 자식을 위하여 애곡하는 것이라. 그가 자식이 없으므로 위로 받기를 거절하였도다"라는 마태복음 2장 말씀을 인용했다.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진실에 다가갈 때 위로받을 수 있고 치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 또한 달릿처럼 국가로부터 억압받고 버림받은 처지에 놓여 있다. 최순화 씨는 국가에 의해 이적 세력이 되었고, 진실을 밝히려 해도 온갖 방해 공작에 시달려 괴롭다고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진실을 찾는 것이 기독교가 말하는 정의고 공의다. 이를 외면하는 한국교회는 하나님 앞에 설 낯이 없다"고 지적했다.

달릿 신학자들은 위로과 연대의 의미로 인도에서 직접 만들어 온 스카프를 최순화 씨에게 둘러 주고 포옹했다.

고통받는 사람들이 만난 자리는 서로를 위로하는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지만, 고난받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길 건너편에서는 백남기 농민을 죽인 국가 폭력을 규탄하는 기독교인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있었다.

달릿 신학자들은 민중신학회 학자들과 14일 오후까지 학술 대회를 진행한다. 매 맞고, 강간당하고, 죽임당하는 사회 최하층 민중들의 삶 속에서 기독교 본분을 되짚는 연구를 계속한다.

▲ 옷에 노란 리본을 단 달릿 신학자들은 최순화 씨 말을 유심히 들었다. 함께하겠다는 의미로 인도에서 직접 짜 온 스카프를 둘러 주고 위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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