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벤허'가 개봉했다. (영화 스틸컷)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벤허' 리메이크작이 9월 14일 개봉했다. 1959년 개봉한 벤허가 워낙 명작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2016년 벤허는 개봉 전부터 원작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가 대중의 관심사였다.

이 글은 원작과 비교해 이번 벤허가 어떤지 논하는 내용은 아니다. 영화를 비평할 깜냥이 되지 않을뿐더러, 1959년 벤허는 너무 어렸을 적에 봐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따라서 극의 구성이나 몰입도, 전차 경기 신(scene)이 어쩌고 할 게 없다.

▲ 벤허와 메살라가 목숨 걸고 경주하는 전차 경기. (영화 스틸컷)

'벤허'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증오는 더 큰 증오를 부를 뿐이다'.

영화는 유대 귀족 유다 벤허(잭 휴스턴 분)와 로마인 메살라 세베루스(토비 켑벨 분) 간에 벌어지는 복수극이 주 내용이다. 둘은 의형제였지만 메살라의 배신으로 벤허는 노예 신분으로 전락한다. 벤허는 복수의 칼을 갈고 우여곡절 끝에 전차 경기에서 메살라를 누르고 승리한다.

벤허가 우승하고 경기장은 유대인들의 환호와 과격 행동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벤허를 인간 파도 태우고, 전차에서 낙오해 의식을 잃고 피투성이가 된 메살라를 들어 올리며 환호한다. 자부심을 생명보다 소중하게 여겼던 로마, 로마의 자부심이던 메살라의 패배였지만, 빌라도 총독은 분노하지 않는다. 그는 아프리카 상인 일더림(모건 프리먼 분)에게 말한다.

"저들을 봐. 모두 피를 원하고 있어. 로마인이 된 거지."

▲ 벤허(오른쪽)를 도와주는 아프리카 상인 일더림. (영화 스틸컷)

짧은 분량이지만 역시 예수의 존재는 무게감이 있다. 첫 등장부터 예수는 "원수를 사랑하라"며 로마제국에 맞서는 다른 방식을 제시한다. 한센병 걸린 사람을 감싸 안고 대신 돌을 맞는다. 돌을 던지는 유대인들에게 "증오심에서 벗어나라"고 소리친다. 십자가를 지고 갈 때도 예수는 로마 군인을 치려고 돌을 집어 든 벤허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이건 내가 선택한 삶입니다."

예수는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자신을 배신한 메살라에게 복수하는 것이 유일한 삶의 목표라고 생각했던 벤허는 예수의 십자가 죽음 앞에 엎드려 통곡한다. 그리고 더 큰 복수의 칼을 가는 메살라를 용서하기로 한다. 메시지는 명확하다. 예수의 능력은 '집어 든 돌을 놓게 하는' 능력이다.

▲ 노예로 전락한 벤허에게 물을 주는 예수. (영화 스틸컷)

로마인이 된 교회

요즘 벤허는 밀정에 이어 예매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마도 기독교인들 공이 클 것이다. 벤허는 기독교인에게 인기가 많다. 교인들끼리 단체 관람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만왕의 왕,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오시니까 꼭 봐야죠" 식의 리뷰가 심심찮게 올라온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조일래 대표회장)은 단체 차원에서 시사회를 열었다. 교계 신문 <크리스천투데이>도 시사회를 열었다. 교계 유명 목사들을 비롯해 400여 명이 참석했다는 보도다. 이들은 벤허를 '기독교 영화'라고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만왕의 왕,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오시니까." 한국교회가 이토록 사랑하는 벤허. 그런데 그 메시지도 받아들이고 있을까?

▲ 예수님 나오니까 기독교 영화!? (영화 스틸컷)

한국교회는 지금 양손에 짱돌을 집어 든 모습이다. 오른손에 있는 돌은 '동성애자'에게, 왼손에 있는 돌은 '무슬림'에게 던진다. 동성애와 이슬람을 감싸는 사람에게도 돌을 던진다. 예수님도 21세기 한국에서는 섣불리 이들을 감싸 안지 못하실 것이다. 1세기 예루살렘에서와는 달리 돌이 멈추지 않고 계속 날아들 테니까.

"모두 로마인이 된 거지." 양손에 쥔 돌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어떤 승리도 하나님과는 관계없다. 전차 경기에서 승리한 유다 벤허, 상대를 짓밟고 서서 환호하는 유대인은 또 다른 모습의 로마인일 뿐이다. 동성애자를 몰아내고 무슬림을 박멸한다 해도 하나님나라와는 전혀 관계없다.

증오는 더 큰 증오를 부른다. 예수는 말한다. 다른 방식이 있다고. 다른 삶이 가능하다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그리고 그 삶은 선택의 문제라고. "이 삶은 내가 선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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